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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근씨가 포클레인 작업을 지켜 보고 있다. 포클레인 작업은 최창신씨가 지하수 시설을 복구하기 위해 자비로 진행한 것이다.
 김종근씨가 포클레인 작업을 지켜 보고 있다. 포클레인 작업은 최창신씨가 지하수 시설을 복구하기 위해 자비로 진행한 것이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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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충남 홍성 산불에 대한 정부 조사가 끝나고 복구 절차가 시작됐다. 하지만 산불 피해 주민들이 일상을 회복하는 데는 좀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산불 피해를 입은 주민 중에는 개인 사정으로 대피 시설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각별한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홍성 산불 당시 의용소방대원으로 활동했던 최창신씨는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이번 산불로 소중한 삶의 터전을 잃었지만 병환 중인 할머니 때문에 이재민 시설에도 들어가시지 못한 분이 계시다"며 도움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띄웠다. 산불 피해 주민인 서부면 김종근씨 부부의 이야기다.

20일 오전 화재 피해를 입은 서부면 거차리 김종근씨 댁을 찾았다. 김씨의 집은 거차리에서도 가장 외진 곳에 있다. 홍성 산불이 발생한 이틀째인 지난 3일 밤 11시 30분경 김씨 집 뒷산인 당산에 불이 붙었다. 불길은 순식간에 집과 창고를 덮쳤다. 다목적 건조기와 고추 건조기 등의 농업시설뿐 아니라 자녀들이 내려왔을 때 숙소로 쓰던 컨테이너도 모두 불에 타 버렸다.

산불 현장에 출동한 공무원들이 김씨 부부를 가까스로 대피시켰다. 하지만 김씨는 홍성군에서 마련한 이재민 대피소로 갈 수가 없었다. 거동이 불편한 아내 때문이다. 김씨는 올해 91세다. 호적은 1935년생으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1932년생이라고 그는 밝혔다.

김씨는 "자다가 일어나 뛰어 나왔다. 통장과 주민등록증조차 챙기지 못했다. 군청 직원들이 우리 가족을 대피시켰다"며 "119에 신고해 소방차를 불렀지만 소용이 없었다. 삽시간에 불이 번졌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아내가 몸이 불편해 꼼짝 못하고 누워 있다.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아 한다.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없다"며 "이웃집에서 15만 원에 월세를 살고 있다. 이 나이에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우울하다. 농사를 지을 물이 필요한데 지하수 모터가 다 타버렸다. 당장 지하수를 쓸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홍성 산불로 전소된 집. 일부 남아 있는 아궁이가 이곳이 집터였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홍성 산불로 전소된 집. 일부 남아 있는 아궁이가 이곳이 집터였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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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신씨는 이날 아침 일찍 트럭에 포클레인을 싣고 김씨의 집을 찾았다. 지하수 관정 주변만이라도 우선 복구하기 위해서다. 최씨는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모터가 모두 다 탔다"며 "지하수라도 나와야 농사를 지을 수 있다. 빠른 복구가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했다.

이어 "피치 못하게 이재민 대피소로 가지 못하는 고령의 노인들이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우선 이동 진료와 심리치료, 도시락 지원 등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군도 대책 마련을 고민하고 있다. 홍성군 서부면 관계자는 "해당 주택 주인(김씨)은 조립식(임시) 주택을 원하고 있다. 동의서를 받아 놓은 상태다. 임시 주택이 완성되면 그곳에서 생활을 하시게 된다"며 "농업 기술센터에서도 무상으로 농기계를 빌려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주일에 2회 정도 김씨 할아버지 댁을 방문했다. 월세를 내고 있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며 "긴급지원금 103만 원은 이미 지원했다. 재산과 소득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추가 지원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홍성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지하수 모터는 농기계가 아니어서 지원 대상이 아니다"라면서도 "지원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해 보겠다"고 전했다.
 
다목적 건조기와 콘테이너 박스가 산불에 모두 탔다.
 다목적 건조기와 콘테이너 박스가 산불에 모두 탔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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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로 불타 버린 김종근씨의 집
 화재로 불타 버린 김종근씨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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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홍성 산불 , #피해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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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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