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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섭 변호사
이기섭 변호사 ⓒ 용인시민신문
 
이해의 편의를 위해 먼저 법정상속분에 관한 예를 들어 보기로 한다. 피상속인 '갑'의 상속인으로 자녀 A, B와 배우자 '을'이 있다. 갑은 유산(상속재산)으로 21억 원을 남기고 사망하였다.

상속인 A, B, '을'의 법정상속분은 1:1:1.5(2:2:3)이므로 A, B의 법정상속분은 각 6억 원(21억 원x2/7)이고 '을'의 법정상속분은 9억 원(=21억 원x3/7)이다(민법 제1009조 참조).

재산상속에서 '기여분'은 공동상속인 중에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자가 있는 경우에 이와 같은 특별한 부양 또는 특별한 기여를 상속분을 산정함에 있어 고려하는 제도이다(민법 제1008조의 2).

앞의 예에서 '갑'의 노년에 '을'이 '갑'과 동거하면서 상당한 기간 '갑'을 간호하거나 보살피는 방법으로 특별히 부양하였다면 '갑'의 사망 시 그의 상속재산 21억 원 중에서 7억 원을 '을'의 기여분으로 인정하는 사례 같은 것이다.

'을'의 기여분으로 7억 원을 인정하면 나머지 상속재산은 14억 원이므로 이를 법정상속분에 따라 분배하면 A, B, '을'에게 각 4억 원, 4억 원, 6억 원이 돌아가므로 결국 '을'은 13억 원(기여상속분 7억 원+법정상속분 6억 원)을 상속받는 셈이 된다.

한편, 유류분제도는 피상속인의 재산처분 자유로부터 유족(상속인)의 생존권을 보호하고 최소한 법정상속분 중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몫을 상속되도록 함으로써 상속인이 상속재산형성에 기여한 점을 고려하려는 제도이다.

피상속인 '갑'은 생전에 재산처분의 자유가 인정되므로 상속재산 21억 원 전부 혹은 그 대부분을 특정 상속인에게 증여하거나 자선단체 기타 제 3자에게 기부할 수도 있다. 이 같은 경우 '갑'으로부터 혜택을 받지 못한 상속인은 딱한 처지에 놓이게 되므로 이를 구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보장책이 유류분제도인 것이다.

피상속인의 직계비속과 배우자의 유류분은 그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이므로, 앞의 예에서 A, B, '을'의 유류분은 각 3억 원, 3억 원, 4.5억 원씩이다. 어느 상속인의 상속분이 이 유류분에도 미치지 못하면 그 상속인은 유류분에 대하여 수증자를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

기여분의 가액은 상속재산 중에서 공동상속인의 협의로 정하거나 공동상속인 간에 협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할 때는 가정법원의 심판으로 정하게 되어있다(민법 제1008조의 2, 제1호, 제2호). 우리의 사회생활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경우는 피상속인이 생전에 기여분이라는 명목으로 특정 상속인에게 과다한 증여를 하여 상속재산을 몰아주는 경우이다.

앞의 예에서 '갑'이 배우자 '을'에게 기여분으로 상속재산 21억 원 중 14억 원을 증여했다면, 남은 상속재산은 7억 원이므로 이를 법정상속분에 따라 상속가액을 산정하면 A, B,'을'에게 2억 원, 2억 원, 3억 원이 돌아간다.

이에 따라 A, B는 애초의 법정상속분 각 6억 원은 물론 유류분인 3억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2억 원만을 상속받게 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을'은 애초의 법정상속분 9억 원보다도 훨씬 많은 17억 원(기여상속분 14억 원 + 법정상속분 3억 원)을 상속받는다.

기여분제도와 유류분제도는 각 그 입법취지나 목적이 상이하여 서로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기여분은 피상속인에 대한 상속인의 특별 부양 또는 상속재산에 대한 특별 기여를 보상하는 의미가 있다. 따라서 그 보상이나 대가가 아무리 다액이라도 문제가 되지 아니하고 설령 다른 상속인의 유류분을 침해하는 결과로 되더라도 상관없다.

앞의 예에서 '을'의 기여분을 14억 원으로 정하든 또는 그보다 더 높은 금액으로 정하든 그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것이 다른 상속인인 A나 B의 유류분을 침해하는 결과로 되더라도 상관이 없다. 문제는 어느 정도의 기여분을 인정하는 것이 정당하느냐에 달려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배우자가 장기간 피상속인과 동거하면서 피상속인을 간호한 경우, 민법 제1008조 2의 해석상 가정법원은 배우자의 동거·간호가 부부 사이의 제1차 부양의무 이행을 넘어서 '특별한 부양'에 이르는지와 더불어 동거·간호의 시기와 방법 및 정도뿐만 아니라 동거·간호에 따른 부양비용의 부담 주체, 상속재산의 규모와 배우자에 대한 특별수익 금액, 다른 공동상속인의 숫자와 배우자의 법정상속분 등 일체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하기 위하여 배우자의 상속분을 조정할 필요성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가려서 기여분의 인정 여부와 그 정도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9.11.21. 자 2014스44, 45 전원합의체결정)라고 판시했다.

요컨대 기여분의 인정여부 및 그 정도는 결국 우리의 건전한 일반 상식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는 취지이다.

기여분에 관하여 특히 주의할 사항이 있다. 기여분은 먼저 공동상속인 간의 협의로 정하도록 되어 있고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가정법원의 심판으로 정하도록 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공동상속인 간에 먼저 협의를 해보지도 아니하고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을 거치지도 아니하고 기여분을 주장하는 것은 인정되지 않는다.

앞의 예에서 A, B가 '을'을 상대로 하여 각 3억 원의 유류분을 주장함에 대하여'을'이 자기의 기여분이 14억 원임을 내세워 이를 공제하면 A, B의 유류분이 각 3억 원이 아니고 각 1억 원 밖에 되지 못한다고 주장하더라도 미리 공동상속인 간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이 없었다면'을'의 기여분 주장은 인정되지 않는다.

기여분과 유류분제도가 서로 직접 관련은 없는 제도라고 하더라도 유류분제도가 있기 때문에 기여분을 간접적으로 조정하는 기능은 있다고 할 것이다.

(법무법인 동천 031-334-1600)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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