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과학고에 근무하며 3D(3차원)프린터를 수업 등에 많이 활용해온 교사 2명을 비롯한 교사 3명이 희귀암인 육종에 잇달아 걸린 사실이 드러나 큰 논란이 된 사건과 관련, 인사혁신처가 '공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린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사망 유족과 요양 중인 2명의 교사들은 "납득하기 어려운 판단"이라면서 후속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인사혁신처 "노출 정황 인정하더라도 희귀종양 원인 규명 어려워"
8일, <오마이뉴스>는 인사혁신처가 경기 A과학고에 근무하다 육종 진단을 받고 2020년 7월 사망한 고 서울 교사 유족에게 지난 4월 21일 보낸 '순직유족급여 불승인 통보' 공문을 살펴봤다.
이 공문에서 인사혁신처는 "공무원재해보상법의 순직유족급여의 지급요건인 '공무상 사망'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 의견이므로 순직유족급여 청구에 대해 부지급 결정한다"고 통보했다. 고 서울 교사의 아버지인 서정균씨가 지난 2021년 2월 낸 공무상 재해 신청서를 인사혁신처가 기각한 것이다.
인사혁신처는 기각 이유에 대해 "(청구인은) 고인이 3D프린터 사용으로 발생하는 유해물질 등에 장기간 노출되어 육종이 발생하였고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설명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고인이 발병 전 약 5년 1개월간 학생들을 위해 3D프린터를 교육에 활용함으로써 유해물질 등에 장기간 노출된 사실 정황을 인정하더라도, 동 질병은 굉장히 희귀한 종양으로 현재까지 그 원인을 밝히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사혁신처는 "2년여에 걸쳐 실시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 결과보고서에도 3D프린터 관련한 통계적 유의성이 없다는 점과 업무관련성의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이 있는 점에 비춰볼 때 개연성만으로 공무와 인과관계를 인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 심의회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현재 육종으로 요양 중인 2명의 교사도 서정균씨와 함께 공무상 재해를 신청했지만, 인사혁신처는 비슷한 이유로 기각했다.
이에 대해 이번 사건 청구인 쪽 대리인인 권동희 공인노무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오마이뉴스>에 "인사혁신처의 이번 기각 판단 이유는 육종이 희귀암이며 전 세계적으로 원인에 대한 연구가 안 되어 있어 발병 원인을 알 수 없는 상황에 기인하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타 공무원의 경우 육종이 공무상 재해로 인정된 사례도 있어 인사혁신처의 전향적인 판단을 원했지만 그렇지 못했다"고 밝혔다.
인사혁신처 판단 불복, 재심 청구하거나 행정소송 방안 논의
서정균씨는 "과거 정부연구기관에서도 아들이 사용한 것과 같은 3D프린터 소재에서 발암물질이 나온 사실을 인정해놓고, 이제 와서 내 아들의 육종 발병 원인에 대해서는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확률로 봐도 10만 명 중 한 명이 걸린다는 희귀암인 육종에 3D프린터를 장기간 사용한 교사 3명이 모두 걸린 것은 발암물질 때문이 아니냐"고 반박했다. 현재 전체 초중고 교직원은 50만여 명이다.
고 서울 교사와 같은 과학고에 근무하다 육종 판정을 받은 B교사는 "이번 인사혁신처의 판단에 아쉬움이 크다"면서도 "이번에 우리들의 공무상 재해 신청을 전후해 그나마 교육부에서 학교 안전기준을 마련하는 등 학생 안전대책을 수립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조만간 청구인 3명은 논의를 갖고 이번 인사혁신처의 판단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하거나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관련 기사]
A과학고 교사들 잇단 희귀암 육종... '3D프린터 공포' 확산 https://omn.kr/1ohz0
"내 아들 죽인 3D프린터... 위험한지 알고 쓰나" https://omn.kr/1t7q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