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구에 약탈돼 일본 쓰시마 사찰에 있다가 한국 절도범이 훔쳐 다시 국내로 반입한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이하 불상)을 일본에 되돌려줘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
대전고법 민사1부(재판장 박선준)는 1일 오후 대한불교조계종 부석사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유체동산(불상)인도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금동관음보살좌상'의 소유권이 충남 서산 부석사에 있다는 1심 판결을 뒤집고 일본 대마도 관음사에 있다고 판결하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1심 판결이 내려진 지 6년만이다.
재판부는 "서주 부석사가 1330년 경 불상을 원시 취득한 점은 인정되나 원고(서산 부석사)가 서주 부석사와 동일성, 연속성이 유지됐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며 "동일한 사찰이 아니므로 서산 부석사는 불상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원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원고가 서주 부석사와 동일한 사찰임을 전제로 판단해 본다고 해도 피고보조참가자(대마도 관음사)가 불상을 언제 어디서 누구로부터 취득했는지 아무런 증명 주장을 하지 않고 있고, 왜구에 의해 불상이 불법 반출됐을 가능성이 크지만, 피고보조참가자가 20년 이상의 취득시효를 얻어 불상의 소유 취득권을 획득했다"며 불상의 소유권이 일본 사찰에 있고 판단했다.
다만 불상 인도와 관련해선 "이번 민사소송은 소유권의 귀속을 판단할 뿐이며, 불상의 인도 문제는 민사소송에서 다룰 수 없다"면서 "유네스코 협약이나 국제법에 따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판단을 보류했다.
원고 측은 강하게 반발하며 상고의 뜻을 밝혔다. 부석사 전 주지 원우 스님은 "용기 있는 대한민국의 판사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판결은 모순되고 판사는 비겁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원고 측 소송대리인 김병구 변호사(법무법인 우정)는 "소송 대리인의 입장에서 봤을 때 서산 부석사와 서주 부석사의 동일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논거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지난 7년 여 간 소송 기간 중에 여러 차례에 걸쳐 논증을 거쳤고, 원고는 수많은 입증자료를 제출해 이미 제출된 증거만으로도 동일성은 입증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판결문을 정밀하게 분석해서 충분히 납득할만한 상고이유를 제시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재판 시작 두시간전부터 방청객들이 몰리면서 긴 줄을 형성했다. 선착순으로 방청권을 배부받은 48명만이 재판이 진행된 제315법정에 입장했고, 나머지 인원들은 중계법정에서 영상으로 방청해야만 했다. 한국 언론뿐 아니라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들도 취재에 나서며 수십 명의 기자들이 몰렸다. 재판이 시작되기 전에는 잠시 동안 제315법정 내 촬영도 허용되었다.
왜구에 약탈돼 일본 대마도 관음사에 있던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은 지난 2012년 말 절도범들에 의해 국내로 반입됐다. 절도범들이 검거되면서 불상은 압수됐고, 현재는 대전 유성구의 국립문화재연구소 유물수장고에 보관돼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통일뉴스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