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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8년 1월 25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서 송건호 한겨레신문 발행인이 한겨레 신문 창간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1988년 1월 25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서 송건호 한겨레신문 발행인이 한겨레 신문 창간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현대사에 관심이 많았던 그에게 이 책은 많은 공부가 되었다. 그래서 더욱 번역에 열중하게 되었다. 이 해 10월 일월서각에서 번역 출판된 <한국전쟁의 기원>에 대한 '발간 축하'의 추천사를 쓴 절친 송건호의 글을 통해 이 책의 가치를 알아본다. 전문이다. 

오늘날 한국 현대사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대단히 높아졌다. 이러한 현상은 좋은 일이다. 이 관심은 단순히 역사에 대한 관심뿐 아니라 오늘의 한국 현실에 대한 근원적인 원인을 밝혀보고자 하는 보다 더 민족적 자각의 한 발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반의 관심과는 달리 학계에서는 이 관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오늘날 읽을 만한 현대사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유는 물론 학계가 게으르거나 무능해서가 아님은 물론이다.

8.15 후의 현대사를 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8.15 후에 진주한 미군정이나 그 뒤를 이은 이승만 정권이 8.15 후에 응당 새나라 발족에 앞서 해결해야 할 과제를 하나도 해결하지 않고 허다한 잘못을 범했으며 이후 이 나라는 해방과 더불어 응당 후퇴했어야 할 친일파들이 나라의 실권을 장악해 왔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그 잘못을 지적하기가 어렵게 되고 만 것이다.

하여간 이런 사정 저런 사정으로 그렇게 많은 수요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보답할만한 현대사 연구가 나오지 않고 있어 독서인들이 모두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는 터에 커밍스 교수의 <한국전쟁의 기원>이라는 책이 번역 출간된다는 것은 반갑고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커밍스 교수를 직접 만날 기회는 없었으나, 그가 평화봉사단의 일원으로 한국에 몇 년 간 머물러 있어 한국말도 상당히 해독할 뿐 아니라 한국인이나 한국 사회에 관심과 이해도가 높은, 말하자면 일종의 지한파에 속하는 사람이다.

이 커밍스 교수가 쓴 책이 바로 <한국전쟁의 기원>이다. 이 책은 그간 공개되지 않은 미국 정부의 해방 전후의 한국에 관한 방대한 자료를 충분히 구사하여 한국인 학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연구업적을 발표하였다. 커밍스 교수의 이 연구는 8.15 이후의 한국사를 심층에서 철저하게 그리고 객관적으로 탐구했다는 점에서 다른 연구의 추종을 불허하는 업적이다.
 
<한국전쟁의 기원> 영문판 표지와 일월서각 번역본 표지. <한국전쟁의 기원> 영문판 표지와 일월서각 번역본 표지.
<한국전쟁의 기원> 영문판 표지와 일월서각 번역본 표지.<한국전쟁의 기원> 영문판 표지와 일월서각 번역본 표지. ⓒ 조성일
 
커밍스 교수의 이 책은 그간 한국 현대사를 연구하거나 관심을 가지는 인사에게는 거의  필독에 속하는, 이미 한국 현대사에서의 일종의 고전처럼 알려져 왔었으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번역 발간되지 못해 뜻있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이 이번 외우(畏友) 김자동 형의 수고로 번역이 되어 일반에 널리 읽히게 되었다니 무엇보다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김형은 본인과 50년대 조선일보사 외신부에서 같이 고생한 외신부 기자 출신의 일급 원로에 속하는 사람이다. 

오랫동안 외신부 기자로 일한 김형의 글 솜씨는 정확한 번역에 문장이 평이하고 명쾌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민족의 현실과 앞날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하면서 책의 번역과 출간을 우선 축하하고자 한다. (주석 4)


주석
4> 브루스 커밍스 지음, 김자동 역, <한국전쟁의 기원>, 1~2쪽, 일월서각, 1986.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시대의 상식인 김자동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김자동#김자동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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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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