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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사람 잔디밭에 앉아 노트에 무언가를 열심히 적는 사람. 쓴다는 건 가장 가성비 좋은 마음 치유제.
쓰는사람잔디밭에 앉아 노트에 무언가를 열심히 적는 사람. 쓴다는 건 가장 가성비 좋은 마음 치유제. ⓒ pixabay
 
"오마이뉴스에도 에세이 쓰는 사람 많아요. 글 한 번 올려보세요!"

시민기자를 몇 년째 하는 지인이 내게 오마이뉴스를 추천했다. 내가 주로 에세이를 쓴다는 걸 알고 있는 지인이었다. 추천받은 지 수 개월이 지나고야 소심하게 시민기자로 등록했다. 그래도 에세이를 올리지는 못했다. 뉴스 플랫폼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그곳에 에세이를 올리는 게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조금 더 솔직해지자면 겁이 났다. 오마이뉴스에 에세이를 올리는 사람 중에는 악플을 받는 사람도 있었다. 오마이뉴스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독자들은 뉴스 채널에 대체 이런 글을 왜 올리냐며 비난의 댓글을 달기도 한다. 그 모습을 마주할 때마다 '에세이는 올리지 않을 거야.' 다짐하곤 했다. 사회와 어느 정도 관련한 글이 아니면 오마이뉴스에 올리지 않았다. 에세이는 다른 플랫폼에만 쌓아두었다.  

실명으로 에세이를 쓴다는 부담도 있었다. 꽤 오래 공개된 장소에 글을 써와서 이제는 단련이 됐다고 생각했는데, 필명이 아니라 실명이라고 생각하니 겁이 좀 났다. 진짜 이름을 걸고 내 글을, 그것도 내 삶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는 에세이를 쓴다니. 내 경우에는 적나라한 삶을 담은 글을 쓸 때도 많다 보니, 악플이 달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까지 더해져 쉬이 손길이 가지 않았다. 그러던 내가 오마이뉴스에 에세이를 올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글을 매일 쓴 지 16개월이 흘렀다. 부끄럽지만 매일은 아니어도 글을 드문드문이라도 써온 걸로 치면 훨씬 오래되었다. 매일 쓰기로 마음을 먹고 쓰기 시작한 지 석 달쯤 지나자, 습관이 돼 누가 시키지 않아도 글을 쓰고 있었다. 워킹맘이다 보니 잡다한 일이 많은데도, 그 틈을 비집고 스마트폰으로 노트북으로 수많은 글을 썼다.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온갖 잡다한 이야기부터, 건드리면 눈물부터 폭발할 것만 같은 글까지 온갖 글을 다 써왔다.

어쩌다 보니 글을 쓰는 다른 사람들도 돕고 있다. 글이라는 게 가성비가 아주 뛰어난 마음 치유제라는 걸 알게 됐다. 마음을 다스리고, 상황을 정리하고, 삶을 올바르게 이끌어주는 데 이만한 게 없었다. 글쓰기 전도사라고 할 만큼 활동하는 다른 플랫폼에서 함께 글을 쓰자고 떠들고 다녔다. 원래 잘 나서는 성격이 아닌데, 이상하게 글이 자꾸 나를 앞에 서게 한다. 결국 오프라인에서 글쓰기 모임을 열었고, 온라인에서도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글 정체기에 접어들었다는 느낌이 강했다. 매일 쓰다 보니 글 근육은 만들어진 것 같은데, 늘 쓰던 근육만 쓰는 느낌이랄까. 계속 쓰는 삶을 살고 싶은데, 오래 써나가려면 무엇을 더하고 무엇을 빼야 할지 생각할수록 어렵기만 했다. 그럴수록 사전을 뒤적이고, 여기저기 글을 올릴 수 있는 다른 플랫폼들을 둘러보았다. 그러다 현안 글을 중심으로만 드문드문 올리던 오마이뉴스도 다시 보게 되었다. 

등록 버튼만 누르면 게시가 되는 다른 플랫폼과 달리, 채택이라는 과정이 있는 게 예전에는 커다란 벽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누군가 내 글을 게시 전 읽어준다는 게 갑자기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홀로 분투하듯 글을 쓰는 나 같은 사람에게 누군가가 글을 봐준다는 건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 아닐까. 그깟 악플이야 웃어 넘기면 되지. 악플이 무플보다 낫다는 말처럼 악플도 관심이라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더 넓은 바다에 내 글을 올리고 싶다. 긴장감과 벅찬 설렘을 동시에 느끼고 싶다. 진짜 나로 서고 싶다. 그리고 별 볼 일 없는 나 같은 사람도 글을 쓴다는 걸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다.

그렇게 매일 끼적이던 에세이들을 오마이뉴스에 내놓으려 한다. 글은 매일 써도 기획력은 워낙 꽝인 사람이라, 글의 주제는 널을 뛸 게 분명하다. 오래전 짧게 몸담았던 언론에 대한 글일 수도 있고, 정처 없이 이 나라 저 나라를 누비던 시절의 이야기일 수도 있으며, 낯선 섬에 터를 잡은 십 년 차 이주민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워킹맘이 고군분투하며 아이를 키우는 이야기일 수도 있고, 아주 오래된 상처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게 무엇이든 거짓 없이 지금의 나를, 지금의 내 생각을 가감 없이 담는 글을 쓰리라 다짐한다. 그렇게 시작한다. 새로운 에세이 라이프!

덧붙이는 글 | 브런치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에세이#일상글#글쓰기#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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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사람.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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