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보강 : 19일 오후 3시 45분]
"민주당이 조금 달라지고, 뭔가 결단하고, 그걸 중심으로 화합하는 모습을 보이기만 해도 내년 총선에서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문재인 전 대통령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났다. 박 의원은 19일 오전 본인의 페이스북에 "지난 금요일(17일) 오후, 양산 사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뵈었다"라고 알렸다.
박 의원은 "환하게 웃으며 맞이해주신 대통령님께 감사하면서도, 현재 직면하고 있는 우리 당의 현실이 생각나 죄송스럽기도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문 전 대통령이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때, 세 번의 민주 정부에 걸친 노력의 결과로 마침내 영남의 지역구도를 획기적으로 넘어설 수 있었는데, 지난 지방선거에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게 되어 아쉽다고 말씀해주셨다"라고 전했다.
박용진 "민주당, 대한민국 후퇴를 막기 위해 총선 승리해야"
그는 "저는 민주당의 총선 승리가 단지 검찰을 앞세운 윤석열 정부의 탄압에 맞서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우리 국민의 삶과 건강, 미래를 생각했던 문재인 정부의 성과가 무너지고 대한민국이 후퇴하는 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씀드렸다"라며 "주69시간을 앞세운 이 정부의 노동정책을 좀 보시라! 국민의 삶은 안중에도 없지 않은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이 조금 달라지고, 뭔가 결단하고 그걸 중심으로 또 화합하고 이런 모습 보이기만 해도 내년 총선은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또한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악재나 조건의 어려움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극복해가는 모습이고 국민들께서는 그것을 보고 계신다"라며 "민주당의 지금 어려움을 잘 극복해 나가고 화합해 나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도 조언했다.
박 의원은 "결국 민주당이 이번 총선을 잘 치러야 과거 우리 정부에서 했었던, 우리 대한민국 국민 삶에 소리없는 혁명을 끌고 갔던 정책들을 복원하고 발전적으로 계승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님 말씀에 따라 저도 책임감을 갖고, 민주당의 조금 달라진 변화, 그리고 어떤 결단을 통해 변화하고 일신된 우리 당의 화합된 모습을 향해 열심히 뛰겠다"라고 덧붙였다.
총선 1년 앞두고 문 전 대통령 찾은 박용진, '결단' 언급한 문재인
박용진 의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이처럼 박 의원과 문 전 대통령 대화의 주요 주제는 1년 여 앞으로 다가온 차기 국회의원 총선거였다. 민주당이 당 안팎의 여러 악재에 직면한 가운데 '비명(이재명)계'의 대표 주자인 박 의원이 문 전 대통령을 찾아간 터라 여러 정치적 풀이들이 겹친다.
당장 차기 원내대표 선거부터 친명계와 비명계의 대결이 예상되는 가운데, 민주당은 과연 차기 총선을 이재명 대표 체제로 치르는 것이 맞는지를 두고 논쟁 중이다. 이 대표의 거취 문제도 이와 연계되어 있다. 이런 가운데 문 전 대통령이 '달라지는 모습'과 '결단'을 언급하면서, 이에 대한 해석도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통령 "정치인이 증오의 씨앗 뿌리면, 지지자 사이에서는 굉장하게 된다"
한편, 문재인 전 대통령이 강성 친명 성향 지지자들이 비명계 인사들을 공격하는 행위에 대해 우려를 표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두 번째 게시물에서 문 전 대통령에게 <라스트 캠페인> <넬슨 만델라의 위대한 협상> 두 책을 선물한 이야기를 전했다.
책을 선물 받은 문 전 대통령은 "정치인이 증오의 씨앗을 뿌리면, 밑에 내려가면 그게 갈수록 증폭이 되어 밑에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그것이 정말 굉장하게 되어 버린다"라고 이야기했다. 직접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지지층의 행동에 대해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이 "당내 좌표찍기, 문자폭탄, 증오와 혐오의 언어들이 난무하고 보수 진보 진영 간의 갈등이 나라를 분열시키는 상황에 대해 걱정하고 계셨다"라고 전했다. 그는 "저 역시 두 책에서 로버트 케네디와 넬슨 만델라가 자기 지지층의 분노와 복수심을 자제시키는 모습을 공통적으로 보여줬다고 말씀드렸다"라며 "민주당이 우리 내부를 향해 좌표찍기와 문자폭탄으로 분열하는 것, 각 진영이 지지자에게 증오와 혐오를 부추기는 행위로 박수받는 문화에 젖어 있는 것은 모두 정치인들의 책임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장의 반발에 소신있게 말하지 못하고, 상대를 조롱하고 공격해 '알량한 박수'를 받는 정치에 저는 한숨 쉰다"라며 "저도 늘 갈등하고 망설인다고 말씀드렸더니 대통령님께서 격려해주셨다"라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이 "당내 민주주의의 회복, 건강한 토론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것이 꽉 막혀서 심한 공격을 받게 되고, 말 한마디 못하게 되면 안 된다"라는 의견을 표했다는 것.
또한 "말씀 중에 특히나 정책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민주당의 변화를 강조하는, 원래 우리 민주당이 잘해왔던 변화하고 역동적인 정치문화를 회복해야 한다는 당부말씀, 잊히질 않는다"라며 "20대 청년들부터 지지가 떨어져나가는 우리 당의 지금 정치행태나 문화가 다시 청년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그런 역동적인 분위기로 혁신해 나가야 한다는 당부의 말씀, 명심하겠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