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후, 베란다로 길게 누운 햇살이 좋아 커피 한 잔을 내려 마시고 있었다. 동시에 저녁 준비를 해야 한다는 신호이기도 했다. 평일 일을 하다 보니 주말은 늘어지게 쉬고 싶은 게으름이 발동했지만, 가족을 위해 마신 커피잔을 들고 주방으로 이동했다.
부리나케 음식 준비를 하는데 밖에서 5~6살 정도의 아이가 서럽게 우는 소리가 들렸다.
'저러다 그치겠지, 엄마가 어디 갔나? 혼이 났나?'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괜히 참견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아 계속 내 할 일을 했다. 울음소리는 점점 커졌고 삼십 분가량 이어졌다.
'목이 아플 텐데, 왜 아이를 저리 울릴까?'
어느새 얼굴은 뒤 베란다 창문으로 내밀고 있었다.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눈과 귀를 세워도 아이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도저히 불안해서 저녁을 하다 말고 내려가 보기로 했다.
아뿔싸! 건물 뒤쪽 그늘진 곳에 누런 고양이 한 마리가 길게 엎드려 있었다. 누구를 부르는 신호인지 모르지만 무거운 배를 하고 어디를 응시하는 듯한 눈빛으로 울고 있었다. 사람을 보고도 피하지 않는 것을 보니 집에서 생활했던 애완묘였던 것 같은데 어쩌다 유기묘가 되었을까.
얼마 전 유기 동물에 대해 TV에서 본 적이 있었다. 유기 동물의 수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구출해도 10일~20일 동안 주인이 찾으러 오지 않거나 새 주인을 만나
지 못하면 안락사를 시킨다고 한다.
주인을 찾는 경우도 14% 정도에 불과하다고 하는 것을 보면 의도적으로 유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동물들을 좋아하지만, 집에서 키우지는 않는다. 잘 돌볼 자신도 없고 가족 모두 나갔을 때 혼자 남겨져 있어야 할 애완동물에게도 미안하기 때문이다.
몇 해 전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하는 딸이 회사 근처에 오피스텔을 얻어 독립한 뒤, 고양이 한 마리와 살고 있다. 여름휴가를 가야 한다고 고양이를 일주일만 돌봐달라고 해서 다소 걱정은 되었지만 거절하지 못하고 데려온 적이 있었다. 힘들게 하지도 않고 자신의 생활 영역도 분명했다.
볼일도 보는 곳에서만 보고 뛰어다니거나 이것저것 지저분하게 만들어 놓지도 않았다. 간혹 쓰다듬어주면 좋아서 꼬리로 애교도 부렸다. 창문에 올라가 조금 열린 문 사이로 머리를 내밀고 쳐다볼 때는 좀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동물도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 있는 넓은 곳이 필요하고 사람과의 교감을 통해 모든 감정이 전달되는 것이 아니기에, 동물들과 어울리며 살아가는 생활도 필요할 것이다. 어쩌면 환경에 적응하면서 사람에게 길들여진 대로 축소된 영역의 범위에서 적응해 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길들여진 고양이는 아무거나 먹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 집에 가서 딸이 주고 간 남아 있는 사료를 가져다 고양이 앞에 놓아 줬다. 허겁지겁 먹는 걸 보니 마음이 짠했다. 저 무거운 배를 하고 엄마의 책임을 다하려 안간힘을 쓰는 것 같아 발길이 떨어지질 않았다.
아름다운 선함은 인간에게서 시작되었겠지만 그래서 더 이기적인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버려진다는 것은 사람이든 동물이든 큰 상처를 받는 것이다. '남들이 키우니까 나도 한번 키워볼까, 정서적으로 좋다는데 한번 키워 볼까?' 등 단순한 생각으로 애완동물을 키우기보다는 조금은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을 내리는 마음이 필요할 것이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인연을 맺는다는 것은 중요하기에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개선이 먼저 되어야 할 것이다.
그 일이 있고 난 뒤 며칠이 지났다. 바쁜 하루하루로 잊고 지냈는데 지친 몸으로
퇴근하는 길, 집 근처에서 우연히 고양이 울음소리가 나서 나도 모르게 뛰어갔다. 고양이는 무엇이 바쁜지 골목길을 재빠르게 지나서 어느 빌라 귀퉁이를 지나갔다.
입에는 무엇인가 물려 있었다. 그러고 보니 배가 홀쭉했다.
'출산을 했구나, 아무쪼록 모두 건강하게 잘 살아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