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다니면서 글을 만나 쓰는 재미에 푹 빠져 사는 세 남자의 이야기. [편집자말] |
'다음 주까지 200자 원고지 10매 기준으로 글짓기해서 제출해.'
초등학교 시절 1년에 두어 번쯤은 백일장 대회나 글짓기 숙제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 안 그래도 하기 싫어하던 글쓰기를 숙제처럼 내야 되는 시기니 글짓기의 '질'이 좋을 수가 없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처럼 그 시절 글짓기도 책에서, 친구의 글에서 베껴 쓰던 기억이 난다. 쓰기 싫어하니 글쓰기 실력이 늘지 않는 건 당연했다. 백일장이나 교내 글짓기 대회에서 입상의 기억은 전혀 없다. 혼이 나기 두려워서 마지못해 했던 글쓰기니 당연한 결과였다.
싫어했던 글쓰기를 매일 쓰다
4년 전부터 내 글 놀이터는 주로 브런치(현 브런치 스토리)였다. 특별히 통일된 주제나 기획의도 없이 글을 썼다. 그날, 그날 생각나는 이야기나 글들을 쓰고 또 썼다. 세련됨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날것 그 자체의 글이었음에도 쓰는 게 좋았다. 글을 쓰며 스스로에게 약속했던 게 있었다. 조금이라도 좋으니 매일 글을 써보자. 그렇게 난 한동안 꾸준히 글을 썼다.
그렇게 글도 매일 쓰다 보니 요령이 생겼다. 같은 주제로 글도 묶어야 연재와 같은 효과가 생기는 걸 알게 됐다. 동일한 주제, 소재로 생각을 하다 보니 산만했던 글도 정리가 됐다. 쓰고 싶은 글도 자연스레 완성된 모습을 갖춰갔다. 과거 부끄럽기까지 했던 글이 어느새 곱게 단장도 하고, 멋을 부리기 시작했다.
글이 다듬어지고, 정리되니 검색해서 찾아오는 구독자도 늘기 시작했다. 구독자가 늘어나니 글 발행에도 더 신중해졌다. 당연히 여러 차례 다듬는 과정에서 또 한 번 반복과 꾸준함의 힘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6개월이 되어갈 무렵 제안 메일이 왔다. 기고 목적으로 요청 온 메일이었다. 이후로도 포탈에 여러 차례 글이 올라 구독자도 폭증했다. EBS에서 하는 공모전에도 당선돼 라디오 녹음과 출간까지 이어졌다. 금세 뭐라도 된 줄 알았다. 당연히 글로 수익도 늘어나고, 단독 출간으로도 이어질 줄 알았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카카오에서 주관하는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3년 연속 공모했다. 작게는 하나의 브런치북부터 많게는 세 개의 브런치북을 묶어서 공모했다. 하지만 기대감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응모했던 글들은 번번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첫 번째 결과는 경험 부족이 핑계가 됐지만 다음, 그 다음번 결과는 글에 대한 자신감을 잃게 했다.
한동안 글을 쓰기가 싫었다. 긴 시간의 상실감은 글 자체에 대한 관심 저하로 이어졌다. 매일 쓰던 글쓰기는 주말 글쓰기로 바뀌었다. 쏟아내던 글감도 어느샌가 쥐어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글 쓰는 게 어느새 즐거움이 아닌 괴로움이 될까 두려워진 순간이었다.
좋아했던 글쓰기를 잠시 내려놓아야 했다. 쓰는 것보다 오히려 읽기에 집중했다. 많은 작가들의 글을 무작정 읽었다. 그러던 중 한 작가님의 글을 읽고서 다시 한번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글을 쓸 수 있는 곳이 브런치만이 아닌 걸 알려줬다. 여러 번의 공모전 낙방으로 목표 의식까지 흐려졌던 시기였다.
타고난 작가가 아닌 이상 짧은 시간 안에 성과를 내는 게 당장은 어렵다는 것을 알던 시기였다. 긴 시간 끌고 가기에는 지루함이 동반될 수밖에 없다. 중간중간 성과 확인이 필요했다. 그렇게 만난 플랫폼이 '오마이뉴스'다.
내 글이 산문, 에세이에서 기사로 탈바꿈했다. 어색했지만 즐거움이 생겼다. 원하는 글을 연재하고, 짧은 시간 내에 기사가 된다. 혼자 쓰던 글쓰기에서 함께 독려하며 글을 쓰는 그룹도 만났다. 혼자 쓸 때와는 또 다른 힘이 났다. 그래서 꾸준히 글을 쓸 힘이 나고, 즐길 만큼의 압박이 있어서 글쓰기가 오히려 즐겁다.
쓴 글에 대한 피드백도 받게 됐다. 정작 쓴소리가 와서 마음 아픈 일이 생겨도 발전 없던 내 글에 분명한 단비였다. 기사가 되면 등급에 따라 수익도 창출되는 구조였다.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 가는 기사를 쓰고 싶은 욕심을 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단순히 글이 아닌 기사라는 특수성 때문에 글에 대한 책임감도 커졌다.
글쓰기는 스스로 끝내지 않는 한 실패는 없다
주변에서 오랜 기간 글을 쓰시는 분들도 종종 만난다. 하지만 이렇게 쓰는 모든 사람들이 출간의 기쁨을 누렸거나, 목표한 계획을 모두 이루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들은 꾸준히 쓰고 있다. 서로 다른 목표를 갖고 그분들 나름의 성과가 있었을 것이다.
또한 앞으로 글쓰기로 꿈꾸는 소망들도 있을 것이다. 그에 앞서 글쓰기를 좋아하니 이 모든 게 가능할 것이다. 자신만의 루틴을 갖고 꾸준히 글쓰기를 하다 보면 좋은 기회와 결과가 생길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매일은 아니더라도 정기적, 계획을 갖고 꾸준히 쓰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당장은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했더러도 세운 루틴대로 꾸준하다 보면 어느 순간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꾸준함에 실망은 있지만 실패는 없는 것 같다. 여러 차례 실망이 있더라도 스스로 끝내지 않는 한 실패는 없는 게 글쓰기인 듯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개인 브런치에도 함께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