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본인의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본인의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예상했던 부결이었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국회의원 이재명 체포동의안은 총 투표수 297표중 가 139표, 부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로서 부결됐음을 선포합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27일 국회 본회의장, 민주당 의원 169명 전원이 참여했지만 '압도적 부결'은 없었다. 국민의힘 114명, 정의당 6명, 시대전환 1명은 물론 18명이 더 참여했다. 여기에 기권·무효까지 합하면 최대 38명의 민주당계 의원이 '단일대오'를 거부했다는 뜻이었다. 이후 취재진을 만난 이 대표는 "당내와 좀더 소통하고 많은 의견을 듣겠다"는 말로 애써 난감함을 감췄다. 하지만 대표실로 향하는 그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당 밖에서도 "충격"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민주당에서) 최소 30표 이상 이탈했다"며 "무소속 의원까지 합치면 이탈의 폭이 상당히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대로 가면 총선 전망이 어둡다'는 인식이 널리 퍼진 것 같다"며 "이 대표가 그동안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고, 사법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서 강경일변도로 밀어붙인 것 등에 따른 불만이 나타났다"고 봤다.

엄 소장은 "다만 기권이나 무효로 표가 적절하게 분산됐다"며 "이재명 대표를 향한 경고다. '구속은 막지만, 정말 많이 변하라'라는 의원들의 마음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가 더 문제"라며 "당 지지율이 더 떨어지거나 총선 전망이 더 어두워진다면 사법리스크와 맞물리면서 지도체제 전환 요구 등으로 방향을 틀 수 있다. 이 대표가 변하고, 당과 본인의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이 대표 사퇴 후) 비대위로 가는 것을 어떻게 막겠나"라고 했다.

30명 이상 이탈... "이재명을 향한 경고"

김민하 시사평론가도 "예상을 벗어났다"며 "무효, 기권 다 누가 찍었겠나. 심지어 민주당에서 찬성표(가)를 찍은 사람이 있다는 것 외에는 설명이 안 되는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대로 총선까지 간다면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과 검찰이 원하는 쪽으로 끌려가는 것 외에는 길이 없다"며 "그걸 안 하려면 여기서 끊어야 한다. 앞으로 무게 중심을 검찰 수사가 아니라 당이, 한국 사회가 어떻게 가야 하나로 옮겨야 한다"고 했다.

김 평론가는 "사실 대표로 뽑힐 때도 다들 검찰 수사 상황을 알면서도 뽑았다"며 "그건 그런 (의제 중심의) 공간을 이재명의 정치가 어떻게든 만들 것이란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지금까지 그걸 못 보여줬다"며 "'민주당 뭐해?' 하면 검찰하고 싸우거나, 국회에서 밀어붙이거나 계속 이 두 개밖에 없었다. 그런 점에서 '총선까지 이재명이 무엇을 내놓을까' 하는 면에서 상당히 신뢰가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이날 열린 본회의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 결과 297명 중 찬성 139명, 반대 138명, 기권 9명, 무효 11표로 부결됐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을 선포하고 있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이날 열린 본회의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 결과 297명 중 찬성 139명, 반대 138명, 기권 9명, 무효 11표로 부결됐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을 선포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비명계 의원들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다. A의원은 "'이탈표'가 아니라 당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라며 "비명계 의원들이 최근 이 대표와 만날 때마다 '선당후사', '지금은 부결시켜도 이대로는 안 된다'고 얘기했는데도 이 대표는 23일 기자간담회에서 똑같은 태도를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그는 "다들 '이렇게는 선거 못 치른다, 이런 리더십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분당' 식으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이 대표는 오늘 표결의 의미를 잘 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B의원도 "기자간담회를 보니 '비주류 의원이 그렇게 얘기해도 단 하나도 고민하지 않은 건가' 싶었다"며 "이 지도부는 의원들을 설득할 생각이, 그럴 사람이 전혀 없다"고 답답해했다. 그 또한 국민의힘이 이번 결과를 '정치적 탄핵, 사망선고'라고 비유하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하지만 "당을 분열시키려고 했다면 아예 가결시켜버렸을 것"이라며 "이 대표와 지도부는 이 자체를 '도저히 우리랑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네' 이런 식으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했다.

결국 비명계의 요구는 '현재 판을 깨야 한다'로 정리할 수 있다. B의원은 "기자들도, 원로들도 '이번엔 이렇고 다음엔 어떻게 할 것인가' 아니냐"며 "'지금까지 이재명 대표가 이 사안을 다룬 태도나 방식으로는 도저히 윤석열 정권이 쳐놓은 함정에서 우리가 빠져나올 수 없다. 이 상황을 완전히 엎어버리라'는 요구"라고 정리했다. 또 "오늘 결과가 오히려 당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이라며 "우리가 '단일대오'로 쭉 갔으면 '역시 민주당은 안 된다''고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판을 깨달라'지만... '분열'의 신호탄 될까

유일한 비명계 최고위원, 고민정 의원은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지도부가 가고자 하는 반향에 대한 설득도 필요할 것 같아서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긴 했는데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 "현재 저를 포함한 지도부에 대한 경고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당연히 부결될 것이다'라는 발언들이 오히려 너무 자만한 것 아닌가"라며 "민주당 의원들은 물론 지지자와 국민들에게까지 명확히 무언가를 보여줘야 될 때가 온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친명계는 '균열' 보다는 '분열'의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우원식 의원은 페이스북에 "35년 몸 담은 내 사랑 민주당이여! 마침내 검사 독재에 문을 열어주려 하는가"라고 토로했다. 김용민 의원은 "대선을 이겼으면 자기가 가장 공이 크다고 하고 다녔을 사람들이 오늘 찬성표를 던졌을 것"이라며 "무엇이 정의로운지는 배우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정치적 야욕에 눈이 먼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을 뿐"이라고 했다. 민주당에 다시 방향 모를 바람이 불고 있다. 

[관련 기사]
체포동의안 표결 앞둔 이재명 "깡패 날뛰는 무법천지, 대문 닫아야" https://omn.kr/22uj2
최소 31표 이탈... 이재명 체포동의안 부결, 웃은 국민의힘 https://omn.kr/22w15

#이재명#체포동의안#민주당#검찰
댓글5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