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가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의 특수활동비 및 특정업무경비 지출 내역을 공개하라며 낸 행정소송에서 최종 승소하면서 사상 첫 검찰 특활비 정보공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 13일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변호사이자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 하승수 공동대표가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하 대표는 지난 2019년 10월,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이 쓴 특활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내역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하지만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이 거부하자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 돌입했다.
1심과 2심 모두 하 대표가 승소했고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되면서 검찰로서는 특수활동비 및 특정업무
경비 지출 내역을 공개해야한 하는 상황이 됐다. 특수활동비란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나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를 가리킨다. 대통령실·국회·국가정보원·검찰(국회는 일부 폐지) 등에 할당된다. 그러나 지출에 대한 증빙이 필요하지 않고 사용 기록도 공개되지 않아 '불투명한 예산'이라는 비판이 계속됐다.
검찰은 수사와 정보수집 활동 명목으로 매해 80~90억 원에 이르는 특활비를 집행해 왔다. 올해 법무부 특활비 규모는 183억원 정도로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이 검찰 특활비로 책정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 대표가 정보공개 시기로 특정한 2017년 1월 1일부터 2019년 9월 30일까지 검찰총장은 김수남·문무일·윤석열이었고, 서울중앙지검장은 이영렬·윤석열·배성범이었다.
하승수 대표는 지난 17일 <오마이뉴스>에 "검찰 특활비 공개는 검찰 조직 민주화의 주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 대표는 "최근 정권 차원에서 시민단체라든지 노조 회계를 계속 문제 삼고 있는데 검찰이 100% 국민 세금인 돈(특수활동비)을 어떻게 썼을지 매우 궁금하다"라며 "증빙서류가 공개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 공동대표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특수활동비 공개, 검찰 민주화 계기될 것"
- 대법원의 확정 판결로 검찰이 특활비 지출 내역을 공개해야 하는 상황이 됐는데 어떤 의미가 있을까?
"검찰이 쓰는 특수활동비는 지금까지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다. 검찰은 일반 국민들뿐 아니라 국회의원들에게도 공개하지 않았다. 권력기관화된 검찰의 모습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지난 2020년 11월 국회 법제사법위원들이 대검찰청을 방문해 특수활동비를 확인한다며 현장 검증을 했다. 당시 검찰은 자료 복사도 안 해주고 일부 자료만 눈으로 보고 가라는 식이었다. 보좌진도 못 들어오게 했다. 이젠 사법부 판결을 통해서 관련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검찰 조직이 민주화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 검찰 조직의 민주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검찰이라는 조직이 하는 수사나 기소 관련 업무는 외부에서 감시나 통제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검찰도 행정기관이기 때문에 예산집행은 당연히 공개하고 감시를 받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특활비 내역 공개가 검찰 민주화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관련 정보가 공개되면 상당한 파장이 있을 것이다."
- 왜 그렇게 생각하나?
"지금까지 검찰은 엄격한 법적인 잣대를 다른 기관들에 대해서만 들이대 왔다. 이번 판결로 그 잣대를 자기들한테 적용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최근 정권 차원에서 시민단체라든지 노조 회계를 계속 문제 삼고 있는데 검찰이 100% 국민 세금인 돈(특수활동비)을 어떻게 썼을지 매우 궁금하다."
이번 행정소송에서 2심 재판부는 특수활동비를 수령한 사람의 이름, 집행 명목은 '비공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특수활동비 집행일자(현금수령일), 집행금액(수령한 현금액수), 집행 내역 확인서 등 나머지 지출 증빙서류는 공개하라는 결론 내렸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특정업무경비와 업무추진비 관련 집행정보가 공개되면 '식대 영수증으로 수사 내용을 유추할 수 있다'거나 '음식점 영업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이유를 대면서 공개 불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법원은 관련 내용이 공개돼도 "수사내용이나 수사기밀 등을 유추해 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윤석열 대통령 겨냥한 것 아니야... 검찰, 공개 계획 밝혀야"
- 2017년 1월 1일부터 2019년 9월 30일까지 검찰총장과 중앙지검장이 쓴 특활비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하다 보니 해당 기간 두 직을 모두 역임한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아니다. 우리나라 검찰 조직에서 가장 힘 있는 자리가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이지 않나. 그 두 자리와 관련된 예산에 대해서 정보공개 청구를 한 것일 뿐이다. 시점 역시 정보공개 청구를 하면 보통 (정보공개청구를 기준으로) 2~3년 치를 한다. 2019년 10월에 청구를 했으니 2017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가 청구기간이 된 것이다. 본의 아니게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을 하시던 분이 대통령이 되면서 갑자기 대통령이 (중앙지검장과 총장시절) 쓴 돈으로 성격이 바뀌어버렸다. 청구하거나 소송할 때는 당연히 이런 상황이 될 줄 몰랐다.
또 얼마나 구체적인 내용이 나올지는 공개되는 자료를 봐야 한다. 어쨌든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랑 검찰총장 시절에 썼던 돈들이 포함돼 있는 건 맞을 테니, 그 돈들이 어떻게 사용됐는지도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 대법원 판결까지 3년 5개월이나 걸렸다.
"소송이 길어지다 보니 힘들기는 했다. 그래도 법원 판결이 기본적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존중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국민 세금을 쓰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보공개가 필요하다는 게 법원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보니 끈질기게 하면 결국엔 성과는 나오는 것 같다."
- 그런데 과연 검찰이 자료를 제대로 줄까라는 의심도 든다.
"법원에서 비공개로 관련 자료 한 달 치를 봤다. 그래서 판결문을 보면 구체적으로 이런 이런 자료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 판결문에 명시된 내역에 맞춰서 검찰이 건넨 자료를 비교해 검증하면 된다."
- 해당 자료를 공개할 예정인가?
"국민들이 알아야 할 정보이기 때문에 당연히 공유를 할 거다. 다만 검찰이 이 자료를 어떤 형태로 언제 줄지 정확히 알 수 없어서 전체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시기 등을 따져봐야 한다."
- 어떤 내용이 포함될지 상당히 궁금한데 공개 시점은 언제로 예상하나?
"나도 매우 궁금하다. 빨리 자료를 봤으면 좋겠다. 사실 국회나 다른 기관들도 이렇게 소송을 통해 판결이 확정된 다음에도 자료를 받는 것이 순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검찰 같은 경우는 더더욱 그럴 가능성이 있으니 독촉할 수밖에 없다. 다만 검찰 스스로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낸 것으로 안다.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공개할지를 밝혔으면 한다." (하 변호사는 17일, 검찰총장 앞으로 24일까지 정보공개 일시와 장소를 특정해서 회신해달라고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한편 하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일 부산의 한 횟집에서 여당 국회의원과 국무위원, 시도지사와 함께 회식을 한 내역에 대해서도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부산 벡스코에서 제4차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주재한 후 '2030 세계박람회' 유치 관련 부산을 찾은 국제박람회기구 실사단 환송 만찬에 참석했다.
이후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과 함께 해당 횟집에서 비공개 저녁 일정을 가졌다. 당시 한 시민이 촬영한 윤 대통령과 측근들의 횟집 앞 도열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논란이 됐다.
하 공동대표는 "예산 사용과 관련해 어느 기관에서 얼마씩 썼는지를 확인해 보려고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