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있지만 20여 년 동안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식당이 하나 있다.
함양농협 좌측 골목 용평 3길을 걷다 보면 반월식당을 마주하게 된다. 그곳에는 손님들 반찬 준비로 분주한 권향조씨가 있다.
국내산 재료를 바탕으로 맛있게 차려진 한정식은 이 가게의 자랑거리다. 8천 원 일반 한정식부터 수육잡채 등 다양한 반찬이 나오는 1만 5천 원 한정식까지 상황에 맞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더불어 살아있는 식감과 맛을 느낄 수 있는 신선한 아귀찜도 반월식당에 오는 손님들이 자주 찾는 저녁 메뉴다.
다양한 반찬 안에서도 나물 반찬만큼은 특별히 자신이 있다는 권향조씨. 그 근거 있는 자신감으로 찾아오는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저는 장사하는 마음으로 식당을 운영하지 않아요. 우리 집 가족들이 먹는 음식이라 생각하고 김치를 하나 준비해도 최대한 정성을 원칙으로 반찬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입니다."
개업 때부터 다짐한 이 원칙으로 20여 년을 버텨온 만큼 오래전부터 식당의 역사를 함께한 단골손님도 많다. 70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 식당을 장기간 운영하느라 몸이 아픈 곳도 많지만, 항상 맛있게 잘 먹고 간다는 손님들의 칭찬은 언제나 권씨의 큰 원동력이 된다.
"저랑 고용 아주머니 둘이서 식당을 운영하는데 제가 나이가 나이인 만큼 몸도 마냥 편치 않아서 잘 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손님들의 기분 좋은 따뜻한 말 한마디로 묵묵히 버텨온 것 같아요."
정성스러운 손맛으로 꾸준히 단골, 단체 손님들이 찾아오는 이 반월식당에도 위기는 있었다. 바로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전국의 식당을 괴롭혀온 코로나19, 반월식당 또한 긴 시간 많은 혼란을 겪어야 했다. 특히 반찬을 나눠먹는 한정식이 주메뉴인 만큼 감염 위험에 손님들이 방문을 꺼려 했다고 한다.
"지금은 상황이 예전과 비교해 엄청 나아졌지만 코로나가 유행하던 당시에는 정말 가게에 타격이 컸어요. 또 정식이 서로 반찬을 나눠먹는 형식이다 보니 감염 위험이 컸죠. 올 사람은 항상 왔지만 최근 2년 동안은 손님이 잠잠했죠"
최근의 힘든 시기를 버텨내고 다시 숨통이 트인 반월식당과 권향조씨. 코로나19라는 뜻밖의 위기를 겪었던 권향조씨지만 이전에 가족을 잃었던 큰 아픔을 경험하면서 생긴 정신력으로 끝까지 버텨온 것이다.
슬픈 가족사를 견뎌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일을 미친 듯이 하는 것이었다는 권씨. 그때의 습관이 이어져오면서 일요일 휴일을 제외하고는 웬만해선 쉬지 않고 일에만 집중했다.
"이전에도 정말 힘든 일이 있었지만 그것을 견뎌내는 유일한 방법은 계속해서 일에 집중하는 것이었어요. 그렇게 아픔을 안고 성실히 일을 해오다 보니 벌써 긴 시간이 흘렀네요."
일주일 중 유일한 휴일인 일요일에도 큰 움직임 없이 평범한 하루를 보내며 다음날을 기다린다는 권씨는 앞으로도 평소 패턴을 유지하며 손님에게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 전달하면서 힘 닿는 데까지 식당을 운영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제 나이도 많이 먹은 만큼 언제까지 식당을 운영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움직이고 있는 한 정성껏 손님을 위한 음식을 성실히 만들고 싶어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함양뉴스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