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 논란뿐만 아니라 당원 동원 논란까지 불거졌다. '친윤(친윤석열)' 대표 당권주자로 꼽히는 김기현 의원이 지난 28일 연 '수도권 통합 출정식' 때문이다. 경기도 부천의 한 체육관에서 열린 이 행사에는 당 현역의원 28명과 원외 당협위원장 50여 명이 참석했다. 전국 각지에서 참여한 당원·지지자들의 수는 약 8000여 명으로 추산됐다.
문제는 국민의힘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규정' 34조다. 해당 당규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로 ▲당원이 아닌 자 ▲선거관리위원회 위원 ▲후보자가 아닌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 ▲중앙당 및 시·도당 사무처 당직자를 명시하고 있다.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의 개진‧의사의 표시는 선거운동으로 보지 않는다"는 31조 규정도 있지만, 해당 출정식에 참석한 일부 당협위원장은 연단에 올라 김 의원을 차기 당대표로 선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다른 현역 의원들과 원외당협위원장들도 개인 소셜미디어 등에 사실상 김 의원의 당선을 응원, 독려하는 글들을 올렸다.
함경우 경기광주시갑 당협위원장은 본인 페이스북에 해당 출정식 참석 사진 등을 올리면서 "우리 '경기 광주시(갑) 당협'도 많은 당원 분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연(대).포(용).탕(평)> 지도자인 김기현 후보님께서 정말 당을 잘 이끄셔서, 우리 윤석열 정부가 꼭 성공하였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구자근 의원(경북 구미갑) 역시 "이른 시간 구미에서 출발해 부천 체육관을 발딛을 틈 없이 가득 메워주신 구미시갑의 당원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드린다"면서 "보수의 뿌리인 김기현 당대표 후보가 앞으로 당내의 소통과 화합을 위해 더욱 노력해 줄 거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배현진 의원(서울 송파을)이 본인 페이스북에 올린 출정식 사진 중 하나에는 "서울도 김기현, 송파도 김기현"이라고 적힌 국민의힘 송파을 당원협의회 명의의 대형 현수막이 있었고, 박성민 의원(울산 중구)은 출정식 사진과 함께 "김기현 후보는 원내대표로서 정권교체의 선봉에 섰던 '이길 줄 아는 후보'"라고 적었다.
'체육관 선거' 비판까지... 조경태 "선관위, 신경 많이 써야"
다른 당권주자들은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김 의원 측이 윤심 논란에 이어, 대규모 세몰이로 다음 총선 공천을 바라는 현역 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들을 줄 세우고 있단 지적이다.
조경태 의원은 29일 오전 '전국민 난방비 지원' 관련 기자회견 후 관련 질문을 받고 "어제(28일) 체육관에서 대규모 행사가 있었는데 당규 34조에 따르면,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은 (선거운동에) 참여하지 못하게 돼 있다"면서 "선관위가 왜 그런 것을 못 하도록 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정과 상식을 이야기하려면 법과 원칙을 지키는 게 맞다"며 "당규 34조를 상기시키고 공정과 상식에 맞는 선거운동이 될 수 있도록 선관위에서 신경을 많이 썼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윤상현 의원은 '체육관 선거'를 거론하면서 김 의원을 직격했다. 그는 지난 28일 본인 페이스북에 "낮 최고기온이 영하에 머무는 강추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이런 때에 대규모 버스를 동원해 체육관에 당원들 집합시키는 분이 있다고 한다"며 "아직도 예전의 줄 세우기, 체육관 선거인 줄 아시나"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치열한 백병전 속에 몇백 표 차이로 승패가 갈리는 수도권에서는 영남 텃밭에서 통하던 선거운동 방식으로는 어렵다"라며 "김장(김기현-장제원) 끝났다고 연포탕 낙지나 끓여 먹고 있어서는 총선 승리 이룰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의원도 전날 서울 관악구 독거 어르신 난방 실태 긴급점검 방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정말로 중요한 것은 내년 총선에서 어떻게 이길 것인가에 대한 비전과 정책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무조건 사람들만 많이 모아놓고 행사를 한다고 해서 그게 이번 전당대회 취지에 맞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기현 "트집 잡기 위한 트집 그만하라"
김기현 의원은 이러한 비판에 대해 "트집 잡지 마라"고 응수했다.
그는 이날(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Y.P.T(Young People Together) 2기 발대식' 행사 참석 후 관련 질문을 받고 "멀리서 온 분들이 버스를 타고 오는 건 당연하지 않나"라며 "트집 잡기 위한 트집은 이제 그만하는 게 좋겠다"고 답했다. 다만, '당규 34조 위반' 지적에 대해서는 "그 부분에 대해선 제가 말할 게 아니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김 의원은 이와 별개로 자신과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안철수 의원에 대한 견제구를 던지고 나섰다. 그는 이날 행사에서 차기 대권주자를 자임하는 후보는 다음 총선 공천을 공정하게 다루지 못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그는 이와 관련, "국회의원을 많이 확보하는 쪽이 대선(경선)에서 유리하다. (본인이) 다음 대선후보가 되겠다고 생각하면 조금 모자라거나 지역주민 지지가 떨어져도 내 편이라고 생각하는 인물을 공천하는 무리수를 둘 가능성이 커진다"라며 "나는 다음 대선에 출마할 마음을 접은 사람이다. 그래서 공천 과정에서 가장 공정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전대 불출마를 선언한 나경원 전 의원과의 연대 가능성도 재차 시사했다. 김 의원은 이날 관련 질문을 받고 "(나 전 의원과) 문자로도 주고 받은 게 있고 어제 현장에서 만나 상당한 시간에 걸쳐서 얘기를 나눴다"라며 "구체적인 얘기는 좀 더 필요한 시기에 말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 전 의원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 후 "많은 분들이 (제게) 연락 오는 중이다"라면서도 "이번 전당대회에서 (제가) 특별한 역할을 할 일은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오마이뉴스>는 당 선관위 측에 김 의원 측의 수도권 통합 출정식에 대한 당규 위반 가능성을 질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