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부터 8년 동안 민간·관청·학교(민관학)가 협의체를 구성해 자치구별로 혁신교육 사업을 펼쳐온 혁신교육지구가 올해엔 민간이 배제된 채 출범식을 열었다. 사업 이름 또한 '혁신'이란 말을 빼고 미래교육지구라고 바꿨다.
서울시교육청은 "국민의힘 소속 구청장들 요구에 따라 교육지구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 부득이하게 이름을 바꿨다"고 설명했지만, 그동안 혁신교육지구 사업을 주도해 온 인사는 "혁신 파탄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힘 구청장들 요구에 미래교육지구로 이름 바꿔"
11일 오후 2시, 서울시교육청은 서울 25개 자치구가 함께하는 서울미래교육지구 출범식을 서울교육연구정보원에서 열었다. 이 자리엔 교육청 직원들과 23개 자치구청장 등 대표가 참석했지만 민간단체는 참석하지 않았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는 과거 혁신교육지구 출범식 모습과는 크게 다른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서울시에 참석의사를 타진했지만 오세훈 시장이 참석하지 않았고, 민간단체의 경우 혁신교육지구 조례가 폐지됨에 따라 민간협의체 대표성을 갖는 분들을 모실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8년간 지속된 혁신교육지구란 명칭에서 '혁신'이 '미래'로 바뀐 이유에 대해서 또 다른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청장들의 요구에 따라 25개 구청을 모두 참여시키기 위해 부득이하게 이름을 바꿨다"면서 "이름은 미래교육지구로 바뀌었지만 사업은 과거 혁신교육지구 내용을 이어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출범식에서 이성헌 서울구청장협의회 대표(국민의힘, 서대문구청장)는 인사말에서 "그동안 혁신교육지구 사업으로 혁신을 많이 했으니까 '이제는 미래교육지구로 바꿔보자'고 내가 제안을 드렸고, 조희연 교육감도 그렇게 해보자고 했다"면서 "서울시에서는 (교육지구) 사업에 소극적이기는 하지만 자치구에서는 서울시교육청과 함께 미래교육의 내용을 채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인사말에서 "저는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는 보수, 진보, 여야, 지자체와 교육청의 경계가 있을 수 없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면서 "혁신교육지구 8년 성과를 이어받으면서 지자체와 학교, 지자체와 교육청의 새로운 협력의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조 교육감은 그동안 혁신교육지구 기치 가운데 하나로 내세웠던 '민관학이 함께하는 혁신교육'에서 민간의 중요함에 대해서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조 교육감과 구청장들은 서울미래교육지구의 비전을 '공존의 미래, 새롭게 발돋음하는 서울미래교육지구'라고 선포했다. '혁신' 대신 '공존'과 '미래'를 내세운 것이다.
'미래학교, 미래교육'이란 용어는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보수세력이 '혁신학교, 혁신교육'에 대응하기 위해 내세웠던 말이기도 하다.
"교육지구에서 민간 배제, 혁신 파탄 행위... 걱정"
이 같은 서울시교육청의 변신에 8년간 혁신교육지구 사업을 주도해 온 한 민간단체 대표는 <오마이뉴스>에 "혁신교육지구에서 '혁신'이라는 말을 뺐다는 것은 혁신의 가치와 철학을 없앤 것"이라면서 "교육청이 25개 자치구와 함께 하기 위해 민간을 배제하는 동시에 혁신을 파탄 낸 행위라고 생각한다. 교육지구 사업도 혁신에 걸맞지 않게 진행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이 주도하는 서울시의회는 지난 4월 10일, 당초 서울시교육청이 마련한 미래교육지구 사업 예산에서 민간협의체 관련 사업 예산을 모두 삭감한 채 추경 통과시킨 바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삭감된 민간협의체 예산과 마을교과서 예산 등을 오는 6월 추경에서 서울시의회에 제안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