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차 경기 용인시민 이지영씨. 그녀가 자주 간다는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신랑과 연애할 때 받았다는 곰돌이 푸 인형을 품에 안고 그녀는 수줍게 웃었다. 곰돌이 푸에 담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보조개가 매력적인 이지영(42)씨를 만났다. 약속 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먼저 카페에 도착했었다고 말하는 지영씨 품에는 노란 곰 인형이 안겨 있었다. 그녀가 입은 검은색 원피스와 대비되어 노란 곰 인형이 더 눈에 띄었다.
"학창 시절부터 책상 위에 항상 푸 인형을 올려놓을 정도로 곰돌이 푸를 좋아했었어요. 옛날에는 문구점이 별로 없다 보니 푸가 그려진 물건이 보이면 구경하고 구입할 정도였어요. 연필, 지우개, 열쇠고리, 편지지, 다이어리 심지어 풍선도 가지고 있어요.
홈페이지 비밀번호를 분실했을 때 쓰는 질문에도 항상 답을 푸로 설정해 둘 정도였고요. 그러다 보니 친구들도 제가 푸를 좋아한다는 걸 모를 수가 없었죠. 당시에 마분지로 필통을 만드는 게 유행이었는데, 다들 좋아하는 연예인으로 꾸밀 때 저는 푸로 꾸몄거든요."
곰돌이 푸와 관련된 물품을 많이 소장하고 있지만, 그녀의 애장품은 남편에게 받은 인형. 20년이나 지났지만 인형은 새것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깨끗했다.
세탁을 자주 하고 옷도 갈아입혀서 해진 부분조차 없었다. 인형을 아끼는 그녀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제가 원래 가지고 있던 인형이 흐물흐물해진 걸 보고 신랑이 선물해줬어요."
그녀가 신랑을 만난 것은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2002년. 운전면허학원에서 강사와 수강생으로 만났다.
"수원에서 살다가 용인으로 일을 다니게 됐어요. 운전면허가 필요해 학원을 등록했는데, 거기 강사가 남편이었어요. 아주 듬직하고 다정하고 무엇보다 푸를 닮았어요.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 사람 아니면 안되겠다 싶어서 결혼을 결심했어요. 신랑 직장이 용인이라 이곳에 터를 잡았고요. 3년간 연애하고 2005년에 결혼했으니깐 용인에 산 지는 벌써 17년이나 됐네요."
그녀는 김량장동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했다. 첫아이를 임신했을 때 입덧이 심해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어딜가는 것도 어려웠다. 활발하고 주도적이며 사람을 좋하하던 그녀는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점점 우울해졌다.
"마음을 안전시키려고 인형이랑 애기를 많이 했어요. 그게 신기하게도 저에게는 효과가 있더라고요. 덕분에 제 삶을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됐어요."
그저 귀엽기만 했던 인형은 어느새 그녀를 위로하는 인형이 되어 있었다. 활발한 모습을 되찾은 그녀는 아이를 키우면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또래 엄마들을 사귀었다. 육아 정보와 지역 소식읋 공유하며 낯선 곳에 적응해나갔다.
"사실 이 인형 지금은 아이들이 더 좋아해요. 더울 때도 안고 자고, 가족 여행을 갈 때는 가방에 넣고 가기도 해요. 제가 곰돌이 푸를 통해 위안을 얻었던 것처럼 아이들도 푸 인형을 통해 힘든 일을 극복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었으면 해요."
지영씨 삶의 중요한 순간에 곰돌이 푸 인형은 늘 함께했다. 존재만으르도 힘이 된다는 곰돌이 푸. 그녀는 앞으로도 힘차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위 글은 문화체육관광부(지역문화진흥원)가 지원하고, 느티나무재단이 주관하는 '2022 협력형 생활문화 활성화 사업' 중 <우리동네 생활기록가 프로젝트>로 '라이프로그'가 발행한 '우리동네' 잡지에 실린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