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한 마음으로 쇄신하겠습니다."
14일 6시간 가까이 난상토론을 벌인 끝에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일성이다. 이날 민주당은 당의 쇄신을 주제로 하는 의원총회를 열어 김남국 의원 가상자산 투자 논란,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2024년 총선 전략 등을 논의했다. 결론은 반성과 혁신이었다.
민주당은 결의문에서 "민주당이 국민들과 함께 호흡하지 못했다"며 "국민들의 마음에서 멀어져 있었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했다. 통렬하게 반성한다"고 밝혔다. 또 "위법이 아니라는 이유로, 동료 의원이라는 이유로 우리 자신에게 관대하고, 해야 할 일을 방기하지 않았는지 자성한다"며 "국민의 상식에 맞는 정치윤리를 바로 세우겠다. 오늘 의총 이후 재창당의 각오로 근본적 반성과 본격적인 쇄신에 나설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결의문 첫머리엔 '김남국 탈당'... "추가 조사 진행할 것"
민주당은 특히 이날 의총 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투자에 대해 "개별 의원의 탈당으로 당의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 탈당으로 모든 일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추가 조사가 필요한 부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취재진에게 "필요한 부분을 추가 조사하겠다. 본인의 동의를 얻어서 최대한 조사를 진행하겠다"며 "완벽한 조사는 애초부터 한계가 있겠지만,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남국 전 의원이 탈당 후 당의 진상조사에 얼마나 협조할지는 미지수다. 의총 중간 브리핑에서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김남국 의원이 탈당 의사를 전하기 전까지 조사에 협조했고, 조사단이 꽤 방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는데 일부는 제출되고, 일부는 시간 관계 등 여러 상황으로 제출이 안 된 상태에서 탈당 의사를 밝혔다"며 "이용 거래소, 전자지갑, 거래코인 종목, 수입 등 거래 현황과 관련해선 조사단이 자료를 제출받지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김 의원의 탈당 자체를 막을 수 없다는 입장에도 변함없었다. 송기헌 원내수석부대표는 "(당헌당규상) 탈당은 본인이 접수했으니까 되는 것이더라"고 했고, 이소영 원내대변인도 관련 질문에 "우리 당 당규를 보면 징계 개시 이후 탈당이면 제명 조치를 하는데 김남국 의원은 감찰만 개시돼있고, 감찰단이 징계 개시 요구하는 절차까지는 진행되지 않아서 당규 18조가 적용되는 경우는 아니라고 보는데 의총에서 결론이 나거나 토론되거나 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박용진 "이재명, 당 쇄신의 칼 휘둘러야"
이번 사안과 관련해 이재명 대표의 재신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당 지도부의 대응이 미온적이어서 김 의원이 부실한 해명을 내놓았고 시간을 끌면서 사태가 커진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김남국 의원이 이 대표의 측근인 것도 이같은 주장의 근거로 작용한다.
반면 박용진 의원은 기자들에게 자신은 의총에서 "지금처럼 좌고우면하고 늑장대응하고 이렇게 해서는 민주당 다 죽게 생겼으니까, 당 대표가 당 쇄신의 칼을 들고 휘둘러라. 당 대표에게 책임도 더 물어야 되지만 권한도 더 강화할 수 있으면 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은 당 대표하고 지도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일해야지, 무기력하게 있어선 절대 안 된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오히려 지도부가 제대로 권한을 행사해 사태를 매듭지어야 한다는 뜻이다.
높아진 위기감을 반영하는듯, 민주당 의원들은 저마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총 현장에선 '3년 만에 처음 발언한다'는 의원이 있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원내 지도부가 사전에 서면으로 진행한 당 쇄신 관련 설문조사에 142명이나 답변을 보냈고, 나머지 대부분의 의원들 또한 문자나 전화로 참여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공언한 김남국 의원에 대한 추가 조사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 탈당 전에도 주요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는데 탈당 이후 더 적극적으로 협조하리라 보기 어렵다.
또 윤리규범의 엄격한 적용, 내부 윤리기구 강화, 국회의원 재산의 투명성 강화, 그리고 당의 근본적 혁신이 이번 의총 결의문에 담겨 있지만, 구체적인 안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계파간 갈등 소지도 있다. 시점상 혁신 결과가 내년 총선 공천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음은 박광온 원내대표의 의총 결과 보고 및 의총에서 채택된 결의문 전문이다.
"절박한 마음으로 쇄신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반성하고 변화하겠습니다. 오로지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쇄신하겠습니다.
민주당은 국민들과 함께 호흡하지 못했습니다. 국민들의 마음에서 멀어져 있었고, 국민 눈높이에 맞추지 못했습니다. 통렬하게 반성합니다.
위법이 아니라는 이유로, 동료 의원이라는 이유로, 우리 자신에게 관대하고, 해야 할 일을 방기하지 않았는지 자성합니다. 국민의 상식에 맞는 정치윤리를 바로 세우겠습니다.
국민께 의원총회 결과를 보고 드립니다. 오늘 의원총회 이후, 재창당의 각오로 근본적 반성과 본격적인 쇄신에 나설 것을 약속 드립니다. 반성과 성찰 위에서 온전히 쇄신 결과로 국민께 평가 받겠습니다.
1. 개별 의원의 탈당으로 당의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습니다.
가상자산 관련 의혹이 있는 민주당 의원이 탈당했습니다. 탈당으로 모든 일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추가조사가 필요한 부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겠습니다. 엄정한 조사 후 징계하는 원칙을 확립하겠습니다.
2. 윤리규범을 엄격히 적용하겠습니다.
민주당의 <윤리규범>을 제1의 판단기준으로 삼겠습니다. 온정주의를 과감하게 끊어내겠습니다. 윤리규범에는 품위유지, 청렴의무, 성실의무, 이해충돌 방지 의무, 이권개입 금지, 성폭력 금지 등 마땅히 준수해야 할 규범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습니다. 윤리규범을 벗어난 모든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조치하겠습니다.
3. 윤리기구를 강화하겠습니다.
민주당의 윤리기구를 강화하겠습니다. 첫째, 윤리기구에서 반부패기구로 거듭나도록 권한과 기능을 대폭 강화하겠습니다. 둘째, 독립된 지위와 위상을 강화하겠습니다. 셋째, '상시 감찰, 즉시 조사, 신속 결정'의 원칙을 갖고 민주당 안의 자정기능을 강화하겠습니다.
4. 국회의원 재산의 투명성을 강화하겠습니다.
공직자 재산신고와 이해충돌 방지 제도의 허점이 드러났습니다. 가상자산을 재산신고와 이해충돌 내역에 포함시켜서 법의 미비점과 제도의 허점을 보완하겠습니다. 5월 안에 법안을 통과시키고, 부칙에 즉각 시행을 명시하겠습니다. 법이 통과되는 즉시 국회의원을 포함한 모든 고위 공직자가 가상자산을 신고하도록 하겠습니다.
5. 당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겠습니다.
민주당이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고 정치를 바꾸겠습니다. 오늘 보고드린 쇄신 방안을 실천해 나가고, 전당대회 투명성과 민주성 강화 등 당 차원의 정치혁신 방안을 준비해서 보고드리겠습니다. 이를 위해 당 차원의 혁신기구를 설치하겠습니다.
2023년 5월 14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