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즐겨보는 티비 드라마 중 단연코 1등은 <신성한, 이혼>이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 드라마에는 주인공들이 자주 들르는 라면집이 나온다. 메뉴는 단 하나 라면. 배우들이 어찌나 라면을 맛나게 먹는지 야심한 밤 라면물 올리게 하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근데, 어 , 이거 내가 생각한 아이템인데 드라마에 벌써 나와버렸네.'
은퇴 후 꿈꾸는 일 중 하나가 바로 라면집을 하는 것이다. 조그만 구멍가게에서 메뉴는 단 한 가지 라면만 파는 것이다. 맛있는 밥집을 하면 좋을 텐데 아무래도 음식 솜씨가 없다 보니 라면집이 내겐 제격이다.
구멍가게는 작으면 작을수록 좋다. 자가건물 아닌 이상 월세를 감당하기 힘들 것 같으니 말이다. 라면을 조리할 조리대 하나에 냉장고 하나, 싱크대 하나, 그리고 손님석은 4인석 한 테이블, 2인석 한 테이블, 그리고 혼자 온 손님을 위한 창가 테이블 정도 있으면 되지 않을까. 인테리어는 딱히 없다. 그냥 매일 아침 말끔하게 청소하고 손님을 받을 것이다. 라면집 이름도 벌써 생각해 뒀다.
내가 끓이는 라면의 레시피는 물이 잘 끓으면 라면을 넣고 양파도 같이 넣어 끓인다. 라면이 어느 정도 익으면 쫑쫑 썬 대파에 계란 하나 풀어서 냄비에 뿌려주고 후루룩 끓여낸다.
매일 같은 메뉴는 하는 이도 먹는 이도 질릴 것 같으니 철 따라 속초산 오징어도 넣어주고 새우도 넣어주고 홍게도 넣어주고 싶다. 참, 명절 밑에는 문어 라면도 좋다. 이른 봄엔 자연산 미역도 넣어 시원하게 끓여줄 것이다.
지금 같이 파가 맛있는 계절엔 스페셜 메뉴로 짜파게티에 계란프라이를 올리고 파김치를 함께 내어줄 것이다. 먹성 좋은 학생들이 오면 공깃밥도 공짜로 내주고 말이다. 그리고 철마다 김치를 담그는 거다. 파김치, 깍두기, 겉절이, 총각김치 등 각종 김치를 말이다. 이렇게 말하면 김치를 잘 담그는 줄 알텐데 오산이다. 김치 담그는 법도 은퇴하고 배우면 되지 않을까.
어쩌다 기분 내키면 오징어 다리를 잘게 다져 파 듬뿍 넣고 파전도 해주고 싶다. 어째 일이 점점 커진다 싶다. 하루 한 잔 커피는 못 끊으니 내가 마실 요량으로 커피도 내려서 손님에게 서비스로 주고 싶다.
"혹시 10년 뒤 속초 어디 허름한 골목에 꿈이라면 가게가 진짜 어딘가에 존재한다면 제가 라면 끓이고 있을 거예요. 꼭 놀러오세요. 커피는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