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의 한 소방서 직원이 무릎통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체력검정을 받다가 큰 부상을 입는 사고를 당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강압적인 조직문화에 의해 부상을 당했다며 진상규명과 악습개선을 촉구했다.
소방을사랑하는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박일권, 이하 소사공노)은 11일 오후 세종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세종소방본부 한 소방서에서 치러진 체력검정에서 무릎통증을 앓고 있는 소방관이 진단서를 체력검정위원회에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체력검정을 받다 무릎에 큰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즉각적이고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에 따르면, 지난 4일 세종소방본부 A소방서에서 체력검정을 받던 40대 B소방관(남성)이 제자리 멀리뛰기를 하던 중 무릎연골이 파열되는 큰 부상을 입었다.
소방공무원은 '소방공무원 체력관리규칙' 따라 1년에 1회 이상 체력검정을 받는다. 종목은 윗몸일으키기, 제자리 멀리뛰기, 왕복오래달리기 등 6개 종목으로, 체력검정을 받은 뒤 개인 연령별 보정치에 따른 점수를 받는다. 이 점수는 개인근무성적 평정에 반영된다.
다만, 질병이나 신체적 장애로 인해 체력검정이 불가능한 소방관은 소방공무원 체력관리규칙 제9조 2항에 따라 진단서 등을 제출하면 체력검정을 받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A소방서 간부들이 체력검정 참여율을 높인다는 취지로, 체력검정 당일 현장에 진단서를 제출토록 강요했고, 건강상태 확인 후 검정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했다는 것.
이에 따라 B소방관과 같은 질병을 가진 소방관들이 간부들의 눈치를 보면서 당일 현장을 방문해야 했고, 눈치가 보인 B소방관은 통증을 참으며 체력검정에 참여하게 됐다는 게 소사공노의 주장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소사공노는 "시대에 뒤떨어진 소방행정 때문에 발생한 사고"라며 "개인의 건강상태를 검정 당일 건강상태 확인 후 검정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발상과 진단서를 체력검정 장소에서 받아 참여율을 높인다는 발상에 말문이 막힐 지경"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강압적인 소방조직 문화'가 이번 사고를 불러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생과 사를 다투는 소방공무원에게는 아직도 상명하복의 군대문화가 만연하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즉각적이고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세종시소방본부는 관계자는 "10일 오후 늦게 이번 사고를 인지했고, 조사를 지시했다"며 "진상조사 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