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내년부터 유치원 수업시작 시간을 기존 오전 9시에서 오전 8시로 앞당기는 정책을 시범 운영하기로 하자, 유아교사들이 "0교시 유아 학대정책"이라면서 반발하고 나섰다.
국공립유치원교사노조 "노동개악 정책 맞춘 교육개악"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조는 11일 성명에서 "현재 9시에 시작되는 유치원 교육과정을 한 시간 앞당겨 8시에 시작하는 것은 아동의 발달권 침해이자 인권침해"라면서 "유아들을 가정의 품에서 더 일찍 분리해 더 오래 기관에 머물도록 하는 것은 애착 형성과 정서발달의 결정적 시기인 유아 발달특성상 매우 부적합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유치원교사노조는 "별도의 쉬는 시간도 없는 유치원의 특성상, 이른 아침 8시에 시작하여 연이은 300분간의 교육과정 수업은 유아들에게는 신체적, 정서적 학대"라면서 "본 계획은 정부의 노동(시간)개악에 맞춰 아동과 양육자를 분리하려는 교육개악 통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유치원교사노조는 "교육부가 진정으로 유아교육 발전을 원한다면, 양질의 아침돌봄을 시범 운영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짚었다.
윤지혜 유치원교사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오마이뉴스>에 "0교시 수업은 초중고의 경우 학생들의 건강 우려로 이미 10여 년 전 폐지된 것"이라면서 "이런 '0교시 수업'을 유아들에게 도입하려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아침 8시 수업이 가능하려면 유치원생들은 오전 7시 30분쯤까지는 등원해야 하는 데, 이것은 악순환만 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윤 수석부위원장은 "맞벌이 부부의 어려움 해결을 위해서는 0교시 확대 방안이 아니라 정책적으로 부모님들 아침 출근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등의 사회적 환경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필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10일 내놓은 제3차 유아교육발전기본계획에서 "희망유치원 대상 교육과정 시작 시간을 9시→8시로 2024년부터 시범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6년까지 3년간 0교시 수업을 시범운영한 뒤 2027년부터 확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이 계획서에서 "48.5%의 유아가 오전 8시 30분에 등원하는 등 현실 여건에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아교육계는 "오전 8시로 수업이 앞당겨지면 등교시간은 오전 7시 30분 이전으로 더 앞당겨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차대한 교육과정 시작 시간 문제... "발표부터 해 논란 생겨"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오마이뉴스>에 "교육부가 어린이집과 유사하게 유치원 교육과정 시작 시간을 1시간 앞당기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렇게 되면 유치원생이 모두 오전 8시 전에는 등원해야 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런 것이 과연 유아 발달단계에 맞는 것인지 의문이다. 교육과정 시작 시간 문제는 중차대한 것인데 공청회나 유치원 관계자들의 공론화 과정 없이 발표해 논란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