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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6월 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양호 부장판사)가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이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소 각하(패소)‘를 결정하자 리화수 전국공공운수노조 부산지역본부장이 9일 부산 동구 강제징용노동자상 앞에서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리 본부장의 부친은 일제강점기 시기 강제동원된 조선인 노동자였다.
 지난 2021년 6월 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양호 부장판사)가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이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소 각하(패소)‘를 결정하자 리화수 전국공공운수노조 부산지역본부장이 9일 부산 동구 강제징용노동자상 앞에서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리 본부장의 부친은 일제강점기 시기 강제동원된 조선인 노동자였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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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윤석열 정부가 일본 정부와 전범기업의 사죄·배상이 빠진 '제삼자 변제' 방식을 골자로 하는 해법을 발표하자, 강제동원 노동자의 후손은 "피해자와 유족을 두 번 세 번 또 고통받게 하는 것과 같다"라며 분노를 참지 못했다. (관련 기사: 일본 사과·배상 빠진 한국 주도 배상 공식화 https://omn.kr/22yqd)

그는 기자와 대화를 나누며 "제2의 이완용", "이런 괴물" 등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정부가 공개한 해법안을 한 자도 받아들일 수 없단 태도였다.

리화수 공공운수노조 부산지역본부장의 부친은 일제강점기인 1940년대 18세의 나이로 홋카이도 탄광에 강제 동원돼 고초를 겪었다. 해방 이후 어렵게 고국으로 돌아왔지만, 일제 수탈의 흔적은 아버지를 병들게 했다. 리 본부장의 부친은 한평생 아픔을 견디다 일본의 사죄배상을 확인하지 못한 채 1991년 겨울, 세상을 떠났다.

아들은 아버지가 생전 마지막 남긴 이야기를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탄광에서의 가혹한 노동을 떠올리며 '아직도 배가 고프다'는 말을 여러 번 하셨다는 것이다. 리 본부장은 일본의 진정한 사죄배상의 필요성을 돌려 말한 것으로 풀이했다.

이들의 원한과 고통은 끝나지 않았지만, 정부는 지난 삼일절 일본을 향해 "과거의 군국주의 침략자가 아닌 새로운 파트너가 됐다"라고 언급했다. 그리고 6일 "미래지향적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라고 화해, 선린우호 협력을 앞장세웠다.

이를 두고 리 본부장은 '만약 아버지가 살아있다면 벌떡 일어나 일갈을 했을 것'이라고 봤다. "도대체 누구의 후손이냐. 누구의 정부냐"라며 회초리질이 필요하다고 핏대를 세웠을 것이란 얘기다. 가해국은 뒷짐을 지고, 되레 피해국이 해법찾기에 골몰하는 이런 상황으로는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가 끝날 수 없기 때문이다.

리 본부장은 지난 2021년 김양호 서울중앙지법 판사가 강제동원 유족들이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소 각하 결정을 내리자 '아버지가 이 꼴을 보셨다면...'이라는 제목의 반박문을 <오마이뉴스>에 게재한 바 있다. (관련 기사: 일제강제징용노동자의 후손이 피눈물 흘리며 쓴 글 https://omn.kr/1ttt0)

<오마이뉴스>는 정부 발표가 나오자 이날 오후 전화로 리 본부장과 인터뷰를 나눴다. 다음은 그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 몽둥이질 해서라도 정신 차리게 해야"
 
박진 외교부 장관이 2023년 3월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을 발표하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2023년 3월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을 발표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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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이번 발표를 보며 어떤 심경이 들었나?

"윤석열 대통령,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두 번 세 번 죽이는 꼴이다. 지옥의 문을 또 열었다. 발표문 전체가 실망스럽다."

- 지난 강제동원 문제 때 부친의 일화를 전한 적이 있는데, 만약 아버님이 살아계셨다면 어떤 말을 했을 것 같나?

"부친께서는 생전에 강제동원 기억을 떠올리며 '아직도 배가 고프다. 제발 제대로 된 밥 한술 뜨면 한이 없겠다. 왜놈들아! 밥이나 먹이고 일을 시켜라. 고통스럽다'고 이야기하셨다. 분명한 사죄배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나라와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번 발표를 봤다면 벌떡 일어나 도대체 누구의 후손이냐. 누구의 정부냐. 그러기에 이런 발표를 하느냐고 말씀할 것 같다. 윤석열 정부와 정부 관계자들을 몽둥이질, 회초리질 해서라도 정신을 차리게 해야 한다고 했을 것이다."

- 정부 발표에 어떤 부분이 문제인가?

"일제 전범기업에 배상을 하라고 대법원이 판결했는데, 이를 포기하면서 일본을 배려하고 있다. 제삼자 변제 방식 해법은 (피해자들에게) 채권자의 권리를 포기하라는 것과도 같다. 국가가 필요한 이유를 부정하고 있다."

- 박진 외교부 장관은 미래지향적 관계를 강조했는데?

"미래지향적으로 가려면 당연히 과거사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 그 반성하는 방법의 하나가 대법원 확정판결 이행이다. 배상금을 전범기업들이 일부든 전체든 책임을 지고, 이를 이행해야 한다. 그것부터 하지 않고 제삼자 변제 방식으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또 고통을 주고 있다. 이미 돌아가신 분들에게는 면목이 없다."

- 지난 삼일절 대통령 기념사도 논란이 됐다. 보셨나?

"내용을 읽었다. 한마디로 제2의 이완용이 도래한 것 같다고 말하고 싶다. 해방 이후 정리하지 못한 친일의 잔재가 오늘날 이런 괴물을 만들었다. 그게 우리의 자존심과 자긍심을 훼손시키는 상황이 된 거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 일본에 하고 싶은 말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전범기업은 과거 강제동원을 통해 군수물자를 만들며 세계 굴지의 업체가 됐다. 가혹한 노동착취와 수탈의 결과다. 도의적이든, 형사적이든 분명하게 책임지는 모습 없이 세계적인 기업을 말하지 말라.

일본 정부는 독도를 자기 땅이라 우기고, 강제동원 문제까지 부정하는 것을 중단하라. 과거에 침략 침탈의 역사를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

태그:#강제동원피해자, #외교부, #윤석열,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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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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