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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 영일만 북파랑길에는 역사적 의미를 담아 만든 전망대가 한 곳 있다. 청하면 이가리 간이해수욕장 인근에 위치한 이가리 닻 전망대이다. '닻'은 배를 한 곳에 정착시키기 위해 쇠줄에 매단 갈고리 형태의 기구를 말한다.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 수호의 염원을 담아 만든 이가리 닻 전망대 모습(2023.3.5)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 수호의 염원을 담아 만든 이가리 닻 전망대 모습(2023.3.5) ⓒ 한정환
 
이가리 닻 전망대는 명품 해양문화관광도시 포항의 특색에 걸맞게 닻을 형상화하여 만들었다. 닻의 뾰족한 부분이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를 향하고 있다. 독도까지의 직선거리는 약 251km로 국민의 독도 수호 염원을 담았다. 2020년 5월 준공한 이후 지금까지도 국내외 관광객과 시민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다.

이가리 마을의 유래

'이가리(二加里)'라는 마을 이름은 조금 생소하고 특이하다. 마을의 유래는 두 가지 설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옛날 청진과 백암의 갈림길에 두 명의 기생이 터를 잡고, 오래도록 마을을 개척하면서 살았다 하여 지어진 지명이라고 한다.

또 다른 설은 도씨와 김씨 두 가문이 길을 사이에 두고 각각 집성촌을 일구었는데, 차츰 번성하면서 서로 합하여 한마을이 되었다 하여, 이가리라고 불렀다는 얘기도 전해지고 있다. 정월 보름이면 김씨와 도씨 두 가문의 신위에 제사를 지내고 4년마다 용왕제 굿을 한다.
 
 캠핑의 성지 포항 이가리 간이해수욕장 주변 모습(2023.3.5)
캠핑의 성지 포항 이가리 간이해수욕장 주변 모습(2023.3.5) ⓒ 한정환
 
빨간 지붕 등대 조형물이 포인트
 
포항 드라이브 필수 코스로 손꼽히는 이가리 닻 전망대. 이가리 닻 전망대는 영일만 북파랑길 제3코스 조경대길에 위치해 있다. 불모지를 울창한 숲으로 변모시킨 포항 사방기념공원에서 승용차로 5분 거리에 있는 가까운 곳이다.

[관련기사 : 모범도시숲 인증 받을 만하네... 포항에 무슨 일?]

이가리 닻 전망대 제1주차장 입구는 해송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해안로 바로 옆에 있다. 여기서 500여m 더 가면 이가리 간이해변에 제2주차장도 있다. 제2주차장은 노면이 고르지 못하고, 차박 등 텐트들이 많아 운전할 때 조심해야 한다.
 
 드론으로 촬영한 포항 이가리 닻 전망대 모습
드론으로 촬영한 포항 이가리 닻 전망대 모습 ⓒ 포항시
   
주차장에 내리면 해송 군락과 더불어 바로 앞에는 이가리 닻 전망대가 보이고, 탁 트인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이가리 닻 전망대 입구에서 내려다 본 바다 전망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장시간 운전의 피로를 싹 날려주는 그런 느낌이다.

이가리 닻 전망대 앞은 미세먼지만 조금 있을 뿐, 오늘따라 하늘은 너무 맑고 파랗다. 한마디로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동해바다 풍경이다. 이 멋진 모습 앞에 카메라를 들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앞 바다 풍경도 일품이고, 입구 울창한 푸른 소나무 숲도 시원한 청량감을 준다.
 
 이가리 닻 전망대 빨간 지붕 등대 조형물 모습(2023.3.5)
이가리 닻 전망대 빨간 지붕 등대 조형물 모습(2023.3.5) ⓒ 한정환
   
이가리 닻 전망대는 높이가 10m, 길이가 102m로 그리 길지 않다. 그러나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를 향해 힘차게 유영하는 듯한 모습의 닻 모양이 강렬한 인상을 풍긴다. 전망대 끝자락에 세워진 빨간 지붕의 등대 조형물에도 눈길이 간다. 전망대 아래에서 보면 빨간 뾰족한 지붕 모습이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중세 유럽 분위기의 성(城)과 같은 느낌이다.
 
 사진 포인트인 이가리 닻 전망대 닻 방향키 모습(2023.3.5)
사진 포인트인 이가리 닻 전망대 닻 방향키 모습(2023.3.5) ⓒ 한정환
   
바로 앞에는 닻 방향키가 세워져 있다. 빨간 지붕 등대 조형물과 닻 방향키 앞에는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인생 사진을 남기는 사람들이 많다. 여기가 사진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빨간 지붕과 닻 방향키 중간 부분에는 구멍 뚫린 철판이 깔려 있어 바닷속 모습도 훤히 볼 수 있다. 바닥이 구멍 뚫린 철판이라 밑으로 내려다보면 아찔한 느낌이 들고, 유리판보다 더 스릴감을 더한다.

이가리 닻 전망대는 2020년 12월부터 2021년 2월까지 JTBC에서 16부작으로 인기리에 방영한 청춘 로맨스 드라마 <런온>의 촬영지이기도 하여 더 인기가 높다.

이가리 닻 전망대는 동해안 일출 명소로도 유명하다. 많은 사람들이 수평선 너머로 떠오르는 일출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하지만 안전상의 문제로 이가리 닻 전망대 위에서는 일출 사진을 찍을 수 없다.

강풍, 해일 등 특이사항 발생 시를 제외하고는 이가리 닻 운영시간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하절기 오후 8시)까지만 운영하기 때문이다. 이른 새벽 일출 사진은 해안가 마을에서 찍어야 한다. 이곳이 전망대 위보다 사진이 더 예쁘게 잘 나온다.
  
 이가리 닻 전망대 해안가 거북바위 모습(2023.3.5)
이가리 닻 전망대 해안가 거북바위 모습(2023.3.5) ⓒ 한정환
 
닻줄 같은 목재데크를 따라 한바퀴 돌아 나오면 거북바위 안내판이 보인다. 사진으로 보는 거북바위는 분명 거북이 모양이다. 그러나 이가리 닻 전망대 준공 이후 거친 파도와 태풍 등의 영향으로 머리 부분과 주변 바위들이 움직여서 그런지, 뒷부분에서 보아야 거북이 모습을 하고 있다.

거북이는 예로부터 우리 민족에게 상서로운 동물로 알려져 있다. 장수를 뜻하는 십장생 중의 한 가지로 민화의 소재로도 사용되었다. 해안가로 올라오는 듯한 거북이 모형 주위로 사람들이 다가가 거북이 등을 쓰다듬는 모습도 보인다.
 
 이가리 닻 전망대 계단 아래 모습(2023.3.5)
이가리 닻 전망대 계단 아래 모습(2023.3.5) ⓒ 한정환
   
이가리 닻 전망대를 내려오면 또 다른 운치 있는 풍경이 기다린다. 파도가 심할 때는 눈이 온 듯 온통 주변이 새하얀 물결이다. 왼쪽에는 이가리 간이해변의 모습도 보인다. 날씨가 따뜻해서 그런지 간이해변 주위로 차박과 캠핑을 하며,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겸재 정선이 반한 조경대
 

주말이라 해안가 바윗돌 주변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다. 그중 유독 한군데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해가며 바쁘게 움직인다. 동굴 사진을 찍기 위해서이다. 동굴이 있는 게 아니고, 구멍 뚫린 바위 뒤쪽 좁은 틈으로 비집고 들어가 사진을 찍는다. 이가리 닻 전망대를 배경으로 점프 샷 등을 찍는데, 사진 찍는 모습을 보니 모두가 그 열정이 대단하다.
 
 이가리 닻 전망대 동굴 샷 장소, 빨간 점이 있는 바위틈으로 들어가 촬영(2023.3.5)
이가리 닻 전망대 동굴 샷 장소, 빨간 점이 있는 바위틈으로 들어가 촬영(2023.3.5) ⓒ 한정환
   
동굴 사진은 몇 해 전 어느 사진작가가 바위 아래 조그마한 구멍에 카메라를 넣고 찍은 사진이 각종 소셜미디어에 올라와 화제를 모은 이후, 이곳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사진을 찍는다. 사람들이 아무도 없을 때는 위치를 몰라 찾기가 힘들다. 앞서 다녀간 사람들이 사진 포인트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바위 위에다 조그마한 돌을 많이 얻어 놓았다.

이가리 닻 전망대에서 오른쪽 조경대 방향으로 걸어가면 구멍이 숭숭 뚫린 바위들도 많이 보인다. 작은 바위도 아닌 제법 큰 바위들이 속이 텅 비어 있는 신비한 모습이다. 바위의 모양도 각양각색이다. 바닷속에 있는 몇 개의 바위는 징으로 다듬어 놓은 것처럼 그 모습이 둥근 타원형에 가깝다. 거친 파도의 힘으로 깎이고 깎인 자연의 모습 앞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가리 닻 전망대 해안가에 구멍이 숭숭 뚫린 바위들 모습(2023.3.5)
이가리 닻 전망대 해안가에 구멍이 숭숭 뚫린 바위들 모습(2023.3.5) ⓒ 한정환
   
거기다 푸른 바다는 물이 얼마나 맑은지 바닷속이 훤히 보일 정도로 맑고 깨끗하다. 잿빛 서해 바다와는 다른 동해 바다만의 매력을 마음껏 펼치려는 듯, 파도까지 하얀 포말을 그리며 밀려와 걷는 재미를 한층 더해준다.

해안가 큰 바위 위로 솟아오른 한 그루의 소나무에도 눈길이 간다. 바위에 영양분이 부족하여 크지는 않지만, 단단한 바위 틈을 뚫고 올라온 소나무의 강한 생명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이 반한 조경대 앞바다 모습(2023.3.5)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이 반한 조경대 앞바다 모습(2023.3.5) ⓒ 한정환
   
이가리 닻 전망대에서 400m 떨어진 곳에 '조경대'가 있다. 가는 도중 군사작전용으로 사용하던 해안초소도 만난다. 걷기 좋게 야자매트도 깔려있고, 바위 틈 사이는 시멘트로 계단도 만들어 놓았다. 조경대는 조선시대 진경산수화의 대가인 겸재 정선이 청하현감으로 2년간 머무를 때, 이곳에 자주 와 그림을 그렸다고 전해지는 곳으로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이가리 닻 전망대 주변은 겸재 정선이 증명하듯 풍경이 아름답고, 해외 어느 바다 부럽지 않은 투명한 에메랄드빛으로 그 모습이 멋지고 환상적이다. 만물이 소생하는 따뜻한 봄날. 포항 바다를 조금 특별하게 구경하고 싶다면, 드라마 촬영지에다 연인들의 데이트 및 드라이브 코스로 가장 즐겨 찾는 이곳을 주말 여행지로 적극 추천하고 싶다.

* 찾아가는 길

- 주소 :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청하면 이가리 산67-3
- 입장료 및 주차료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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