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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2월 27일 오후 4시 50분]

약 15분 동안 '검사' 한동훈은 "이재명 시장의 토착비리"를 강조했고, '대표' 이재명은 4분 20초 동안 "수사가 사건이 아닌 사람을 향하고 있다. 사법사냥"이라고 항변했다.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김진표 국회의장은 "의사일정 제1항 국회의원 이재명 체포동의안을 상정한다"며 의사봉을 세 번 두드렸다. 곧이어 "한동훈 법무부 장관 나오셔서 체포동의요청이유를 설명해주길 바란다"는 그의 말에 한 장관이 성큼성큼 단상 위로 올라왔다.

한 장관은 준비해온 원고를 펼친 뒤 빠른 속도로 읽어 내려갔다. 본회의장은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 국민의힘 의원, 못마땅한 표정의 민주당 의원 등으로 벌써부터 장내는 어수선했다.

한동훈 "시민에겐 단군 이래 최대 손해... 지역토착비리"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 "이재명 체포동의" 요청 이유 설명하는 한동훈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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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부를 대표하여 국회의원 이재명에 대한 체포동의요청 이유를 말씀드리겠다."

한 장관은 대장동 사업을 "미리 짜고 내정한 김만배 일당에게 고의로 헐값에 팔아 넘긴 것이고, 그래서 개발이권의 주인인 성남시민에게 천문학적인 피해를 준 범죄"라고 말했다. 이어 "비유하자면 영업사원이 100만 원짜리 휴대폰을 주인 몰래 아는 사람에게 미리 짜고 10만 원에 판 것"이라며 "여기서 주인은 90만 원의 피해를 본 것이지, 10만 원이라도 벌어준 것이 아니냐는 변명이 통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 장관은 또 "위례·대장동 사업에서 이 시장 측은 '다양한 사기적 수법들'을 동원했다"며 "그런 '사기적 내통'의 결과 대장동에서 김만배 일당은 투자금으로 3억 5000만 원을 투자하고 그 2000배가 넘는 7886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수익을 실제로 챙겼다"고 말했다. 그는 "성남시가 땅 작업에 수용권을 행사해주고 인허가 원하는 대로 책임져주고 경쟁자까지 막아줬다"며 "시민 입장에선 '단군 이래 최대 치적'이 아니라 '단군 이래 최대 손해'란 말이 어울린다"고 주장했다.

한 장관은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관련해서도 "해결해야 할 현안이 있는 만만한 관내 기업체를 골라서 이 시장 측이 먼저 흥정을 걸고 뇌물을 받았다는 것이 이 범죄혐의의 본질"이라고 했다. 또 "일각에서는 이 시장 본인이 돈 직접 받지 않았으니 죄 없다고 아직도 주장하지만, 제3자 뇌물죄는 본인이 한 푼도 받지 않아야 하는 것이고 한 푼이라도 받으면 단순 뇌물죄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표는 웃으며 그의 발언을 듣고 있었다. 

한 장관은 성남시 내부 문건 등 물적 증거뿐 아니라 관련자들의 진술 또한 방대하다고 강조하며 "한두 명의 입에 의존하는 수사가 아니다"라고도 말했다. 이미 이 대표의 최측근, 정진상 전 정무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물론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최근 재구속까지 된 만큼 "'다 소설이고, 조작이고, 증거도 없다는 주장, 불법이 없었다는 주장'을 할 단계는 이미 지나갔다"며 이재명 대표의 발언을 정면으로 받아쳤다.

그는 약 15분 동안 체포동의요청 이유를 설명하는 내내 줄곧 '이 시장' 또는 '성남시장'이라는 표현을 썼다. 43번째로 '시장'이란 말을 쓸 때는 "제가 지금까지 설명 드린 어디에도 '민주당 대표 이재명'의 범죄혐의는 없다. 오직 '성남시장' 이재명의 지역토착비리 범죄혐의만 있을 뿐"이라며 "어떤 결정이 2023년 대한민국의 상식과 법에 맞는 것인지 우리 모두 알고 있다"는 말로 끝맺었다. 

웃으며 듣던 이재명... "해괴한 억지, 정치적 언어만 가득"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신상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 신상발언 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신상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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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 단추를 푼 채 한동훈 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던 이재명 대표가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단상에 올랐다. 그는 "국가적 위기와 민생 고통이 어느 때보다 큰 지금, 안타까운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뚜렷한 혐의도 없이 제1야당 대표를 구속시키려는 헌정사상 초유의 이번 사태는 대한민국 정치사에 역사적인 한 장면으로 남을 것이다. 영장 혐의내용이 참으로 억지스럽다"고 반박했다. 

"개발이익 중 70%를 환수 못했으니 배임죄라는데, 70%는 대체 어디서 나온 기준인가? 대법원도 번 돈이 5503억 원이라고 판결했는데 검찰은 여전히 1830억 원이라고 우긴다. 시 예산으로 운영되는 산하기업(성남FC)의 광고수입이 어떻게 뇌물이 될 수 있는가? 50억 클럽은 면죄부를 주고, 도이치모터스는 수사하지 않는 윤석열 검찰이 이재명은 반드시 잡겠다고 검사 60여명을 투입해 근 1년 간 탈탈 털고 있다."

이 대표는 "수사가 사건이 아닌 사람을 향하고 있다. 목표물을 잡을 때까지 하는 사법사냥"이라며 "그런데 검찰에 목이 잡혀 궁박해진 이들의 바뀐 진술 말고는 그 장기간의 대규모 먼지털이 수사에도 아무 증거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무죄 추정, 불구속수사원칙은 차치하더라도 소환요구에 모두 응했고 주거부정, 증거인멸 우려 같은 구속사유도 없다"며 "제1야당 대표라 구속해야 한다는 등의 해괴한 억지와 정치적 언어만 가득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권력자가 국가위기와 국민고통을 외면한 채 권력을 사적으로 남용하는 것은 주권자에 대한 배반이자 민주공화정에 대한 도전"이라며 "주권자를 대신하여 국회가 내릴 오늘 결정에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앞날이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무리 깊어도 영원한 밤은 없다. 매서운 겨울도 봄을 이기지 못한다. 진실의 힘을 믿겠다. 국민과 역사의 힘을 믿겠다"며 체포동의안 부결을 호소했다.

체포동의안 가부 투표 이후 2시간이 넘게 무효표 처리를 놓고 합의에 이르지 못하던 여야는 4시 40분께가 되어서야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는 가 139표, 부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로 '과반수 찬성'에 미달한 부결이었다.

태그:#이재명, #한동훈, #윤석열, #검찰,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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