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오봉살롱' 카페에 가면 귀와 다리가 있는 뱀, 초록하트꼬리와 핑크줄무늬 고양이, 로봇토끼, 손잡이꽃게 등 기발하고 독창적인 생명체를 만날 수 있다. 색종이와 가위로 세상과 소통하는 13살 소년 장은혁 작가 작품으로, 편견 없는 눈과 귀를 열면 '샥둑샥둑' 작가의 수다도 들을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전시회가 열렸다.
꿀벌을 지키는 도시양봉 사회적기업 비컴프렌즈가 18일 발달장애가 있는 장은혁 작가의 '샥둑샥둑 가위로 들려주는 수다' 전시회를 열었다. 비컴프렌즈가 운영하는 친환경 비카페 오봉살롱에서 5월 31일까지 열린다.
전시회는 발달장애인 예술가를 발굴·지원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장은혁 작가는 이 프로젝트 제1호 예술가로 선정돼 생애 첫 개인 전시회를 열게 됐다.
김지영 비컴프렌즈 대표는 "꿀벌을 응원하는 장은혁 작가의 시선에서 보고, 느낀 감정을 작품을 통해 알리고자 한다"며 "더불어 이번 전시회가 장은혁 작가가 세상과 소통하는 징검다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장은혁 작가 작품은 색종이와 색지에 크레파스와 유성매직으로 그린 그림을 가위로 오려낸 형태다. 꿀벌을 비롯해 고양이, 뱀, 물고기, 새 등 같은 익숙한 소재이지만, 우리 고정관념을 깬 기발한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알파벳과 도형, 글자 등에도 표정과 손과 발을 붙여 살아있는 친구로 만들어 냈다.
이 같은 순수하고 독창적인 작품으로 2021년 제1회 스폐셜올림픽 미술대회 우수상을 비롯해 2022년 국제스페셜 뮤직&아트페스티벌 미술 부분 작가와 양산시장애인복지관 꿈지원사업 미술 부문 장학생으로 선정되는 등 이미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장은혁 작가 어머니 임미연 씨는 "은혁이는 캄캄한 새벽에도 잠에서 깨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을 종이와 가위로 그려낸다"며 "자기가 좋아하는 물건과 주변 사물을 유심히 관찰하고 자신만의 생각을 담아 새롭게 디자인하는 모습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비컴프렌즈는 전시회와 함께 리워드형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장은혁 작가 작품으로 만든 벌머그컵, 월페이퍼와 비컴프렌즈 꿀스틱 등으로 제품을 구성해 펀딩한 후원자들에게 선물하고 있다.
김지영 대표는 "프로젝트는 '발달장애인 예술가'라는 직업 설계를 통해 평범한 일상을 꿈꾸는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하는 사업"이라며 "미술뿐 아니라 음악, 연극, 댄스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제2호, 제3호 예술가를 지속적으로 발굴·육성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