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만 넓은 바닷가 모래사장과 연결되는 첫집, 서산시 고북면 사기리에서 7남매 중 막내딸로 태어난 그녀는 외향적인 성격에 걸맞게 체육 분야에 특별한 재능이 있었다. 현재 아들은 중학교 2학년 당시 홀로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넘어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지금은 아다르베팅팀에서 활동하며 유에파지도자 자격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그녀의 두 딸 중 첫째는 중앙대 국악과를 수석 졸업을 했고, 둘째 딸은 한국예술종합대 4학년에 재학 중이다. 이 또한 엄마의 재능을 이어받았다. 그녀는 독창과 합창 등에서도 두서의 성적을 냈던 이력이 있다.
봄꽃이 지천으로 흐드러지게 핀 지난 23일, 서산장애인주간보호센터 박종애 센터장을 만났다. '예체능의 길이 결코 쉽지만은 않지만 그럼에도 부모 도움 없이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자녀들의) 야무진 모습들이 보기 좋다'고 하자 그녀는 "부모가 하는 일에 아낌없이 팔 걷어붙이고 도와주면서도 몸이 불편한 이용자들을 챙겨나가는 모습이 사실 더 아름답게 보인다"며 환하게 웃었다.
- 지난해 7월 22~23일까지 개최된 '2022 스페셜올림픽전국태권도대회' 중 'SOK(발달장애인을 위한 스포츠대회) 부분 대회에서 서산시가 종합성적 2위를 차지했다. 모두 운동재활센터와 서산장애인주간보호센터에서 출전한 선수들이다.
"모두 관심을 가져주신 덕택이다. 당시 충남 서산 태권도 선수단 7명이 참가하여 금메달 1개, 은메달 5개, 동메달 4개 총 10개 메달을 획득하여 종합 2위의 빛나는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 이야기를 하려면 젊은 시절로 회귀해야 된다(웃음). 형부 소개로 서산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태권도 8단 남편을 만났다. 그 후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운영하던 나는 자연스럽게 태권도장을 운영하게 된 남편과 함께 유치부 아동들을 전문적으로 지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태권도를 수업에 접목시켰다.
당신 성장은 물론 자신감 키우기 유아특수 프로그램을 개발했는데 그것이 학부모님들로부터 호응을 끌어냈다. 전국대회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내게 됐던 계기기도 하다. 아이들과 함께 태권도를 수련해 4단증도 갖게 됐는데 그때가 많은 성장을 했던 시기였다. 지금 생각해봐도 가장 열정적으로 바쁜 시기를 보낸 시절이 아닌가 싶다.
지난해 우승은 우리 사회의 장애인들에게 보여지는 모든 장벽과 단절을 허무는 계기였기를 기원해본다."
- 잘 운영되던 유치원을 그만두고 장애인주간보호센터를 오픈하게 된 계기와 어려운 점은.
"남편이 장애인부모회, 성봉학교, 서림복지원에서 오랫동안 특수체육운동재활봉사활동을 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학생들이 졸업 후에는 거의 연계되는 부분이 전무했다. 재활자립활동훈련을 더 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학부모님들의 요구를 듣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센터 문을 열게 됐다.
하지만 운영비나 프로그램비가 생각보다 상당했다. 가장 중요한 건 급식과 간식비마저 지원되지 않는 상황이다. 제도적으로 안정되지 않은 전국장애인주간보호센터의 운영 현실에 적잖은 실망감을 느꼈다. 또 한편으론 이용인들에게 더 많은 프로그램과 자립활동지원을 해드리지 못함에 항상 미안함이 컸다."
- 힘들겠지만 그래도 운영하시면서 보람 있었던 일과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지난해에 오픈했다. 아직 짧은 운영 기간이지만 성과가 컸다. 위에서도 말씀드렸지만 태권도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한 결과 지난해 전국 SOK 전국태권도 대회에서 2위 성적을 올렸다. 앞으로도 이용인 개개인의 행복한 삶을 위해 할 수 있는 한 자신만의 특기와 직업 등을 꾸준히 교육해 사회의 일원으로서 자립할 수 있도록 더 많이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사실 우리 센터에는 발달장애를 가지신 분들이 많다. 그날그날 건강 상태 체크부터 신경을 써야 할 부분들이 너무 많다. 그래도 함께하는 사회재활복지사님들 덕에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기회가 늘어나 보람 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센터 내에 늘 웃음소리가 존재한다는 것이 참 고맙고 감사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보호자가 계심에도 보호자 역할을 하실 수 없는 가정도 참 많다. 활동지원센터를 비롯해 이용자와 연관된 기관과의 지속적인 소통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또 발달장애인들은 장애 정도에 따라 사회재활교사 배치 기준이 정립되어야 개개인에게 맞는 재활치료와 프로그램이 진행될 수 있다. 그런데 장애 유형과 장애 정도와는 무관하게 교사와 이용인 비율이 1:3인 점 때문에 돌봄과 수업 진행에 어려움이 있다.
운영 측면을 보자면, 인건비 외에 프로그램 등 사업운영비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사실 이 부분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무엇보다 급식비와 간식비 지원이 전혀 되지 않다. 자부담으로 급식비는 물론이고 조리까지 직접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경제적 시간적 어려움이 많다."
- 센터를 운영하다 보면 당황스러울 때도 많을 듯하다. 좀 어떤가.
"이용인 개인의 성향이 너무도 달라 난감하고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하지만 1년이란 시간을 함께하다 보니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많은 이용자와도 눈빛으로 교환한다. 그날의 컨디션은 어떤지, 현재 무엇을 원하는지, 분위기는 안정적인지.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가족들의 돌봄 없이 홀로 생활하시며 우리 시설을 이용하고 계신 한 분이 그날따라 평상시 모습과 좀 달라 있었다. 이상하여 상태를 예의주시했고, 활동보조사님께 당시 그분의 상황을 말씀드렸다.
그리고 그분은 집으로 돌아간 후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한 달 넘게 입원했던 적이 있다. 만약 당일 센터에 오시지 않았더라면 혼자서 뇌출혈로 쓰러지셨을 것이고, 그렇게 됐다면 골든타임을 놓쳐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현재는 운동 재활을 병행하시며 일상생활 훈련도 열심히 받고 계신다. 지난번에는 그분이 어눌한 말투지만 '생명의 은인'이라며 '하루하루 센터에 오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 너무 행복하다. 늘 선생님께 감사드린다'라고 수줍게 고백까지 했다.
그럴때는 되려 제가 다 감사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입원 시 대표 선생님만 병원 출입이 허용되고 우리는 병문안을 갈 수 없었다. 그때 영상통화 하면서 함께 응원하며 울고 웃던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코끝이 찡하다."
- 이용인들이 제일 좋아했던 프로그램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어떤 내용이며, 특별히 인기 있는 선생님들이 계시면 소개를 해달라.
"이용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사회적응 프로그램으로는 바닷가 해물요리 파티, 신정호수 숲길 걷기, 서울 대중교통 이용하기 등이었다. 진행 후 소감 발표시간이었는데 "태어나서 이렇게 멀리, 이렇게 멋진 곳에서, 이렇게 행복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 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해요"라는 소감을 발표했다.
그날 저녁, '더 많은 경험과 더 멋지고 넓은 세상을 보여드리고 느끼게 해드리고 싶다'는 기도를 간절히 올렸었다.
우리 선생님들을 소개하자면 먼저 임채훈 선생님이다. 운동재활프로그램 시간에 틈틈이 익힌 태권도 기본동작을 이용한 태권체조를 서산시 시범단으로, 그것도 멋진 무대에서 선보이게 해드리고 싶다며 오늘도 우렁찬 기합 소리와 함께 멋지게 지도해 주시는 분이다.
김현선 선생님은 트롯가수 임영웅의 열혈팬이시다. 이용인에게 '임영웅을 꼭 만나게 해드리고 싶다'며 다방면으로 방법을 모색 중인 모양인데 정말 꿈이 현실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권도희 선생님은 국악과 성악을 넘나들며 아름다운 목소리와 다양한 악기로 모두를 행복한 음악으로 초대해 주신다. 자신의 달란트를 이용인들에게 나눠주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
- 장애인주간보호센터를 운영하시는데 특별히 이 길을 가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주간에 장애인이 머무는 센터를 운영하려다 보니 가장 절실한 것이 운영비·사업비 등의 부족이다. 그러다 보니 센터 내에서 계획한 좋은 프로그램들을 이용자들에게 맘껏 제공할 수 없음이 무척 안타깝다. 현실이 그렇다. 시설 기능보강과 더불어 이용인들에게 양질의 급식을 제공할 수 있도록 급식비와 급식도우미 인력 지원 등이 확보되었으면 한다.
사실 사회복지는 이론적인 학습도 중요하지만 선한 마음과 이용인 편에서 실천하는 부지런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폭넓은 사례 경험과 대상자들에게 적합한 최고의 프로그램 개발과 이 모든 것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는 사업계획수립, 사업비 확보 방법 등을 꼼꼼하게 준비해 나가면 좋을 듯하다. 복지 현장에서 당당하게 큰 역할을 맡아주셨으면 한다."
- 꿈이 있다면 말해달라.
"발달장애인 중 뇌병변 장애인들이 시설 여건과 인력배치 부족 등으로 입소를 희망하는 많은 분이 센터를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설 기능보강 및 인력배치기준의 현실화 등을 통해 서산 관내 성인 뇌병변 이용자들을 낮 동안 안전하고 쾌적한 돌봄과 더불어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공간 마련이 절실하다. 전문적인 재활 수업을 지원해 뇌 병변 장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용인과 가족분들께 작은 도움이라도 드리고 싶은 게 꿈이다.
그리고 센터를 이용한 이용자들과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는 센터 내 자립생활시설을 설립해 많은 장애 가정의 어려움을 덜어드리고 싶다. 무엇보다 이용자들이 안전하고 쾌적한 생활시설에서 자립교육과 훈련·취업까지 아우르는 센터를 설립하고 싶은 게 꿈이기도 하다."
-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발달장애인들과 생활하며 이분들에게도 비장애인들과 같은 소망이 있고 꿈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우리 사회가 이분들이 겪는 어려움을 이해하고 인권 차원의 문제로 인식하고자 '장애인의 날'이 제정된 것처럼 우리 스스로가 편견을 가지지 말고 장애인을 진심으로 이해하기 위해 작은 실천과 관심을 두어주시면 더욱 따뜻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모두 예비장애인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얘기다. 신체 건강한 분들도 언제든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둔다면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은 바뀔 수 있으리라 본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조금 다를 뿐이다. 서로가 다르지 않은 똑같은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려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여러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것은 사회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난 가을 소풍 때였다. 바닷가에서 조개구이를 먹는데 예쁜 선우씨가 '센터장님, 제가 금메달 따서 관장님께 맛있는 거 많이 사드린다'는 소망을 얘기했다. 그리고 용철씨는 '재활운동 열심히 해서 아들과 바닷가 놀러 가고 싶다'는 소원을 얘기해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그날 저녁 '인연으로 만나 함께 생활하고 있는 소중한 식구들입니다. 센터 이용인 모두의 소중한 꿈들을 꼭 이룰 수 있도록, 처음 만남의 설렘과 다짐을 항상 잊지 않고 든든하게 지켜드릴 수 있도록 해주세요. 이분들을 도와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약속합니다'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이 자리를 빌려 인연으로 만나 함께 생활하고 있는 우리 센터 식구들 건강하시길 빌며, 부디 지역사회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과 함께 깊은 애정과 관심을 부탁드린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서산시대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