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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빵은 버터, 우유, 계란과 같은 동물성 재료를 넣지 않고 만든 빵이다. 유당불내증이 있거나 밀가루소화알레르기 등으로 고생하는 사람들도 편하게 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동물성 재료가 주는 가득한 풍미의 장벽 앞에서 비건빵 도전은 포기하기 쉽다. 어딘가 텁텁하고 덜 고소한 맛을 상상하기 쉽기 때문이다. 

역촌동 디오티디는 '비건빵도 맛있다'라는 슬로건을 걸고 다양한 비건 디저트를 파는 카페다. 동물성 재료와 GMO재료, 정제설탕, 방부제와 같은 불필요한 첨가물 대신 유기농 밀가루를 사용한다.

비건빵은 밀가루를 넣었느냐 아니냐에 따라 글루텐 상품과 글루텐 프리로 나뉘는데 글루텐프리 제품은 국산쌀가루, 현미가루, 메밀가루, 병아리콩을 활용하여 재료 본연의 맛과 건강을 담은 디저트를 만들고 있다.

건강도 생각하지만 맛있는 것도 포기할 수 없는 이들에게 이보다 적절한 것은 없지 않을까? 디오티디에서 맛있는 비건빵을 만들고 있는 조경현, 김민경 대표를 지난 4월 17일 만나보았다.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디오티디에서 맛있는 비건빵을 만들고 있는 (왼쪽)조경현, (오른쪽)김민경 대표
디오티디에서 맛있는 비건빵을 만들고 있는 (왼쪽)조경현, (오른쪽)김민경 대표 ⓒ 은평시민신문

- 비건빵 만드는 게 쉽지 않을 텐데 만들 게 된 계기가 있나요?

"빵을 워낙 좋아했던지라 빵집 찾아다니는 걸 좋아했어요. 프랑스 신혼여행 중에 우연찮게 비건빵집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맛있는 거예요. 동물성 버터나 우유를 넣지 않고도 이렇게 맛있을 수 있구나 싶더라고요. 한국에 와서도 먹고 싶은데 비건빵이 대중화가 되어있지 않아 직접 홈베이킹으로 만들기 시작한 게 지금에 이르렀네요."

- 두 분이 신혼여행 중에 비건빵을 만나셨군요. 맛도 맛이지만 건강을 생각해서 비건빵을 시작한 건 아닌가요?

"보통 비건빵을 시작하는 계기가 유당불내증이 있거나 밀가루를 잘 소화하지 못해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는 그런 경우는 아니에요. 비건빵이 정말 맛있고 이렇게 맛있는 걸 많은 사람과 같이 먹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유기견이나 길고양이한테 관심을 많아서 관련 자료를 찾고 공부하다보니 환경, 지구, 동물이 결국 비건 안에서 다 연결되는 걸 알게 됐어요. 비건빵을 만들면서 그러한 가치들을 지키고 싶은 마음도 컸습니다."

- 우리의 환경이 비건 안에서 연결된다니 신기해요. 비건빵을 만들면서 겪는 어려움도 있을 것 같은데요?

"
재료를 구하는 일, 비싼 재료 가격 문제 등이 어려움이라고 할 수 있죠. 비건빵 재료는 동물성 재료보다 수요가 적어 가격이 높은 편이기도 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항공편이 막혀서 같은 재료의 가격이 5배나 오르기도 했어요. 

처음에는 재료가 식물성인 것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공부하면서 점차 재료 공정 과정부터 신경을 써서 좀 더 건강한 재료를 찾고 동물복지를 고려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점점 더 비건에 맞춘 재료로 바꾸다보니 재료비가 높아질 수밖에 없더라고요. 손님들께 이런 현실과 저희 카페의 지향점을 알리면서 그 가격의 밸런스를 맞춰가는 것이 조금 어렵기도 합니다."

"진심이 통할 때 가장 행복해"
 
ⓒ 은평시민신문
 
디오티디에서는 까눌레와 쿠키를 비롯한 구움과자류, 떠먹는 케이크, 스콘, 브라우니 등 다양한 종류의 빵을 판매한다. 좋은 재료로 맛있는 빵을 만들겠다는 부부의 진심이 닿아서일까.

은평구 역촌동 골목 사이에 있는 이 작은 빵집은 부산 등 멀리 사는 분들도 직접 찾아오기도 하고 속초에 사는 고객이 주문하기도 한다. 이외 부모님들의 건강을 고려한 케이크 주문도 자주 들어오는데 특별한 마케팅이나 홍보 없이도 꾸준한 판매량을 보이며 맛있다는 후기들로 가득하다.

- 힘들지만 뿌듯한 순간도 있을 텐데 언제인가요?

"손님들이 논비건빵보다 맛있다고 하는 순간이에요. 그때 제일 뿌듯함을 느껴요. 특히 저희가 만드는 까눌레는 저희가 먹어봐도 맛있거든요. 또 어머님들이 인정해주실 때 기분이 좋아요. 어머님들이 처음에는 비싸서 안 먹었는데 딸과 함께 먹어봤더니 너무 맛있어서 꾸준히 찾고 있다고 할 때, 정말 그럴 때면 기분이 좋아요."

- 좋은 빵을 만드는 원칙이 있을 거 같아요. 

"제가 먹어도 맛있는 빵을 만들고 싶기에 재료를 아끼지 않고 가득 가득 넣어 본연의 맛을 내려고 노력해요. 제가 지키고 싶은 가장 큰 가치이기도 하고요. 홍보도 중요하지만 꾸준히 진정성을 가지고 한다면 그 마음이 고객들에게 통할 것이라는 마음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가끔 싼 재료로 해서 이익도 많이 남기고 가격도 싸게 하면 고객님들이 좋아하시지 않을까 고민할 때가 있는데요. 그 때마다 오히려 고객들께서 가격 안내려도 되니 지금처럼만 만들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결국 진심이 가닿는 것을 보며 그 마음 잃지 않고 꾸준히 지켜나가려고 합니다."

- 카페가 번화가에 있는 것도 아니다보니 찾는 분이 많이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해요.   "저희도 자영업자고 이익이 남아야 살 수 있으니까 그런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어요. 번화가에서 장사를 하면 워크인이나 새로운 카페에 관심 많으신 분들이 쉽게 접근하여 오시기 마련인데 가게가 은평구에서도 골목 안쪽에 있고 지역주민들도 주로 번화가로 많이 놀러 나가다보니 한계가 있더라고요.

번화가로 나갈까 고민도 했지만, 생각을 바꿔 '우리가 가는 것보다 우리를 보러 은평구로 오게 해보자'라는 마음을 먹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멀리서 찾아오시는 분들이 조금씩 생기면서 신기해하고 있어요."

이제는 우리 동네가 되어버린
 
ⓒ 은평시민신문
 
디오티디의 주인장 부부는 은평구에 자리 잡은 4년차 신혼부부다. 처음에는 골목골목이 낯설고 어색했지만 지금은 '이만한 동네가 없을 정도'라 말할 정도로 이 동네가 좋아 이곳에 쭉 정착하며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 동네에 애정이 가득한 것 같아요

"살면 살수록 더 좋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주변에 같이 지내는 이웃주민들도 너무 좋고 북한산이나 진관사도 가깝고 시내나 외곽으로 나가기에도 편하고요. 이제는 고향에 갔다가 다시 돌아올 때 은평구라는 글자를 보면 '우리 동네에 왔다'는 안정감이 들 정도에요. 집이 마련되면 은평구로 아예 정착을 하고 싶어서 집도 이쪽으로 계속 알아보고 있어요."

- 최근 불광천변 음식점 '우주'에서 열린 플리마켓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사장님이 먼저 제안해서 흔쾌히 참여하게 되었어요. 지역 내에서 다양한 상점들이 협업하여 작은 당일 축제를 여는데 저희도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 즐겁더라고요. 이런 행사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은평구가 조금 젊어지고 서로 소통하며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은평구의 매력을 느낀 분들이 오래오래 같이 있으면서 지역 내에서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 은평구의 매력에 흠뻑 빠진 모습이 보기 좋은데요,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매출이 많아져서 돈을 더 많이 버는 것 보다는 꾸준히 오랫동안 감사한 마음으로 일하고 싶어요. 한 분이 오시더라도 '재료를 아끼지 않고, 빵을 양심적으로 만들어서 판매하는 빵집'이라는 사실을 느끼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지키려는 가치와 진심이 통하기를 그리고 그런 분들이 서로서로 알게 되어 저희 가게를 방문하는, 그런 작지만 알찬 가게가 된다면 행복할 것 같아요.

한편으론 빵 관련 카페와 같은 커뮤니티에 은평구 빵집하면 다들 연남동이나, 홍대로 가라고만 할 뿐, 은평구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찾기가 힘들더라고요. 저희가 은평구의 맛있는 빵집이 되어 한 자락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서 동네 손님들도 많이 찾아오시는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디오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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