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덴소기업 한국 자회사인 한국와이퍼가 경찰을 앞세워 공장 설비를 반출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민생실천모임인 '을지로 위원회'가 15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와이퍼 노동자들을 굴욕적 한일정상회담 제물로 바치지 말라"고 경고하며 공권력투입 중단을 촉구했다.
이날 오전 회사의 청산 해고에 맞서 공장 사수 싸움을 벌이는 한국와이퍼(경기 안산 반월공단) 노동자들과 설비 반출을 돕기 위해 출동한 경찰이 충돌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 일로 노동자 3명이 부상 당해 119구급대에 실려갔고, 4명은 경찰에 연행됐다.
경찰의 공장 진입을 막으려 노동자들은 결사적으로 몸싸움을 벌였지만 불과 40여 분 만에 공장 문은 강제 개방됐고, 회사 측은 기계 분해 등 설비 반출 작업에 돌입했다.
을지로위원회는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정부가 한일정상회담 출국 당일 새벽, 기어코 일본기업의 위법에 생존권을 위협받는 대한민국 노동자들에게 폭력을 자행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국와이퍼 공장에 대한 대규모 공권력 투입이 왜 하필 오늘이었냐, 일본 정부가 불편할까봐 한일 정상회담 앞두고 일본기업에 맞서는 눈에 가시거리같은 한국 노동자들을 정리해준 것이냐"고 꼬집으며 "이게 나라냐, 윤석열 정권은 기시다 정부의 용역업체가 아니라고 부정할 수 있느냐고 국민이 묻고 있다"고 항의했다.
"경찰, 누구 지시로 강제 진압했는지 밝혀야"
을지로위원회는 또한 "통상 행정대집행이나 노사분규 현장에서 질서유지의 업무만 담당하기 때문에 적극적 개입이 어렵다고 스스로 말해온 것이 경찰인데, 오늘은 대규모 병력으로 급습하듯 사유지인 공장에 진입, 일본 덴소그룹의 한국와이퍼 청산절차를 도와주는 사설 경비업체로 전락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한민국 경찰이 일본덴소그룹의 이해만을 보호하는 형태로 움직이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경찰은 왜 오늘 강제진압작전에 가까운 행위를 누구의 지시로 한 것인지 반드시 밝혀야 한다"라고 주장하며 "경찰의 부당한 공권력 남용 행위에 대한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와이퍼는 글로벌 자동차부품회사인 일본 덴소의 한국 자회사로 현재 기업 청산절차를 밟고 있다. 노동자들은 지난 2021년 노동조합과 회사가 체결한 고용안정협약에 따라 완전한 고용 승계를 하라고 요구하며 73일째 '공장 사수 투쟁'을 하고 있다.
회사가 청산, 매각, 고장 이전의 경우 반드시 노조와 협의해야 하고, 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를 양도·매각할 경우 모든 직원 또는 해당 직원의 고용을 승계해야 한다는 것이 협약 주요 내용이다. 이 협약서에 일본기업 덴소(DENSO)와 덴소 한국지사인 덴소코리아가 연대책임자로 서명했다.
을지로위원회는 이 사실을 언급하며 "한국와이퍼 대량해고 사태의 본질은 사측의 고의적자 및 기획청산 의혹이고, 일본 덴소 그룹의 계열사들까지 연대보증하며 노동자들과 체결한 고용안정협약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일방적 청산절차와 대량해고를 강행한 대한민국 국민 기만 사건"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