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김건희 여사가 운영한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의 대기업 부정 협찬 의혹에 대해 최종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협찬 기업들에 대해서는 휴대전화 포렌식 등 강제수사를 진행했지만 김 여사에 대해서는 두 차례의 서면조사만 진행하는 데 그쳤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2일 코바나컨텐츠가 주최한 전시회 4건의 협찬 관련 고발사건에 대해 김 여사를 포함해 윤석열 대통령,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전 회장 등 피고발인들을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2015년 '마크 로스코전', 2016년 '현대건축의 아버지 르 코르뷔지에전', 2018년 '알베르토 자코메티전', 2019년 '야수파 걸작전'을 코바나컨텐츠가 개최하면서 대기업으로부터 부정한 협찬을 받은 데 관여한 혐의를 받았다.
윤 대통령은 2018년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냈고 코바나컨텐츠가 야수파 걸작전을 주관할 시기인 2019년에는 검찰총장으로 지명됐다. 당시 기업들의 후원이 크게 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청탁성 협찬 논란이 일었다.
"검찰 수사받던 기업들이 코바나 후원"
앞서 황희석 변호사는 지난 2020년 9월 김건희 여사를 뇌물수수와 청탁금지법위반, 공직자윤리법위반, 업무상횡령 혐의로 고발했다. 윤 대통령에 대해서도 뇌물수수와 청탁금지법위반, 공직자윤리법위반을 적용해 고발했다.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경우 뇌물공여와 업무상횡령을 적용해 고발했다.
황 변호사는 고발장에 '코바나컨텐츠가 주최한 전시들을 열거하며 당시 검찰의 수사를 받던 기업들이 전시회 후원을 한 것은 뇌물이나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변호사는 당시 "윤석열이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던 때인 2019년 6월 13일부터 같은 해 9월 15일까지 김건희는 '야수파 걸작선'이라는 전시회를 개최했다"며 "(당시) 우리금융그룹과 GS칼텍스, 도이치모터스 등 17개 회사가 협찬 명목으로 거액을 지급했다. 이는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2016년 9월 이후다. 2017년 6월경 서울중앙지검장에 취임한 윤석열과 김건희가 공모해 협찬 명목으로 거액을 수수했다고 볼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 고발로 이들 전시회 4건에 대한 협찬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가 시작됐지만 이날 무혐의 처분됐다.
앞서 검찰은 코바나컨텐츠가 2016년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예술의 전당에서 연 '현대건축의 아버지 르 코르뷔지에전'과 관련한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2021년 12월 30일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해당 전시회는 도이치모터스와 삼성카드, 컴투스 등 23개 기업이 협찬했다.
검찰 "후원만으로 대가성 인정 안 돼"
2일 기자들과 만난 검찰 관계자는 무혐의 처분과 관련해 부정 청탁이나 대가성을 판단할 증거가 불충분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이) 후원했다는 것만으로 대가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면서 "증거상 확인이 돼야 하는데 이번에 진행된 협찬은 통상적인 공연전시에서 이뤄지는 것과 동일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라고 밝혔다.
이어 "공연전시 분야에서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마케팅을 목적으로 한 계약에 따라 협찬금 반대급부로 홍보물 광고, 입장권 제공 등이 실무자들 사이의 협상을 거쳐 공식적으로 추진됐다"라며 "형사 사건 등과 관련한 직무 관련성이나 부정한 청탁, 대가성을 판단할 만한 증거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통상의 경우처럼 전시회를 통한 홍보 효과 등을 노리고 협찬금을 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전시회 협찬사 중에는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대상 기업도 있었다. 검찰이 구체적인 내용은 함구했지만 수사 대상 기업들 가운데 검찰로부터 불기소 처분을 받은 곳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방식이나 목적 등 대가성 청탁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다 확인했지만 협찬은 마케팅 목적의 협찬 계약에 따라 그 반대급부로 이뤄진 것"이라면서 "사건에 관한 대가성 청탁은 확인되지 않아 혐의 없음으로 처리를 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날 검찰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던 시절 협찬사 수가 4개에서 40개로 늘었다는 의혹에 대해 "총장 추천 이전 대부분 협찬사 수가 정해졌고 협찬 금액도 큰 차이가 없으므로 사실관계가 다르다"며 "협찬금 지급 액수도 그전 전시 협찬과 비슷한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덧붙였다.
김건희 빼고 포렌식 수사한 검찰... "강제수사 필요 없다 판단"
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김건희 여사에 대한 압수수색이나 휴대전화 포렌식 등 강제수사는 진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김 여사에 대한 강제수사 여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없었다"라며 "상대 업체들에 대해서는 강제 수사를 진행했고, 압수된 휴대폰 자료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포렌식이 있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 관계자는 '김 여사의 의혹을 어떻게 확인했냐'는 질문이 나오자 "협찬하게 된 경위를 기업을 통해 확인을 했다"며 "이를 통해 특별한 경우가 있었는지 다 살펴봤다. (김 여사에 대해서는) 강제수사나 출석조사 관련해서 필요 없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김 여사는 대부분의 관계자들이 강제적인 수사를 당할 때 이전 수사팀과 현 수사팀이 각각 한 번씩 진행한 서면조사만 받고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이다.
이번 사건 고발 당사자인 황희석 변호사는 2일 <오마이뉴스>에 "지금 검찰 출신 윤석열 정권에서 대통령 본인이나 배우자에 대한 검찰의 제대로 된 수사결과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고 씁쓸해 했다.
황 변호사는 검찰 불기소에 대한 항고 여부와 관련해 "
항고한다고 해서 지금의 검찰에게 특별히 기대할 수 있겠는가"라며 "대통령과 그 가족의 비위 문제의 진상을 규명하고 처리하는 일은 이제 좁게는 정치권, 넓게는 전체 국민이 논의를 통해 정해야 할 사안으로 생각한다. 특별검사 임명도 그래서 거론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불기소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임오경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각종 범죄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거나 재판 중이던 기업들이 대거 후원했다. 그런데 증거가 없어 무혐의라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면서 "제대로 수사를 했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결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결국 답은 특검뿐"이라며 "민주당은 특검을 통해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관여 의혹을 파헤치고 살아있는 권력도 법 앞에서는 평등하다는 헌법의 원칙을 굳게 세우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검찰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