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어어... 사고 났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탄 파란색 차량이 교차로에서 갑자기 나타난 빨간색 차량과 '꽝!'하고 부딪쳤다. 비록 모니터 상에서만 보이는 가상차량과의 충돌이었지만, 김 지사의 옆자리에 있던 남경순 경기도의회 부의장은 깜짝 놀랐다. 그는 타고 있던 자율주행차에서 내리면서 "사고 났어! 사고 났어!"를 연발하며 신기해했다.
해외 투자유치와 청년기회 확대를 위해 방미 중인 김동연 지사는 10일(현지 시각) 오전 미국 자동차산업의 수도로 불리는 미시간주의 앤아버(Ann Arbor)에 위치한 미시간대학교 엠시티(MCity)를 찾았다.
엠시티는 자율주행 기술을 시험할 수 있도록 일반 도시와 똑같은 도로 상황을 재현한 13만㎡ 규모의 세계 최초 모형 주행 시설이다. 철도 건널목, 회전교차로, 자갈길, 공사 현장, 인도, 주차장 등 여러 상황을 구현해 다양한 주행 안전성 실험이 가능하다. 국내에는 경기도 화성시에 조성된 교통안전공단 자율주행 실험도시 K시티의 모델로 알려져 있다.
헨리 리우((Henry Liu) 엠시티 센터장은 "엠시티는 2015년부터 가동을 시작해 8년 정도 된 시설로, 세계 최초의 커넥티드 자율주행 자율 협력 테스트 전용 시설"이라며 "실제와 가상이 함께하는 복합 현실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실제 차량이 운행 실험을 하면서 가상의 요소들을 추가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김동연 지사는 이날 남경순 부의장과 함께 리우 센터장이 운행하는 자율주행차를 3km 정도 시승하며 기술개발 현황을 직접 체험했다. 시승 중에는 교차로에서 가상차량과 충돌하는 가상 돌발상황을 일으켜 자율주행차의 대응 상황을 살피기도 했다.
시승을 마친 김 지사는 "갑자기 튀어나오는 차와 충돌하는 사고가 나면 어떻게 대체할지, 사고의 정도가 어떨지 가상현실로 살펴봤다"라며 "경기도는 첨단 모빌리티과를 만들 정도로 관련 산업에 역점을 두고 있다. 오늘 경험을 토대로 경기도가 첨단모빌리티 산업의 선두 주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남경순 경기도의회 부의장도 "모빌리티에 관한 예산을 의회에서도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은 지원하며 경기도에서 자율주행이 현실화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김동연 지사는 이날 엠시티에 이어 미시간대 전기자동차(EV.electric vehicle)센터와 배터리 랩(Battery Lab)을 차례로 돌아보며 첨단기술 개발현황을 살펴보고, 경기도와의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미시간대 배터리 랩은 전 세계 학계, 산업 사용자에게 배터리와 배터리에 들어가는 재료의 시제품, 시험, 분석에 필요한 전문 지식과 자료를 제공하는 연구기관이다.
미국 자동차산업의 수도인 미시간주 인근에 과학자, 엔지니어, 공급업체 및 제조업체를 함께 모아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을 하자는 취지에서 설립된 곳으로 실험실은 모든 회사 또는 연구원이 사용할 수 있다.
김 지사는 이곳에서 기업들이 가지고 온 각종 개발 소재를 시험하는 시설, 실제 필요한 형태로 조립하는 시설 등 다양한 전기차 배터리 관련 기술 개발 현황을 살펴봤다.
견학을 마친 김 지사는 "7월 경기도 청년 사다리 프로그램을 통해 경기도 청년들이 미시간에 올 텐데 하루 정도 미시간 공대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함께했으면 좋겠다"라고 제안했다.
에릭 미키엘센(Eric Michielssen) 미시간 공과대학 연구부장은 "두 팔 벌려 환영한다"면서 "여기 교수진들이 실제 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연구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더 많은 협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경기도 기업과의 협업을 기대한다"고 답했다.
김동연 지사는 이날 일정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첨단 모빌리티와 관련 자율주행 연구소, 배터리 랩 등을 방문했는데, 이와 같은 4차 산업의 혁신을 통해 경기도 내 많은 벤처기업에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며 "경기도는 미래성장산업국을 만들고, 첨단 모빌리티과, AI 빅데이터과를 신설했다. 경기도와 협력해서 더 많은 기회가 경기도 내 기업과 경제 주체들에게 주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