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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SBS 기자 출신으로 지난 2021년부터 11대 언론노조 위원장을 지내고, 2023년 2월 12대 언론노조 위원장으로 다시 선출됐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SBS 기자 출신으로 지난 2021년부터 11대 언론노조 위원장을 지내고, 2023년 2월 12대 언론노조 위원장으로 다시 선출됐다. ⓒ 유성호
 

"언론들이 저널리즘의 기본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건폭' 등 자극적인 언어를 무작정 받아쓰기만 하고 있어요. 이런 기자들은 앞으로 챗GPT로 쉽게 대체할 수 있을 겁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노조 혐오' 보도를 이어가는 기자들을 향해 "부끄러운 줄 알라, 질문하라"고 소리쳤다. 대통령이나 정부의 입장을 검증 없이 받아쓰기만 하는 보수·경제언론들의 왜곡 보도에 대한 항의였다.

3일 서울 프레스센터 전국언론노동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윤 위원장은 대통령 말 받아쓰기에만 몰입하는 언론들을 두고 "저널리즘의 기본을 안 하고 있다"면서 "이런 기자들은 앞으로 챗GPT로 쉽게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가 언론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간단했다. 저널리즘의 기본을 지키라는 것.

윤 위원장은 "단순히 정부 입장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노조 관행들이 어떤 맥락에서 시작됐는지, 정부 입장이 사실 관계에 부합하는지를 분석하고 평가해야 한다"면서 "윤석열 정부의 노조 때리기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기존 노조를 약화시켜서 다른 노동자들도 불안정한 상태로 끌어내리겠다는 것인데, 기자들이 결국 자기 목을 찌르는 결과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 위원장은 앞으로 노조 혐오와 왜곡 보도와 관련해 노조가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어차피 왜곡은 가만히 놔둬도 한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서 왜곡 자체가 불가능하게 대응해야 한다"면서 "보수 신문 기자들을 다 앉혀놓고 질문하고 토론하고 답하고, 그 과정을 모두 유튜브로 생중계하면 노조 목소리도 알려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의 언론 정책에 대한 평가를 묻자 그는 "정책이 없다"고 했다. 최근 대통령실이 '천공의 관저 개입'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 기자를 고소하는 등 일련의 대응에 대해선 "소송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 언론사에 '까불면 입을 막아버리겠다'는 식의 아주 천박한 대응"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윤 위원장은 SBS 기자 출신으로 지난 2021년부터 11대 언론노조 위원장을 지내고, 2023년 2월 12대 언론노조 위원장으로 다시 선출됐다.

아래는 윤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저널리즘 거세된 언론 '건폭' 보도" 
 
▲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 "대통령 발언 베껴쓰는 기자들, 챗GPT로 대체된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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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연일 노조를 때리고 언론사들은 이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이런 보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념적인 부분을 떠나 언론들이 저널리즘의 기본을 안지키고 있다. 대통령의 말이나 정부의 입장을 전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의 관행들이 어떤 맥락에서 시작이 됐는가를 검토하고, 확인해야 한다. 이런 저널리즘이 거세되고 '건폭' 등 자극적 언어로 노동조합을 악마화시키는 메시지를 증폭시키는 것이 문제다. 노조만 두들겨 패면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권력 기반을 강화할 수는 있겠으나 산업현장에 고착화돼 있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문제, 임금 격차의 문제, 이런 것들을 전혀 해결할 수 없다.

대통령이 말하는 '건폭'은 일방적 주장일 뿐이다. 사실관계에 부합하는지 분석하고 평가해야 한다. 정부의 공신력? 과연 지금 정부가 언론이 무작정 신뢰할만한 공신력을 갖추고 있나. 정부 신뢰도 조사를 해보면 알 것이다."

- 매번 대통령 발언 등이 나오면 쏟아지는 보도량도 엄청나다. 과거에 비해 언론사들이 굉장히 많아졌고 이런 발언들을 일제히 받아쓴다.
 

"언론시장이 많이 왜곡돼 있다. 포털 검색만 되면 언론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형태로 시장이 왜곡돼 있다. 검색 노출은 수많은 매체들의 생존과 직결돼 있다. 언론들이 자극적인 단어를 쓰고 노출이 되면 쉽게 검색이 되고 돈벌이로 연결이 된다. 그러다보니 정치인들의 자극적인 언어를 더 유용하게 활용하고, 정치인들의 말도 더 거칠어질 수밖에 없다. 깊이 있고 사실에 근접한 좋은 기사보다 당장 귀에 꽂히는 보도나 기사가 노출되는 환경이 이런 구조를 더 심화시키고 있다.

'건폭' 매도 등 윤석열 정부의 노조 때리기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기존 노조를 약화시켜서 다른 노동자들도 불안정한 상태로 끌어내리겠다는 거다. 불평등과 고용불안이 더 확대되는 효과를 가져올 뿐이다. 언론들의 노조 때리기도 결국 기자들이 자기 목을 찌르는 행위가 될 것이다."

- 탐사 보도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매체들은 그나마 기존에 있던 전통 미디어들이다. 이 전통 미디어들마저도 수동적인 입장의 보도에 머물러 있는 것도 큰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레거시 미디어 역할이 많이 중요하다. 레거시 미디어들의 탐사 보도 기능, 긍정적 의미의 게이트키핑은 검증할 수 없는 정보들이 넘쳐나는 상황에서도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역할을 한다. 레거시 미디어들이 탐사를 통해 만드는 기사들은 혼란스러운 정보 생태계에서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과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유용한 통로라고 생각한다. 최근 유튜브 등에서 여러 언론들이 주목받고 있지만, 레거시 미디어의 이런 기능들은 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보수언론의 노조 이슈 왜곡 기사, 기자들 불러 공개 토론하자"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정부의 언론 정책과 노조 혐오 보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정부의 언론 정책과 노조 혐오 보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유성호
 

- 이번에 취임하면서 새로 내세운 공약 중에 하나가 '친자본 보수언론 반 노동 허위 정보 유포'에 대한 전면적 개입과 대응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구상은?

"미디어 환경이 변화하면서 언론 환경도 더 나빠졌다. 그런데 언론개혁 운동은 지난 1990년대부터 시작된 안티조선, 보수신문 불매운동 수준에 머물러 있다. 유용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조중동과 경제지를 포함한 언론사들이 노조 이슈와 관련해 일방적으로 자본의 이익만을 대변하거나, 왜곡하는 행위에 대해 거의 대응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 적극적으로 따져 묻고 논쟁하고, 반론권 요구하고 정정보도 청구하면서 잡아나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이 방법이 노동계 목소리들이 반영될 길을 여는 방법이다."

- 그동안 노조 왜곡 보도가 많았기 때문에 노조 일각에선 보수 언론 취재 거부도 하고 있다. 노조가 대응을 하더라도 왜곡은 계속될 것이란 우려도 있지 않나.
 

"위험 부담이 있다. 그런데 왜곡은 가만 놔둬도 한다. 왜곡 자체가 불가능하게 대응하면 된다. 조선일보 기자든, 동아일보 기자든, 중앙일보 기자든 모두 불러 앉혀놓고 질문하고 답하고 논쟁하고, 그 과정을 모두 촬영해서 유튜브 등 다 공개하자. 최근 노조 악마화에 여론이 놀아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일수록 적극적으로 우리 목소리를 알려야 한다."

- 이번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눈에 띄었던 공약이 '자본에 의한 언론자유 침해 및 편집권 유린에 대한 대응책'이다. 구체적인 구상은 무엇인가?

"최근 홍익표 의원실과 우리가 신문법 개정안을 냈다. 거대 자본들이 신문사를 인수할 때 편집 운영 계획서라도 내라는 내용이다. 언론 환경을 보면, 지역 언론을 비롯해 수도권 여러 언론사들의 인수 주체가 거대 자본을 가진 기업들로 바뀌고 있다. 노골적으로 사익을 위해 전파나 지면을 사유화했던 자본들이다. 그러면서 저널리즘의 기본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에, 아주 최소한의 장치라도 두자는 것이다. 최근 경제신문들의 왜곡보도 등은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저널리즘 이슈를 제기하고 현장에서 싸우는 방법 밖에는 없다."

- 사주의 이익, 광고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언론사들은 점점 많아지는 추세다. 사주가 거대자본이 아닌 회사들도 광고주로부터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지난 10년 동안 공영 방송 싸움하느라 상당한 에너지를 투입했고 미디어 환경 변화 속에서는 다수 언론노조 사업장도 역시 똑같은 생존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편집권 독립, 사수와 관련한 이슈를 가지고 싸우기 위한 동력이 많이 소실돼 있다. 지역 언론들은 그런 현상이 더 심각한데 대응이 더욱 안되고 있다. 일단 우리 민주언론실천 활동의 기초 체계부터 다시 바로잡아야 한다. 그 작업을 올해 상반기 중 진행하려 한다."

"정부여당, 공영방송을 전리품으로 여겨... 정치권 입김 막아야"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대통령 말 받아쓰기에만 몰입하는 언론들을 두고 "저널리즘의 기본을 안 하고 있다"면서 "이런 기자들은 앞으로 챗GPT로 쉽게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대통령 말 받아쓰기에만 몰입하는 언론들을 두고 "저널리즘의 기본을 안 하고 있다"면서 "이런 기자들은 앞으로 챗GPT로 쉽게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 유성호
 

- 윤석열 정부 언론 정책이 뭔지 사실 불분명하다. 그래도 윤석열 정부가 언론을 대하는 기조를 평가를 해본다면?
 

"윤석열 정부의 언론 정책? 없다. 특히 공영방송 문제를 둘러싸고 이제 국민의힘 내부의 인식 수준을 보면 참담하다. 정권이 바뀌었는데 '우리가 아직 하나도 못 먹고 있다'는 말들을 거리낌없이 하는데, 공영방송 사장과 이사 자리를 권력의 전리품처럼 여기는 저급한 인식이다. 언론 환경은 계속 왜곡되고 있는데, 오히려 자본의 언론 소유 제한 등을 대폭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구성할 것이 너무 뻔하게 보여 앞으로도 별 기대는 하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 집권 이후 공영방송에 대한 부당한 정치적 공격, YTN 사영화 추진 등을 보면, 이명박 정부의 재탕이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만 든다."

- 기자들에 대한 수사와 소송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대통령실은 '천공의 관저 개입'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 기자들을 고발했다.
 

"입막음 소송이다. 국방부 대변인 출신 인사가 쓴 책의 내용을 보도한 것인데, 나름 보도 가치가 있었다고 본다. 그런데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 고발을 했다? 일단 대통령실이라는 기관 자체가 명예훼손 소송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판례도 있다. 그러니까 소송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 언론사에게 까불면 입을 막아버리겠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거다. 아주 천박한 대응이다."

- 방송법 개정안(공영방송 이사회 임원을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언론 직능 단체에도 부여하는 내용)과 관련해 언론노조는 국회에 신속한 처리를 요구해오고 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측에서는 언론노조 장악법이라면서 법안 통과를 막고 있다. 국민에게 이 법의 필요성을 설명한다면?
 

"지금 공영방송은 집권 여당이 챙겨야 할 전리품처럼 여겨지고 있다. 공영방송이 정치적으로 휘둘리게 되면, 국민들은 정보의 불량식품을 먹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 가능성을 제거하려면 정치권의 입김이 공영방송에 미치는 영향력을 최소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시민사회 영역의 목소리, 식량 문제, 기후위기 문제, 젠더 이슈 등이 공영방송 네트워크에서 다뤄지고 정보로 제공될 수 있는 지배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방송 제작의 3대 요소는 보도, 제작, 기술이다. 각기 전문성을 가진 직능단체들이 이사들을 추천해, 낙하산가 아닌 전문 인사에게 공영방송을 맡기자는 취지의 법이다."

- 언론 환경을 보면 저널리즘적 역량을 갖추고 노력하는 기자들보다는 무작정 받아쓰고 베끼는 기자들이 많다. 사실 챗GPT가 기사를 더 빨리, 정확하게 쓰는 시대에서 기자 노동자들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어려운 문제지만, 하나의 원칙으로 다 설명할 수 있다. 저널리즘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가면 언론인들이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을 것이다. 소위 대통령의 '건폭' 발언을 베껴쓰기만 하는 기자들은 챗GPT로 아주 쉽게 대체될 것이다. 기자가 검증하고 따져 묻고 객관적 실체를 확인하고 하는 추적, 탐사보도를 해나가려는 노력을 한다면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노력을 하는 저널리스트는 챗GPT 시대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 저널리즘 고유의 가치는 기계가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윤창현#언론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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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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