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 탄신 478주년 당일인 28일 오전 9시,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 앞.
현장체험학습을 나온 중학생들이 "忠武公李舜臣將軍像"이라는 한자 현판이 커다랗게 붙어 있는 동상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이 동상은 정부가 우리나라를 알리는 영상물을 만들 때 빠짐없이 앞세우는 상징물이다(관련 기사:
광화문 광장의 이순신 동상에는 한글이 없다? https://omn.kr/20pju).
중학생 7명 모두 "모습은 이순신 장군인데, 글자가..."
이날 <오마이뉴스>는 이곳을 지나는 중학생 7명에게 '동상에 적힌 글자의 뜻을 아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들은 모두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 중학생은 "동상 모습은 이순신 장군인데 한자는 무슨 내용인지 모른다. 왜 이렇게 적었는지 참…"이라면서 혀를 찼다. 또 다른 중학생은 "우리말로 써놨으면 알아봤을 텐데..."라고 아쉬워했다.
오랜 기간 외국인들에게 한국 문화를 알려온 정수연 관광통역안내사도 "외국인 관광객들과 함께 이순신 장군상을 지날 때에 '저 글자가 중국글자'란 사실을 굳이 언급하지 않으려고 한다"면서 "이곳이 바로 한글을 만드신 세종대왕을 기리는 세종대로이고, 세종대왕상도 있기 때문에 한글의 우수함을 알리고자하는 관광안내의 일관성에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에 세워진 동상이니까 한글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라고 말했다.
오노균 이순신장군기념사업회 추진위원장도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우리나라를 지키려고 하신 이순신 장군 동상에 우리나라 아이들도 알아보지 못하는 한문 현판을 구태여 쓸 필요가 있겠느냐"면서 "광화문 광장에 세종대왕상도 있고 우리글도 엄연히 있는데 당연히 이순신 장군 동상도 한글로 고쳐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어학자인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장은 이날 오전 9시 10분쯤부터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김 원장이 든 손 팻말엔 다음과 같은 글자가 적혀 있다.
"대한민국의 가장 자랑스러운 장군 이름을 대한민국 공용문자인 한글로 적지 않는 부끄러운 대한민국! 이순신 장군 이름을 왜 한자로 적습니까?"
김 원장은 "몇 해 전에 관광해설사를 대상으로 특강을 했는데 그때 들은 충격적인 내용이 아직도 생생하다"면서 "외국인 관광객들 중에 일부가 이순신 장군 동상이 한자로 되어 있다 보니 '명나라에서 파병한 장수냐고 묻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김슬옹 "우리 국민도 제대로 못 읽는 동상...자존심 깎아내려"
김 원장은 '1인 시위'에 나선 이유에 대해 "한국인이 존경하는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정작 한자를 모르는 국민들은 읽을 수조차 없도록 한 것은 우리나라의 자존심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것"이라면서 "이제라도 서울시가 과거 한글전용법과 현행 국어기본법 취지에 맞게 한자 현판을 '충무공 이순신 장군상'이라고 한글로 바꿔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김 원장은 "이번 시위를 시작으로 한글단체들과 힘을 합쳐 이순신 장군상 현판을 한글로 바꿀 때까지 서울시 등을 상대로 강력하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