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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 차고 '편의점 살인' 30대 구속심사 편의점 업주를 살해한 뒤 차고 있던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던 30대 남성이 지난 1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전자발찌 차고 '편의점 살인' 30대 구속심사편의점 업주를 살해한 뒤 차고 있던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던 30대 남성이 지난 1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8일 인천의 한 편의점에서 위치추적 전자장치(이하 전자발찌)를 착용한 30대 남성이 직원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달아났다가 이틀 뒤 검거됐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의 강도 범죄는 16세 때부터 계속됐다고 한다.

전자발찌는 강력사범의 재범을 막기 위해 지난 2008년 도입된 제도이다. 그럼에도 왜 이번 범행은 막을 수 없었을까. 이번 사건이 이례적이었던 것일까. 관련해 법원 '판결서 인터넷 열람' 시스템을 이용해 2021년 2월부터 2023년 2월 사이 발생한 전자발찌 부착자의 범죄에 관한 판결문 25건을 찾아 분석했다.


전자발찌 착용했어도 교제했던 전 이성친구 강간·상해, 특수강도... 재발 이유는
 
피고인이 교제하던 사이인 피해자를 상당 시간 동안 폭행하고 가위로 자해를 하는 등으로 위협하여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한 후 강간하여 상해를 입히고, 재차 강간한 것인바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 (강간치상)
-2021노1593

위 사례에 따르면, 해당 피고인은 2004년 같은 범죄로 징역 3년, 2011년에는 징역 4년, 2016년 강간미수죄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후 전자발찌를 착용한 상태였다. 위 범행은 그가 마지막 형기를 마친 지 6개월 만에 일어났다. 판결문에 따르면, 그는 반성하지 않는 태도로 이번 범행을 부인하면서 오히려 피해자의 행동을 비난하고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했다. 다만 출소 후 나름대로 갱생을 보이다가 술에 취하여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이 참작되어 이번에는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이번 달에 발생한 '편의점 강도살인'과 비슷한 사건도 있다.

 
 2020고합1018 판결문 일부
2020고합1018 판결문 일부 ⓒ 대한민국법원
 
피고인은 편의점에서 미리 구입하여 온 흉기인 칼을 꺼내어 피해자의 가슴에 들이대면서 마치 피해자를 찌를 듯이 위협하는 방법으로 반항하지 못하게 한 후, 금고 안에 들어 있던 현금 45만 원을 빼앗아 갔다. (특수강도)
-2020고합1018

위 사례는 특수강도죄로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가석방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다시 일어난 범행이다. 이 또한 마찬가지로 전자발찌를 착용한 상태에서 재발한 범죄였다. 인격장애가 참작되어 이번에는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한편, 경찰에 발각되기 전까지 전자발찌 착용 상태에서 범행을 수차례 저지른 사건도 있다.

 
피고인은 성폭력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3회나 있고, 특히 2010년 5세, 6세의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강제추행 범행을 저지르는 등의 범죄사실로 징역 10년 및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 20년을 선고받아 2020년 그 형의 집행을 종료하였음에도 출소한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그것도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한 상태에서 재차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
-2021고합31

피고인은 2003년부터 3차례 미성년자 강간·강제추행 범죄를 저질렀고 다 합쳐 14년을 복역했다. 그럼에도 출소 1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2주간 동종범죄 4회를 저질렀다. 그중엔 7세· 8세의 피해자도 있었다. 그는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또 다른 사례의 경우, 범죄 수위가 점차 강해진 경우도 있었다.

 
 2021고합289 판결문 일부
2021고합289 판결문 일부 ⓒ 대한민국법원
 
피고인은 누범기간 중임에도, 피해자 L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하였으나 거절당하자 피해자 L의 목을 졸라 살해하고, 피해자의 재물을 강취하였다. 이후 피해자 D로부터 "돈을 갚지 않으면 신고하겠다"는 말을 듣게 되자 피해자 D의 목을 졸라 살해하였다. (살인)
-2021고합289

1997년 강도강간죄, 2006년 강도죄를 저지른 해당 피고인은 출소 후 3개월 만에 2명을 연쇄 살인했다. 그는 당시 전자발찌를 절단해 분리된 상태였으며, 경찰은 결국 또 한 명의 피해자가 추가로 발생한 후에야 그를 체포할 수 있었다.

전짜발찌에도 다시 범행을 저지르는 이유는 어디 있을까. 최근 2년간 발생한 이러한 사건들에 대해 최종술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전자발찌는 심리적 억제를 주기 위해 부착하는 것"이라며 "(이미) 기존에 범죄에 성공한 경험이 많은 이들은, 전자발찌 착용 자체가 (그런) 억제력을 주지 못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발찌 착용, 억제력 못 주는 경우도... 관리인력이 적은 것도 문제"

어떻게 전자발찌를 착용하고도 강력범죄를 저지를 수 있었던 걸까. 최종술 교수에 따르면 전자발찌에도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전자발찌를 훼손하지 않고, 정해진 주거 지역 내에서 범죄를 저지르면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전자발찌 부착자의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전자발찌 견고성 문제와 관리·감독 인력 부족 문제가 지적된다"라며 "하지만 가석방 확대에서부터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집단감염 방지와 수용시설의 과밀화 등의 해소 목적으로 가석방 인원이 크게 증가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21년 가석방 인원은 총 9390명으로, 2005년 이후 가장 큰 규모를 기록하기도 했다. 모든 가석방자에게는 전자장치(손목형·발목형 등)가 조건부로 부착된다.

최 교수는 "가석방 확대와 감독 인력 확대, 전자발찌 견고성 강화 등의 대책이 함께 나왔어야 한다"라며 "전자감독 대상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그들을 관리하는 인력은 그대로였기에 최근 사건들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라고 말했다. 재범을 막으려면 가석방 대상자 심사부터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가석방자들을 사회에 바로 내보내기 전에 유사 보호수용제도 등으로 단계를 한 번 거치는 방법도 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낮에는 생업에 종사하고 밤에는 수용소에 들어와 보호받는 것이다. 그는 또 전자발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첨단 기술을 활용한 '지능형 전자감독 시스템'의 도입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전자발찌 부착자가 과거 범죄 수법과 비슷한 행동 패턴을 보였을 경우 행동 감응형 장치가 반응해 감독기관에 통보되는 식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적절한 관리 대책 없이 전자발찌만을 부착해 범죄자들을 석방하는 것은 결국 시민을 상대로 한 범죄 위험을 높일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편의점강도살인#전자발찌형량#전자발찌#판결문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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