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12일(수)에 알바연대는 대선을 앞두고 각 선거캠프들에 '알바노동자 보호법' 제안서를 배포하였다. 알바노동자들의 물리적 안전, 사회적 안전, 경제적 안전을 보장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던 '알바노동자 보호법' 제안서에 대해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오준호, 이백윤 선거캠프에서 답변을 받았었다. 현재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는 윤석열 당시 후보의 선거캠프에서는 1월 20일(목)에 '원희룡 정책총괄본부장 공보담당' 명의로 '알바노동자 보호법' 제안서에 대한 답장을 보내주었다.
앞서 물리적 안전, 사회적 안전을 중심으로 제안서 답변을 상세히 살펴보았고 마지막으로 경제적 안전을 중심으로 제안서 답변을 검토해보았다. 경제적 안전에 대해서는 크게 3가지를 제안했는데 임금체불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 노동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시간의 노동시간 인정, 생계 유지를 넘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경제적 안전의 보장이었다.
이 제안들은 최근 상생임금위원회를 필두로 '임금 격차'를 강조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에게 중요한 내용들이다. '임금 격차'라는 기준에서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이 주휴수당, 연장근로수당 등의 추가수당 없이 최저임금만을 받는 알바노동자를 비롯한 비정규불안정노동자들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최저임금 미달을 비롯한 체불임금 발생도 이들에게서 가장 빈번하게 나타난다는 것을 감안하면 '임금 격차'를 해소하고 싶은 이번 정부에게 이들에 대한 제도 개선은 필수적인 부분이다.
임금체불 방지 방안
우리나라의 체불임금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2009년에 처음으로 체불임금 규모가 1조를 초과한 이후로 매년 1조를 초과하였다. 심지어 이 액수는 신고된 체불임금만을 집계한 것으로 신고비율이 낮은 알바노동자들의 체불임금까지 고려하면 실제 체불임금의 규모는 1조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임금체불을 겪는 노동자의 비율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미국, 일본에서 임금체불을 겪는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0.2~0.6% 수준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1.7%에 달한다. 체불임금 근절은 매년 말만 반복될 뿐, 제대로 성과를 낸 적이 없다.
체불임금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알바연대에서는 임금체불에 대해서 사용자와 함께 가맹본부도 공동책임을 지도록 할 것과 청소년알바노동자에 대한 임금체불 가중처벌을 제도화할 것을 제안하였다. 가맹본부의 체불임금 공동책임은 건설업계에서 하청노동자에 대한 임금체불을 원청업체가 공동책임을 지도록 해놓은 것을 다른 업계로도 확대하자는 제안이고 청소년알바노동자에 대한 임금체불 가중처벌은 점차 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청소년알바노동자와 그에 대한 임금체불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제안이었다.
윤석열 당시 후보의 선거캠프에서는 가맹본부의 임금체불 공동책임에 대해 가맹본부를 제대로 감독할 수 있도록 가맹사업법 등 관련 제도를 보완할 것이며, 가맹본부에 고용된 노동자들의 초기업별 노조와 가맹본부의 교섭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경사노위와 같은 사회적 대화기구가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했었다.
하지만 최근 발의된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가맹본부와 가맹점사업자의 관계만을 언급할 뿐, 가맹점에서 일하는 노동자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초기업별 노조와 가맹본부의 교섭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한 경사노위의 김문수 위원장은 갈수록 반노조, 반헌법적 모습만을 보일 뿐, 후보 당시에 선거캠프가 약속했던 움직임은 전혀 보여주지 않고 있다.
청소년알바노동자에 대한 임금체불 가중처벌에 대해서는 '청년알바존중법'을 만들어 알바노동자들이 사업주의 임금체불과 같은 부당행위에 대해 신속한 권리구제 절차를 마련하고 근로감독을 강화하겠다는 답변으로 대체하였다.
아직 '청년알바존중법'에 대해서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지만 최근 고용노동부가 "2023년도 근로감독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사업주의 부당행위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적극적인 기획감독과 선제적 직권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말하였다. 이것이 얼마나 효과를 가져올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노동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시간의 노동시간 인정
2021년에 '맥도날드에게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는 대책위원회'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맥도날드에서 알바노동자들의 유니폼 환복시간을 노동시간으로 계산하지 않아 미지급한 임금이 연 140억에 달했다고 한다. 이는 맥도날드 이외의 많은 사업장에서도 발생하고 있는 일이었기에 환복시간이 온전히 노동시간으로 계산될 수 있도록 조치가 필요함을 제안하였다.
윤석열 당시 후보의 선거캠프에서는 "우리 판례의 태도이기도 하다"라고 말하며, 노동시간으로 인정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제대로 노동시간으로 인정되도록 관련한 지침을 개정하고 행정지도와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답하였다.
하지만 알바연대에서 진행했던 '2022 알바노동자 노동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환복시간 급여 지급 여부에 대해 물어본 결과, 지급받았다고 답한 비율이 13.4%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지급받지 못했다고 답한 비율이 22.1%로 확인되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고용노동부의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경제적 안전의 보장
알바연대에서는 청년알바노동자들에게 생계 유지를 넘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경제적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기본소득 도입을 제안하였다. 이에 대해 윤석열 당시 후보의 선거캠프에서는 기본소득은 불가능하며, 기초생활보장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현재 청년들의 상황은 정말 암울한 상황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 외식물가 상승 등 청년들에게 경제적 타격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제대로 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후보였던 당시에 말한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을 비롯한 최저임금에 대한 공격까지 생각하면 청년알바노동자들은 미래를 설계하기는커녕, 생계 유지조차 쉽지 않아질지도 모른다.
정말로 윤석열 정부가 청년들이 미래를 안정적으로 설계하면서 사회의 중추로 성장하기를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임금체불 방지, 제대로된 노동시간의 인정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며,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경제적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방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