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전국 7개 시·도교육청 소속 300여 개 초·중·고에 1억 원씩을 지원한 뒤 "민간의 다양한 에듀테크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담은 계획서를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세금으로 민간 사교육업체 학습 프로그램을 팔아주는 위험한 정책"이라는 지적이 시·도교육청에서도 나오고 있다.
교육부 문서 "민간 에듀테크 적극 활용하라"
<오마이뉴스>는 30일, 교육부가 최근 만든 '2023년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시범교육청 공모계획' 문서를 입수해 살펴봤다.
이 문서에서 교육부는 "에듀테크 활용 기반 구축 등을 위해 7개 내외 교육청별로 디지털 선도학교 40개 내외씩을 운영하는 사업을 오는 4월부터 진행한다"면서 "선도학교 1교당 1억 원 내외로 지원 금액을 산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운영 목적은 "2025년 3월 AI 디지털 교과서 적용 전에 이미 개발되어 있는 에듀테크 프로그램을 활용해 교사의 역할 변화 등에 대한 성공 모델 창출을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민간의 다양한 에듀테크를 적극 활용하여 학생 간 상호 작용과 참여를 촉진하는 교수·학습 방식을 적용하라"면서 "정규교과에는 물론 늘봄학교와 방과후 보충수업 등에서도 에듀테크를 적극 활용할 것"을 추진 과제로 내세웠다.
교육부는 '사교육 경감 도모' 항목에서도 "사교육 부담이 큰 영어·수학 교과 등을 중심으로 민간의 에듀테크를 사용하여 학생의 학습 수준에 맞는 교육 콘텐츠 우수 사례를 적극 공유한다"라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이 계획의 예산 규모에 대해 "선도학교 운영 규모, 교육청의 자체 경비 부담 계획 등을 고려하여 특별교부금 지원"이라고 설명했는데 "2023년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특별교부금 예산 중 시범교육청 지원 예산 300억 원 반영"이라고 적시했다. 해당 계획이 실현되면 총 300억 원가량의 예산이 "민간의 다양한 에듀테크를 적극 활용"하는 데에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현존하는 민간 에듀테크 업체의 상당수가 온라인 사교육업체라는 점이다. 교육부가 '사교육 경감'을 내세우면서도 학교를 동원해서 사교육 업체와 계약을 맺도록 유도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민간 에듀테크 업체와 계약하는 것에 제한을 두지는 않았고, 학교별로 교육부와 교육청, EBS 등이 만든 기존 프로그램을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시·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가 학교별로 1억 원이란 큰돈을 지원하는데, 학교가 이 돈을 소진하기 위해서는 무료인 교육부와 교육청 프로그램을 쓸 수가 없다"면서 "교육부의 이번 디지털 선도학교 사업은 사실상 사교육업체에 구독료를 내도록 유도하는 위험한 정책"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지난 24일 오전 10시부터 교육부가 연 '2023년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시범교육청 공모계획' 온라인 설명회에 참석한 일부 시·도교육청 관계자의 경우 "민간업체 콘텐츠를 검증 없이 공교육에 투입해도 되는 것이냐, 민간업체에 학생의 학습 데이터가 넘어갈 수가 있다" 등의 우려를 표명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교육업체 세일즈" 지적에... 교육부 "전례도 있어"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오마이뉴스>에 "이 선도학교 사업은 교육부는 학교에 돈을 주고, 학교는 유명 사교육업체 상품을 사서 학생을 가르치는 형태"라면서 "이것이야말로 교육부가 사교육업체 세일즈를 하고 있는 것이며 공교육 진출을 열망하고 있는 사교육 에듀테크 업체의 첨병 역할을 자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민간업체 사업을 도와준다는 것은 오해이며, 현재 교육현장에 AI교과서가 없기 때문에 민간 에듀테크를 활용해서 미리 연습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교육부가 특정 에듀테크 업체를 지정하는 것도 아니고, 이전에도 공교육 기관이 취약계층에 대한 민간 업체 프로그램을 지원한 전례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관련 기사]
민간기업 학교 진입이 교육개혁? 제2의 "망가진 미국교육" 우려 https://omn.kr/22up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