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일) 대통령실의 현안 브리핑이 진행되었다. 이번 현안 브리핑은 노사관계에 있어서 현재 정부의 입장이 어떻게 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상황이었다.
현안 브리핑에서 건설현장 불법행위 현안과 원인, 근절 대책에 대한 보고가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사측의 불법 하도급 문제나 체불임금과 관련된 내용도 다뤄지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보고 과정에서 종합적으로 그런 문제가 언급될 수는 있겠지만, 불법행위는 초점을 노동과 관련한 쪽으로 맞춰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답한 것이다(2월 19일자 <민중의소리> 보도).
왜 초점이 사측 아닌 노동자인가. 이는 모든 문제를 노동자의 탓으로 돌리고, 사용자들을 대변하고 대리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이 분명하게 드러난 것이라고 본다.
이런 태도는 '상생임금위원회' 발족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2월 2일, 고용노동부는 임금의 공정성 확보와 격차 해소 등 이중 구조 개선과 임금체계 개편 등 임금 문제를 총괄하는 논의체로 '상생임금위원회'를 발족했다.
고용노동부 측은 모두발언을 통해 우리나라의 임금체계는 여전히 연공성이 강하며, 특히 유노조·대기업에서 연공성이 집중되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은 인사·노무 역량이 취약하여 전체 사업체의 61%가 임금체계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러한 임금체계로 인해 대기업·정규직 중심의 조직화된 근로자들에게는 과도한 혜택을, 중소기업·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는 일한 만큼 보상받지 못하게 하여 노동시장 내 격차를 확대하는 등 이중구조를 고착화하는 원인으로 작동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나 중소기업·비정규직 임금은 대기업·정규직 임금의 45% 수준으로 IMF 이후 격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를 노조를 활용한 대기업·정규직 임금의 높음 탓으로 몰아세우려는 것 같지만, 최근 발표된 안정화 한국고용노동교육원 교수의 연구결과는 이와는 다르게 나타난다.
지난 16일 <한겨레>가 한국산업노동학회와 함께 연 토론회, 안정화 교수는 이날 발제에서 임금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을 표준화해서 살펴본 결과 노동조합보다는 기업 규모에 의한 격차가 7배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짚었다. 대기업의 막대한 초과 이윤이 가치의 불평등한 분배로 이어져서 임금 불평등을 더욱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반면, 노동조합은 최근 5년간 임금 불평등을 완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그는 덧붙였다.
여전히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성별임금격차... 정부는 왜 외면하나
지난 2일 상생임금위원회 발족식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임금 격차는 이중구조의 바로미터이며 노동의 가치를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임금이 이중구조의 해소의 핵심 고리"라고 강조하였다. 하지만 이 말을 정말로 적용할 수 있는 부문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고 있다. 노동 내부에서 성별 임금 격차, 노동 외부에서 노동소득분배율이 보여주는 격차가 바로 그것이다.
성별 임금 격차는 2017년 37.1%, 2019년 35.9%, 2021년 31.1%로 추세적으로는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에 이어 격차가 큰 국가인 이스라엘의 24.3%와 큰 차이를 두고 있고, 평균 성별 임금격차인 12%와 비교하면 2.5배가 넘는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상생임금위원회 발족식에서 성별 임금 격차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노동소득분배율은 2018년 기준으로 63.3%로 OECD 국가 중에서 21위이며, OECD 국가 평균인 67%보다 적은 수준이었다. 2020년에 발표된 노동소득분배율이 67.5%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OECD 국가 평균 수준의 기록이 나왔지만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기업이익이 줄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고용 유지를 위한 돈을 푼 데 따른 결과이지, 소득 분배 상황이 질적으로 개선된 것은 아니라고 2021년 6월 한국은행이 밝혔다. 여전히 노동소득분배율은 선진국이라는 이름에 맞지 않게 낮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상생임금위원회가 발족하면서 계속해서 강조한 것이 "임금 격차"인데, 성별 임금 격차와 노동소득분배율에 대해서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보고 싶은 것만 보면서 노동자의 탓으로 돌리고 사용자들을 대변하겠다는 태도로만 보인다.
결정적으로 상생임금위원회 발족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얘기되어야 할 사람들이 빠졌다. 계속해서 강조했던 "임금 격차"라는 관점에서 가장 아래에 있는 노동자는 누구일까? 바로 주휴수당조차 받지 못하고 최저임금 미지급율도 통상노동자에 비해 높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는 주12시간, 14시간, 14시간 30분 노동하는 초단시간노동자들이다.
초단시간노동자에 대한 처우 개선 얘기는 하나도 하지 않으면서 "임금 격차"를 좁히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말로 상생임금위원회가 "임금 격차"를 좁히고자 한다면 초단시간노동자에 대한 차별 철폐부터 제일 먼저 검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