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주도를 시작으로 연쇄적으로 양봉농가에서 꿀벌이 사라지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면서 '벌집 붕괴 현상'이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 경남 함양군 또한 관내 전체 양봉농가 중 반이 넘는 농가들이 치명적인 피해를 입으면서 대응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벌집붕괴 현상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는 방제제에 내성이 생긴 응애를 피해의 주요 원인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관련 학계 등으로부터 분석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에 주간함양은 벌집붕괴현상 피해 현황 파악을 비롯해 관련 학계 전문가로부터 현상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과 조언을 들어본다. 또 이 현상과 관련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온 일본을 방문해 정부 관계자와 양봉협회 관계자를 만나 사건 경과와 원인규명 방식, 대응과정 등을 살펴보기로 한다. <편집자주>
지난 2006년 벌집군집붕괴현상이 최초 확인된 뒤로부터 미국에서는 원인 규명을 위한 장기간에 걸친 각종 점검들이 이루어져왔다. 이번 3편에서는 국내에서는 전례가 없던 이 벌집군집붕괴현상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무엇이고 최초 발생한 미국의 사례와는 어떠한 차이점이 있는지 정철의 안동대 교수의 입을 빌려 한걸음 더 들어가 본다.
저항성 돌연변이
꿀벌실종 사례와 관련 정철의 교수는 미국의 상황과 한국의 상황을 비교했을 때 현상 패턴에 있어 차이를 보였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최근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벌집군집붕괴현상이 발생한 시기가 대부분 겨울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2년에 걸쳐 월동 폐사가 심각하게 일어났는데 미국과 유럽에서 일어났던 것과는 패턴에 있어 좀 차이가 있었다"며 "여름에 일어나진 않으니까 농약 급성 중독이나 이런 문제보다는 다른 요인이 있다는 것이다. 꿀벌들은 월동을 할 때 잠을 자는 것이 아닌 서로 모여 열을 내면서 활동을 한다. 그런 차원에서 벌들이 열을 내는데 방해요소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바탕으로 문제를 살펴봤다"고 말했다.
그는 월동 폐사와 소실의 첫 번째 요인으로 꿀벌 응애를 지목했다. 정부도 꿀벌피해 상황진단 및 발생원인을 발표하면서 주요 원인으로 응애를 꼽은 바 있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나타나고 있는 월동 폐사와 소실의 가장 첫 번째 요인을 꿀벌 응애로 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꿀벌 응애 종류가 하나인 반면 국내에는 두 종류의 응애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비유하자면 우리나라는 현재 원투 펀치를 맞고 있는 상황이라 볼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양봉 농가들이 이 응애와 관련해 그동안 약재 등 다양한 관리 방법으로 예방을 잘해왔다고 밝히면서도 돌연변이를 사전에 포착하지 못한 점이 이러한 상황을 낳았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이 꿀벌 응애를 양봉 농가들이 약재나 여러 가지 관리 방법으로 잘 관리를 해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응애들이 변한 것이다. 실은 농가들이 똑같은 약재를 30년 동안 써왔는데 지난 몇 년 사이에 응애가 갑자기 싹 바뀌면서 돌연변이가 생겼다. 주로 쓰고 있는 플루발리네이트 약재에 저항성이 생긴 것인데 응애의 몸속에 있는 유전자가 변형되면서 이 약이 더 이상 작용하지 못하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꿀벌 응애에 가장 적합했던 약재가 이 플루발리네이트이고 그 밖에도 아미트라즈 등이 있는데 사용 빈도로 따졌을 때 플루발리네이트가 70%로 압도적인 주 방제 수단으로 사용되어 왔다. 이제 이 주 방제 수단에 저항성이 생겼으니 관행적으로 계속 이걸 쓴다면 방제가 안 되는 것이다. 문제는 방제가 되는지 안되는지 가을에 처리를 하고는 열어 볼 수가 없으니 모른다는 점이다. 그런 상태로 월동을 하게 되니 꿀벌들이 겨울을 못 이겨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기후변화 문제
정 교수가 밝힌 첫 번째 요인을 들어보았을 때 정부의 입장과 크게 대치되는 부분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정부가 부인했던 기후변화 문제에 관해 국내 꿀벌 실종 현상과 관련이 있다고 두 번째 요인으로 짚으면서 입장을 달리했다.
그는 "기후변화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이냐 하면 겨울철이 따뜻해졌다 등의 부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기온의 변동성이 커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상 기상 현상의 빈번함. 이는 첫 번째 전반적인 온난화는 꿀벌들의 활동 기간을 늘린다. 예전에는 보통 2월 중순부터 벌들이 다니기 시작하면 11월이면 다 끝났지만 그런데 지금은 꿀벌들의 활동 기간이 한달 정도 더 늘어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꿀벌의 활동 기간이 늘어났다는 것은 꿀벌들을 계속 키워내는 기간도 늘어났다는 것이다. 꿀벌 응애들은 전부 다 꿀벌의 애벌레 방에서 번식을 하는데 꿀벌에 기생하는 응애들에게도 번식의 기회가 더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꿀벌 응애들이 더 많이 발생할 가능성은 높아지고 더불어 약재에 저항성이 생겼기 때문에 방제는 안 되고 밀도는 높아지기 때문에 꿀벌 응애 기생으로 인한 피해는 더 심해질 수 있는 것이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지난 100년 중 지난해가 기상 모니터링에 있어 기온의 변동폭이 가장 심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상 모니터링을 해왔던 지난 100년 중 지난해가 가장 기온의 변동 폭이 컸다. 아시다시피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은 따뜻했다. 따뜻하다가 설날이 지나면서 갑자기 영하 10도로 뚝 떨어지는 등 하루 이틀 사이에 온도가 10도, 20도씩 변동이 생긴 바 있다. 그럴 때 꿀벌 집단이 이를 견디지 못하면 죽게 된다. 꿀벌들은 외부의 기온이 10도가 넘으면 무조건 나가는 특성이 있다. 보통 꿀벌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온도 환경을 12도 정도로 보고 있다. 그런 활동 와중에 갑작스레 추워지는 등 온도 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생기면 다시 못 돌아오는 경우가 생긴다. 왜냐하면 날아다니는 꿀벌들이 체온을 계속해서 뺏기기 때문이다. 지난겨울 꿀벌들의 대량 폐사와 소실이 일어난 것과 관련해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정 교수는 국내에서 발생한 벌집군집붕괴현상과 관련해 새로운 종합 관리 체계 마련과 기후변화 적응적 꿀벌 관리 방법 그리고 생산 규모에 대한 농가들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우리 양봉 농가들이 꿀벌 응애 대응과 관련해 관행적인 방법으로는 더 이상 관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새로운 대체 관리 방법들을 찾아야 하는데 연구자들의 연구 개발과 더불어 전체적으로 꿀벌 응애를 종합 관리하는 이런 체계를 마련하고 준비를 해야 한다. 이미 많은 종합관리안들이 제시되고 있고 그것에 맞춰나가야 하는데 거기에는 노동 부분에 있어 약간의 수고스러움이 동반된다. 화학적인 방법이 안 될 때 생태적인 방법을 제안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점에서 새로운 도구나 기술을 습득하는 데 있어 농가들의 수고가 조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꿀벌을 관리하는데 계절 패턴이 분명히 존재한다. 앞으로는 기후 계절에 맞게 꿀벌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즉 기후변화 적응적 꿀벌 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패턴화되어 있는 관리 방식에서 시기적으로 약간씩의 조정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생산 규모 문제와 관련해 정 교수는 "우리나라의 봉군수가 최근에 280만 군 정도가 된다고 보고된 바 있는데 이는 미국이 가지고 있는 벌통 숫자와 비슷한 규모다. 이렇게 많으면 많을수록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이 아닌 유지해야 하는 비용이 많이 들어가게 된다. 그래서 생산 효율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양봉 농가들도 이젠 벌통의 숫자가 아닌 건강하고 질 높은 생산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생산 규모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고 전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함양뉴스 (김경민·곽영군)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