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도 윤석열 대통령의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 발언을 주목했다. 한일관계를 담은 발언 "나는 100년 전의 일(역사)을 가지고 (일본과의 협력을) '무조건 안 된다', (용서를 위해) '무조건 무릎 꿇어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때문이다.
<교도통신>은 24일 "윤 대통령이 '(식민지배 등) 100년 전의 사건 때문에 (양국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그들이 (사죄로)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라면서 "안보상 일본과의 협력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한국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인터뷰에 대해 '일본은 사과와 반성을 거부하고 있는데 침탈과 식민 지배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라고 한국 내 분위기를 전했다.
또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 의원 174명이 대법원에 계류 중인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배상금 지급을 위해 압류한 일본 기업 자산의 매각 명령을 신속히 확정하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라고 덧붙였다. 이는 신일철주금과 미쓰비시중공업의 지적재산권을 압류한 뒤 현금화 하는 '특별현금화명령' 절차 촉구 의견서를 말한다.
일본 공영방송 NHK도 "한국에서는 지난달 한일 정상회담 후 야권에서 '일본의 사과를 받아내지 못했다' 등의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WP 인터뷰) 발언은 이러한 비판에 반론을 한 것"이라며 "미래 지향적인 일본과의 관계 구축을 계속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밖에도 일본 주요 언론은 윤 대통령의 발언을 일제히 보도했다.
<아사히> "일본 총리, 직접 사과 안 하고 불신 초래"
한일관계와 관련해선 일본 정부의 호응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최근 나왔다. <아사히신문>은 23일 사설을 통해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은 원고 15명 중 10명이 한국 정부의 '제3자 변제'를 받아들여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아래 재단)으로부터 판결금을 받은 것을 전하며 "3분의 2에 달하는 피해자가 받아들은 것은 (의미가) 크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판결금을 받을지 여부를 떠나 모든 피해자가 진심으로 바라는 것은 일본 측의 '성의' 표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 한일 공동선언에서 일본은 반성과 사과를 표명하고 있지만, 그것을 '포함'이라고 말한 것이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라며 "무엇보다 피해자의 마음에 울리는 것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스스로의 말로 솔직한 생각을 전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윤 대통령의 최근 지지율 하락은 대일 외교에 대한 비판도 영향이 있다"라며 "위험을 각오하고 관계 개선을 위해 정치적 결단을 내린 한국 정부와 재단 관계자들을 국내에서 고립시키는 것은 일본도 원하는 바가 아닐 것이며, 눈앞의 이해나 일본 국내의 좁은 주장에 얽매이지 않고 장래를 내다보는 대국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간 외교안보 분야에 그치지 않고 고위급 협의와 민간 단체의 교류가 잇달아 재개되고 있다"라며 "이 흐름을 유지하고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역사 문제를 정치적 합의만으로 마침표를 찍기는 어렵다"라며 "한일 양측이 겸손하고 성실한 자세로 피해자들의 상처를 계속 조금씩 어루만지는 것이 유일하고 확실한 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