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1일 "제2의 창군 수준의 대대적인 변화가 있어야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전투형 강군을 만들어서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3군의 합동성 강화와 전투능력 통합, 효율적 운영을 위한 '전략사령부' 창설 구상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방혁신위원회' 첫 회의에서 "북핵 위협이 고도화되고 있는 등 안보 환경이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과학기술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출범한 국방혁신위는 지난해 12월 제정된 대통령령에 의거해 신설된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국정과제인 '국방혁신기본계획'을 심의·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았으며, 위원은 국방부 장관과 국가안보실장이고, 여기에 대통령이 위촉한 민간위원 8명으로 구성된다.
특히 윤 대통령은 국군사이버사령부(현 사이버작전사령부) '댓글 공작'으로 유죄를 받은 김관진 전 국방장관(전 청와대 안보실장)을 민간위원 중 한 명으로 위촉했으며, 이날 김 전 장관을 '부위원장'으로 지칭해 불렀다(관련 기사 :
윤 대통령의 자아분열? '댓글공작 유죄' 김관진 과거 이력 보니).
"창군 수준 대대적 변화, 전투형 강군으로"... '전략사령부' 창설 구상 밝혀
우선 윤 대통령은 첫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과거 역사를 보거나 세계 어디를 보더라도 최고의 과학기술은 국방 혁신과 개발 과정에서 일어나고, 또 최고의 과학기술은 늘 국방 분야에 가장 먼저 적용이 된다"면서 "이렇게 과학기술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군의 운영체계, 소프트웨어, 하드웨어에 대하여 창군 수준의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선거 과정에서도 국방 분야에 관심을 갖고 챙겼습니다만 취임 이후 국군 통수권자의 책무를 맡아보니 개혁과 변화가 정말 시급하다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며 "작년 하반기에 에릭 슈미트 전 구글 CEO가 위원장으로 있는 미국의 국방혁신자문위원회를 한번 벤치마킹을 해봤다"고 국방혁신위 신설 배경을 설명했다.
그리고는 국방혁신위 인적 구성과 관련해 "저희는 자문위원회가 아니고 혁신위원회로 해서 제가 직접 위원장을 맡기로 하고, 또 존경받는 군 원로이신 우리 김관진 장관님을 모시고 오늘 이렇게 위원회를 출범하게 됐다"며 "군사안보 전문가 네 분과 국방과학기술 전문가 네 분으로 이렇게 혁신위원회를 구성했다. 국방 분야를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어려운 임무를 기꺼이 맡아주신 김관진 부위원장님과 민간위원 여러분께 깊이 감사를 드린다"고 소개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추구하는 '국방 혁신의 목표'에 대해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압도적 대응 역량을 갖추고, 대내외 전략환경 변화에 부합하는 효율적인 군 구조로 탈바꿈하여 싸워서 이길 수 있는, 또는 감히 싸움을 걸어오지 못하게 하는 그런 강군으로 우리 군을 바꾸는 것"이라고 밝혔다.
강군으로 거듭나기 위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우리 군의 능동적 억제대응 능력 보강 ▲북한 전 지역에 대한 정찰감시와 분석 능력, 목표를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는 초정밀 고위력 타격능력, 복합·다층적인 대공 방어능력을 충실하게 확보 ▲무엇보다 북한의 이런 도발심리를 사전에 억제할 압도적인 전력 보유 등을 제시했다.
특히 3군을 통합하는 '전략사령부 창설' 구상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민간의 과학기술 발전 속도에 맞춰 신기술이 국방 분야에 적기 도입될 수 있도록 관련 법과 제도를 개선하고, 우리 국방 조직을 빠르게 변화하는 과학기술 환경에 맞춰서 국방 조직을 재정비해야 된다"면서 "3군의 합동성을 강화하면서 각 군의 분산된 전력능력을 통합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전략사령부 창설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군의 지휘통제체계도 최적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드론, 로봇 등의 유·무인체계를 복합적으로 운영하여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부대 구조와 작전수행 개념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군을 선택한 청년들이 군 복무에 매진할 수 있도록 복무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된다"며 "여기에 함께하고 있는 정부와 군의 주요 직위자 여러분도 국방 혁신의 성공이 진정한 국가안보를 달성하는 길임을 명심하고, 위원회를 적극 지원해 달라"고 당부하면서 발언을 맺었다.
한편, 윤 대통령이 이날 위촉된 민간위원은 김관진 부위원장을 비롯해 ▲김승주 위원(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교수) ▲김인호 위원(KAIST 안보융합원 교수, 전 국방과학연구소장) ▲김판규 위원(한양대 창의융합교육원 교수, 전 해군참모차장) ▲이건완 위원(청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 전 공군참모차장) ▲이승섭 위원(KAIST 기계공학과 교수) ▲정연봉 위원(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부원장, 전 육군참모차장) ▲하태정 위원(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이다.
이날 출범식에는 이종섭 국방부 장관,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을 포함한 10명의 위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군에서는 김승겸 합동참모의장과 육·해·공군참모총장 및 해병대사령관, 방위사업청장, 국방과학연구소장, 대통령실에서 안보1·2차장 등이 참석했다.
대통령실 "김관진, 국방개혁에 3번 핵심적 역할... 국방혁신에 가장 전문성"
한편,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전날(1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관진 전 장관을 민간위원으로 위촉한 배경에 대해 "우리 군이 그리고 우리 국방부가 지난 20여년간 세 차례 정도의 큰 국방개혁을 했다. 세 차례의 국방개혁 과정에서 김관진 전 장관은 실무자로서 그다음에 중간관리자로서 그리고 국방장관으로서 참여를 했다"면서 "세 번 모두 핵심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에 국방혁신에 대해서는 가장 전문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김 전 장관은 합참의장을 지냈고, 국방장관을 지냈고, 청와대 안보실장을 지냈다. 각각 세 번의 다른 정부에서 그렇게 지냈다"면서 "우리 국방혁신과 관련해서 뭐가 문제이고 어떤 점을 개선해야 되는지에 대해서 아마 김 전 장관만큼 잘 아시는 분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 핵심 관계자는 "그래서 김 전 장관이 적임자라고 생각하고 이번에 임명하게 되는 것"이라며 "여덟 분의 민간위원이 있지만 경력으로 보나 연륜으로 보나 김 전 장관께서 좌장 역할을 하시지 않을까 그렇게 예상하고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