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의 책 출판 및 판매 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국방부가 패소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제21민사부(임정엽·조수진·이아영)는 22일, 부 전 대변인의 책 <권력과 안보 : 문재인 정부 국방비사와 천공 의혹> 일부 내용이 군사기밀에 해당한다며 출판 및 배포를 금지하고 인쇄용 필름을 폐기하게 해달라고 국방부가 제기한 가처분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이 사건 신청은 그 피보전권리가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기밀이 군사기밀 보호법 제2조의 군사기밀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판단을 하지 아니하고 이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민사소송은 사법상의 권리에 대한 침해의 구제 및 이를 통한 사법질서의 유지를 그 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민사집행법상 가처분의 대상이 되는 권리관계는 민사소송에 의하여 보호를 받을 자격이 있어야 한다"며 "군사기밀보호법을 근거로 이 사건 신청의 피보전권리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특히 재판부는 "채권자(국방부-기자 주)도 이 사건 신청의 근거로 군사기밀보호법상 구체적인 조항을 특정하여 주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출판사 관계자는 "애초부터 가처분 대상이 되지 않는 무리한 소송이었다는 것이 이번 결정으로 명확해졌다"면서 "결국 국방부가 법리 검토도 제대로 하지 않고 상부 지시에 따라 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부 전 대변인은 지난 2월 초 재직 당시 기록했던 일기를 근거로 책을 펴냈는데, 그 안에 역술인 '천공'이 윤석열 대통령의 새 관저 선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구체적으로 제기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정하면서 부 전 대변인을 비롯해 관련 내용을 보도했던 기자들까지 형사 고발했다. 또한 대통령실과 별개로 책의 일부 내용이 군사기밀 유출이라며 국군방첩사령부가 수사에 나섰고, 지난 4월 3일 국방부는 판매금지가처분을 신청했다.
경찰 "천공, 출석 의사 없어 서면 조사"
한편 의혹의 당사자인 역술인 천공에 대한 경찰 수사는 직접 조사를 하지 못한 채 서면조사로 마무리될 분위기다. 대통령실의 고발을 수사중인 서울경찰청은 이날 낮 기자간담회를 통해 "(천공에게) 수십 차례 출석을 요구했지만 출석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여 이달 초 서면조사를 했다"며 "관저 이전과 관련해 육군총장 공관 등을 방문한 적이 없다는 내용의 답변서를 받았다"고 말했다. 강제 소환은 안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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