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창군은 경남도내 군단위 지자체 중 청년인구비율과 혼인건수, 출생아수 1위의 타이틀을 갖고 있다. 청년인구만 단순하게 비교해도 거창의 청년인구는 1만 4496명으로 함양보다 약 2배 많다. 이런 특징을 생각했을 때 거창의 청년공간 조성은 다른 지자체에 비해 늦게 출발했다고 할 수 있다. 거창의 청년공간인 거창청춘창고는 지난 2022년 4월부터 시범 운영되어 올해 활동 2년차를 맞이했다.
거창청춘창고는 경남도립거창대학교 옆의 축협사료창고를 리모델링한 공간으로 시설면적은 231㎡ (부지 345㎡)이다. 이번에 청년터조성사업에 선정되어 추가 리모델링 작업 중이며 리모델링이 끝나면 야외쉼터와 다목적공간, 공유주방, 공유카페, 수유실 등이 조성될 예정이다. 기존의 다목적공간을 넘어서 다양한 기능을 갖춘 청년거점공간으로 거듭나려는 모습이 보인다.
기존의 청춘창고에서는 다양한 원데이클래스와 모임은 '청춘 원데이'와 '청춘 썸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됐다.
'청춘 원데이'는 매주 화요일 저녁에 진행된 원데이클래스 수업으로 양말공예, 베이킹, 라탄공예 등 청년의 다양한 경험에 대한 수요를 충족했다.
'청춘 썸데이'는 매주 목요일 저녁 거창의 미혼청년들이 모여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하며 자연스러운 교류를 하도록 유도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역시 요즘 청년들의 만남 기조인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에 부합하는 운영으로 청년의 입장에서 접근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운영시간은 평일 오후 1시부터 9시까지, 토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일요일과 공휴일은 휴무다. 특성상 저녁시간에 모임을 많이 할 수 밖에 없는 청년들의 실사용 시간을 고려한 운영시간이다. 모임뿐만 아니라 개인단위가 놀거나 쉬는 것도 가능하고, 청년예술가들의 전시나 공연 대관도 가능하다.
다양한 면에서 청년의 수요를 맞추려고 한 노력이 보인다. 군행정의 이러한 노력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을까?
현 청춘창고매니저 김범중 매니저와 거창청년모임 낯가림의 박재영 부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청년 의견 반영해 만든 거창청춘창고
"청년공간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며 당시 군의원이던 권순모 군의원의 제안으로 청년공간이 조성되기 시작했습니다."
거창청년모임 낯가림의 박재영 부대표는 청년공간 기획단계에서 청년들과 권순모 군의원이 지속적으로 간담회를 가졌다며 거창청춘창고는 청년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된 공간이라고 전했다.
"다양한 시도가 있었어요. 유명한 공간인 홍대 제비다방 대표님을 만나 설계나 피드백을 받기도 하고요. 하지만 예산의 한계 때문에 목적 없이 공간만 만들어졌어요. 최소한의 목적을 청년들이 모여서 회의를 할 수 있는 공간. 카페나 음식점 등을 전전하지 않고 모일 수 있는 공간이었어요. 이번 거창군 청년터 조성사업 선정 후 다양한 기능을 갖추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한계는 있었지만 공간이 생겼다는 것이 중요했다. 청춘창고는 청년이라면 누구나 공부나 취미, 재택업무 등을 눈치 안 보고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에 부정적인 시각이 생기면서 청년들은 조금씩 다른 공간으로 밀려날 수 밖에 없었다.
취업을 준비하거나 공부를 하는 청년은 한 잔에 4~5000원씩 하는 음료를 매번 부담하기도 어렵다. 청춘창고는 그런 청년들에게 비용 없이도 이용할 수 있는 공유오피스가 되어 청년복지 역할을 잘 해냈다.
김범중 매니저 역시 청년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는 점에서 공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청춘창고 이전에는 청년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잘 없었어요. 카페에서 만나지만 그마저도 청년이 운영하는 공간인 경우가 많아요. 개개인도 모이기 어려운데 단체는 더 어렵다고 생각해요. 청춘창고 대관이나 이용을 보면 거창에 있는 단체들 사용이 많거든요. 거창에 이렇게 많은 단체가 있는지 몰랐어요. 다들 공간을 원했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런 의미에서 청춘창고는 네트워킹의 역할 역시 해내는 거 같아요."
군행정주도의 운영에서 청년주도의 운영으로
전국 다양한 지자체가 청년공간을 만들었지만 모두가 성공한 것은 아니다. 공간이 갖는 가치와 기능이 갖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청년들을 위한 구직정보나 주거정보, 자격증 공부를 돕는 공간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추더라도 공간이 주는 분위기와 역할을 간과한다면 실사용율은 떨어지고 금방 잊혀지게 된다. 청년공간이 공간으로 매력을 갖추려면 단순히 기능을 고민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해야한다.
청춘창고매니저 김범중 매니저는 거창군 역시 군행정주도의 운영에 한계에 충분히 공감했다고 전하며 작년 하반기부터 청년네트워크 주도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군에서도 실사용율을 고민하고 있어요. 청춘 원데이와 청춘 썸데이가 성공적으로 운영됐지만 청년들의 주도적인 사용까지 발전하기는 어려웠던 것 같아요. 실사용율을 높이려면 이 공간사업의 수혜자인 청년들이 직접 운영하는 게 좋다는 생각으로 청년네트워크가 청춘창고의 운영 일부를 담당하게 됐습니다. 청년네트워크는 다양한 청년이 구성원으로 포함되어 있는데요. 구성원들이 모두 거창군의 발전을 위하는 마음으로 모인 만큼 조금씩 더 발전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박재영 부대표 역시 운영주체에 대한 말을 덧붙였다.
"운영의 주체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서 수용할 수 있는 운영의 질과 양이 달라진다고 봐요. 인구증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 중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 동아리 활동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새로운 사람도 만나고 삶의 활력도 찾고요. 공간이 운영된다면 동아리들의 거점으로 청년공간이 운영되어야 해요."
두 명의 거창청년에게 청년공간의 필요성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질문했다.
"청년공간이요? 당연히 있어야 해요. 시골에 청년을 위한 공간이 있나요? 다양한 계층을 위한 공간이 만들어져야 해요. 면 파크골프장은 16억에 건립했는데 청년공간은 이번에 사업을 얻어 힘겹게 리모델링 들어갔어요. 청년들도 지역에서 작은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하는데 청년공간은 청년을 위한 최소한의 복지예요."
거창청년모임 낯가림의 박재영 부대표가 바라는 청년공간은 청년 누구나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고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일자리와 주거, 문화를 다루는 정보를 전부 포함하는 플랫폼이다.
김범중 매니저는 "청년공간은 청년 기획가에게 기회를 주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단순하게 복지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그 속에서 문화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거창 여행을 하다가도 들를 수 있는 청년공간처럼 되면 멋질 거 같아요. 로컬매거진, 로컬푸드, 청년의 활동 등을 품을 수 있는 플랫폼이 되면 관광과도 맞닿는 지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청춘창고 공간은 충분히 그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곳이에요."
한편 청춘창고는 거창군 청년터 조성사업으로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현재 청춘창고의 명칭을 공모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함양뉴스 (김경민·곽영군·최학수)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