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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다니면서 글을 만나 쓰는 재미에 푹 빠져 사는 세 남자의 이야기. [편집자말]
고민 글쓰기를 처음 시작할 때 많은 고민을 한다.
고민글쓰기를 처음 시작할 때 많은 고민을 한다. ⓒ Pixabay

글은 아무나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진행하는 글쓰기 수업의 부제가 '글은 아무나 쓴다'이다. 글을 쓰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모르는 이들이 주로 이 수업을 찾는다. 특히 주제에 대한 고민이 많다. 십여 년 넘게 글을 쓰면서 깨달은바, 누구나 물꼬만 트면 물 흐르듯 자신만의 글쓰기 경지에 다다를 수 있다.

처음 글쓰기를 시작했을 때 영화 리뷰를 주로 적었다. 반복해서 영화를 감상하고 이를 글로 남겨야 하는 부담이 '쓰기'에 대한 반감으로 작용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후,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매일 아침 자동으로 찾는 곳, 직장에서의 삶을 글로 남기기 시작했다.

농담을 약간 보태면 당장 직장을 그만둘 수 없는 이유는 바로 무궁무진한 소재가 넘치기 때문이다. 15년 다닌 회사에서 제공한 각양각색의 소재를 발판 삼아 수백 가지의 글을 쓰고 이직했다. 회사를 옮기니 별천지다. 또 다른 소재가 지천으로 널렸다. 이렇게 자신과 찰떡 주제를 만나면 쉬지 않고 글을 쓸 수 있다.

요즘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사람 대부분은 책 출간을 목표로 한다. 당장은 아닐지라도 궁극적인 목적이 책인 경우가 많다. 처음부터 책 쓰기가 목표가 되면 안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글을 쓸 목적이라면 생각나는 대로 이것저것 쓰는 것보다 '나만의 주제'를 정하고 정진하면 흔들림 없이 글을 쓸 수 있다.

명확한 주제가 담긴 글을 쓰면 향후 연재를 하거나 책 콘텐츠를 기획할 때 훨씬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나만의 글, '어떤 글을 어떻게' 써야 할지 잘 모르는 글쓰기 초보자에게 3가지 방법을 추천한다. 

평범한 일상 소중한 발견

글을 꾸준히 쓰기 위해서는 소재 발굴이 중요하다. 직장이나 학교 등 어딘가에 속해있어 매일 새로움을 경험한다면 나만의 소재를 건지기 수월하다. 내 업에서 무언가를 찾아내는 업세이(직업+에세이)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모든 이가 누릴 수 있는 영광이다.

오늘도 그만두고 싶다는 푸념을 하면서 직장에 꾸역꾸역 나가는 17년차 직장인이다. 오래 버텼기에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직장인을 위한 각양각색의 글을 쓸 수 있다. 할 말(쓸 내용)이 제일 많은 나만의 분야이기 때문이다.

알바, 계약직, 사원, 대리, 과장, 차장, 파트장, 팀장을 거치면서 시력은 나빠졌지만, 시야는 넓어졌음을 느낀다. 직장을 그만둘 때까지 직장생활 이야기의 소재는 절대 마르지 않으리라고 확신한다.

20년 넘게 대학병원에 다니는 간호사 친구의 이야기보따리는 늘 차고 넘친다. 소아청소년과, 안과, 치과, 비뇨기과, 주사실 등 다양한 병동에서 일하며 많은 일을 경험했다.

슬프고, 놀랍고, 당황스럽고, 화나는 이야기도 있고, 그것이 알고 싶다에 등장할 만큼 무서운 사건도 전해 들었다. 친구에게 의료 비밀을 뺀 이야기를 엮어 '직장인'(간호사) 글을 써보라고 제안했고 친구는 반색했다.

글쓰기 수업을 받는 이들은 하나같이 어떤 글을 쓸지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미스코리아 출신이면서 4개의 직업을 가진 N잡러, 치위생사, 화장품 브랜드 매니저, 마케터, 공무원, 학원 강사도 "무슨 글을 써야 할까요?"라고 물었다. 사실 이미 답이 나와 있는 질문이다.

내가 속한 곳, 내 업에서 소재를 찾아 정진하면 일관성 있는 글을 꾸준히 쓸 수 있다. 글쓰기의 시작은 전혀 거창할 필요 없다. 내 삶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해 깨닫고 성찰한 무엇이든 특별한 소재가 되니까.

나만의 알맹이를 담아서
  
명확한 메시지 글에는 한 가지라도 명확한 메시지를 담는 게 좋다.
명확한 메시지글에는 한 가지라도 명확한 메시지를 담는 게 좋다. ⓒ Pixabay

에세이를 쓸 때 알맹이가 빠진 글은 외면받기 일쑤다. 알맹이는 나만의 특별한 감정이나 깨달음이 담긴 메시지라 할 수 있다. 일상에서 경험한 사실만 충실하게 나열하면 일기 분위기로 흘러간다. '일기는 일기장에…'라는 댓글이 달리면 마음이 아프다. 일기와 에세이는 '나를 향한 글'과 '타인을 향한 글'로 구분된다. 결국 ​한 끗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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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에도 핵심 문구가 있듯, 글에도 나만의 핵심을 담아야 한다. 여러 가지 경험이나 사실의 나열이 아닌 내가 겪은 상황을 통한 깨달음이 있어야 독자에게도 그 메시지가 공감이나 위로로 전달 된다.  

"Z세대인 김 대리가 너무 버릇이 없어 불편하다. 참고 또 참았다. 오늘은 한계점에 다다랐다. 한바탕 쏟아내려다가 후배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할까 봐 참았다. 뭐 저런 게 다 있는지 모르겠다. 아 열받아. 누구 하나가 회사를 그만두어야 끝날 일이다. 김 대리를 어떻게 그만두게 할까."

일기장에나 남몰래 쓸법한 주관적인 감정의 나열이다. 불평불만만 가득한 이 글에 제목과 자신의 이름을 달아 어딘가에 공개할 수 있을까. 업세이로 살짝 다듬으면 다음과 같다.

"후배 한 명과 불편한 하루를 보냈다. 사실 불편한 사람은 주변에 많다. 가족이나 친구 또는 길이나 지하철에서 처음 보는 사람의 행동이 불편해 화가 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모두에게 불편한 사람일까. 단지 내 마음에만 부합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 마음이 잠시 삐딱해서일 수도 있고. 세상에는 내 마음 같지 않은 사람이 참 많음을 오늘도 배운다. 그래서 사람은 늘 어렵다.

'후배를 보며 깨달은 관계의 무게' 정도의 제목을 붙이면 어떨까. 자신의 불편했던 경험을 객관화해 다른 관점으로 풀어냈다. 이 글에서 알맹이는 '타인에 대한 이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글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쳐 공감을 유발하고, 위로도 건넬 수 있다. 성공적인 업세이(에세이)는 '나 혼자' 보는 글이 아닌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이다.

궁상맞아도 괜찮아

사람들이 글을 쓸 때 고민하는 것 중 하나는 나를 얼마만큼 드러내야 하는지다. 잘난 부분 즉, 잘난 체를 꺼리는 이는 별로 없지만, '내 이야기가 너무 궁상맞아 보이지 않을까?'라고 걱정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독자들은 잘난 체보다는 내 마음을 대변해 주는 듯한 글에 감정 이입을 하고 더욱 공감한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책은 작가가 정신과 상담을 받는 과정을 당당하게 드러낸 이야기다. 정신과 상담을 받는다는 사실을 대놓고 드러낸다는 게 쉽지 않았겠지만, 작가의 용기가 마음이 힘든 많은 이에게 공감과 위로를 건넸다. 

도서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했다>도 마찬가지다. 백수 작가가 '노력은 배신한다'며 열심히 살아도 소용없다는 둥 자신의 아픈 경험을 재치 있게 풀어 쓴 책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심경을 대변하는 당찬 백수 작가 이야기에 열광했다. 

두 책 모두 솔직, 담백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담았다. 독자들은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에서 자신을 보고 느끼면서 위로를 받았다. 누군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부끄럽게 여길 수도 있지만, 타인의 시선에서는 공감이나 위로의 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글쓰기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익숙한 일상에서 소재를 찾는 게 가장 수월한 방법이다. 이를 바탕으로 꾸준히 글을 쓰되 주관적인 감정과 객관화한 감정을 적절하게 버무린 알맹이를 담아야 공감이나 위로를 끌어낼 수 있다. 또한 자신을 숨기거나 자신의 본모습을 부끄러워할 필요 없다. 글을 통해 당당하고 솔직하게 나를 드러낼 때 독자는 한 발짝 더 다가오는 법이다.​

직장 다니면서 글을 만나 쓰는 재미에 푹 빠져 사는 세 남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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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경험을 소중히 여기는 직장인,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아빠, 매 순간을 글로 즐기는 기록자. 글 속에 나를 담아 내면을 가꾸는 어쩌다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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