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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경익·권순분 씨 부부와 새가족이 된 마루.
손경익·권순분 씨 부부와 새가족이 된 마루. ⓒ 바른지역언론연대

추운 들판에 버려져 사료도, 물도 없이 홀로 방치된 강아지가 우여곡절 끝에 구조돼 경북 경주로 입양된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1월 16일, <경주신문>으로 한 통의 이메일이 전해졌다. '제보합니다. 안녕하세요 기자님'이라는 제목의 메일에는 경기도 일산에 거주하는 한 유기동물 구조자 A씨의 구조부터 입양까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홀로 들판에 방치된 강아지, '백순이'

A씨는 지난해 눈 덮인 들판에 홀로 사료도 물도 없이 방치된 백순이(입양 전 마루의 이름)를 발견해 구조했다. 구조 과정은 쉽지 않았다. 

"주인이 있는 강아지는 그 소유권 때문에 방치되거나 학대를 당해도 구조하기 쉽지 않습니다. 백순이의 경우가 그렇죠. 개집과 파라솔이 설치돼 비바람을 막을 수 있어 동물보호법에 위반되지 않았기 때문에 관할 지자체에서도 손 놓고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방치된 강아지였던 백순이는 A씨의 끈질긴 노력으로 주인으로부터 포기각서를 받고 구조됐다.

그는 "백순이를 주인으로부터 넘겨받을 때 욕도 참 많이 먹었다. 백순이를 구조하고 각종 검사와 예방접종을 하는 등 임시보호 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동물구호단체 소속이 아니라 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A씨는 사비로 구조한 백순이의 검사와 진료를 진행했다. 이어 입양을 위해 직접 홍보물을 만들어 SNS에 올렸다. 그러던 한 중 언론사로부터 취재요청을 받고 유기동물 입양코너에 백순이의 사연을 소개했다. 

왕복 800km, '백순이'에서 '마루'로
 
 구조 당시와 몰라보게 달라진 임시보호 시절 모습.
구조 당시와 몰라보게 달라진 임시보호 시절 모습. ⓒ 바른지역언론연대

이 과정에서 경주에서 한옥펜션 '월정헌'을 운영하는 손경익(66)·권순분(60)씨 부부가 백순이의 사연을 접했다. 이들 부부는 지난해 8월, 15년을 함께한 반려견 '산이'를 떠나보냈다. 새로운 가족을 찾고 있던 손씨 부부가 쉽사리 마음의 준비를 못 하던 중 우연히 '백순이'의 사연을 보게 된 것이다. 이후 백순이가 이들 부부의 마음을 흔들었다.

"반려견을 키운다는 건 준비가 필요해요. 1~2년이 아니라 최소 15년 이상 함께 지내야하죠. 그렇기에 산이를 떠나보내고 반려견을 키우고 싶었지만 마음의 준비를 하느라 시간이 흘렀습니다. '백순이'의 사연을 접한 건 어찌 보면 정말 새로운 가족의 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봐요."

이들은 입양을 위해 경기도 일산까지 왕복 800km의 거리를 이동했다. 이후 백순이를 입양했고 백순이는 마루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구조자 A씨와 입양자 이들 부부는 "사람과 반려동물이 함께 행복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인식개선이 필요하다"라며 "특히 단순 소유물로 인식해 아무런 준비 없이 반려동물을 분양 혹은 입양하다 보니 유기동물이 발생하게 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구조자 A씨는 "이 사연을 제보한 건 반려견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나아가 동물보호법이 개정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손씨는 "혹시나 반려동물에 관심이 있다면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 때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구조전 추운 겨울을 사료와 물 없이 외로이 보내는 백순이(현 마루).
구조전 추운 겨울을 사료와 물 없이 외로이 보내는 백순이(현 마루). ⓒ 바른지역언론연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주신문 (엄태권)에도 실렸습니다.


#방치된 강아지, 마루의 ‘견생역전(犬生逆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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