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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함양군은 이번 지방소멸 대응기금 사업에서 가장 높은 A등급으로 책정되어 210억원의 기금을 확보했다. 함양을 발전시킬 수 있는 많은 예산을 확보한 것은 정말 좋은 일이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그만큼 소멸 위기를 목전에 두고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년세대의 인구감소와 유출, 일자리 부족 등 함양이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는 막막할 정도로 산적해있다. 청년인구를 유입시키고 유출을 막는 것은 우열을 가릴 것 없이 시급한 문제다. 청년세대는 인구문제 해결에 중요한 열쇠가 되는 세대다. 현재 함양군뿐만 아니라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청년세대를 유입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혹자는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인구 유치를 위해 힘쓰는 사태를 보며 지방을 찾아온 청년들이 힘든 일을 싫어하고 지원금만 밝힌다며 비판한다. 정말 청년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어떤 환경에서 청년들이 행복하게 정착할 수 있을까? 이에 본지는 이미 함양에서 살고 있는 청년의 삶 속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얻고 청년들이 함양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김언주씨
김언주씨 ⓒ 주간함양
 

"저는 일을 하면서도 1층에는 공정무역 유기농 커피를 마시고 남미와 한국의 문화를 교류할 수 있는 카페를 만들고 2층에는 탱고 살롱을, 3층에는 요가 스튜디오가 있는 건물을 만들겠다는 꿈을 꿨어요"

김언주씨는 외교부 산하 무상 원조기관 코이카에 근무하며 콜롬비아 1년, 볼리비아 2년, 과테말라 2년을 근무했다. 중남미에서 주로 기후와 관련된 개발협력 프로젝트를 담당했는데, 이상기후 속에서도 농민들이 농사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수자원 인프라 사업, 기후변화 대응의 일환으로 산림 보존 사업을 FAO(유엔식량농업기구) GCF(녹색기후기금), IUCN(국제자연보전연맹) 등과 협력해 진행하기도 했다.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한국에 돌아온 김언주씨. 다시 출국하려고 했지만 어머니의 건강이 나빠지며 한국에서 일을 시작하게 됐다.

"팬데믹으로 귀국해서 몇 년 만에 엄마 아빠의 삶을 보니, 제가 꿈을 실현할 곳은 남미가 아니라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한국이어야겠더라고요. 사실 다시 콜롬비아로 출국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엄마 건강이 갑자기 악화하면서 한국에 더 머물게 됐어요"

새롭게 시작한 일은 국제개발협력 컨설팅회사. 이때 서울에서 직장생활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는 삶을 평생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숨이 막히더라고요. 그래서 자연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엄마의 건강도, 저의 꿈의 공간도, 그리고 할머니를 모시며 정원을 가꾸고 싶어 하는 아빠의 소박한 바람도 이룰 수 있는 곳을 찾아야지 싶었어요. 그리고 여느 때처럼 아빠의 고향인 안의에 놀러 왔는데 정말 이상하게 확신이 들더라고요. 여기다!"

코이카에 도착하기까지의 김언주씨는?
 
 과테말라 KOICA 행사 (사진 본인 제공)
과테말라 KOICA 행사 (사진 본인 제공) ⓒ 주간함양
 

정규 교육 과정이 아닌 홈스쿨링으로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언주씨는 18세 때 대입을 홀로 준비하며 KBS FM1 라디오 '세상의 모든 음악'을 즐겨 청취했다. 그때 만난 것이 탱고 음악.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음악을 들으며 탱고에 푹 빠지게 됐다. 그리고 서울 가톨릭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바로 탱고 춤을 배웠다.

"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하면서 ODA(공적개발원조) 포럼을 다니기 시작했고, 엠네스티 인권 컨퍼런스도 참여했고, 고려대학교 인권 아카데미에서 공부도 했어요. 그러는 동안 대학교 앞에서 공정무역 유기농 커피를 팔았던 카페 단골이 되면서 공정무역에도 관심이 커졌죠"

김언주씨의 관심사는 자연스럽게 탱고의 나라인 아르헨티나가 있는 남미 대륙 그리고 ODA, 공정무역, 빈곤, 인권 등으로 모이게 됐다. 그런 확신은 졸업 후 떠났던 남미 배낭여행에서 더 확실해졌다. 아르헨티나와 페루에서 2달을 여행하며 남미에 더 큰 애정을 갖게 됐다.

"남미 배낭여행에서 돌아와서 꿈을 실현할 곳을 찾던 중 마침 코이카에서 ODA 청년 인턴을 모집했는데, 콜롬비아 사무소에서 옥스팜, UNDP(유엔개발계획)와 함께 콜롬비아 커피 농가에 유기농 농업, 환경 교육을 통해 농민 역량 강화를 하고 수확되는 커피를 유기농 공정무역 커피로 유통하는 사업을 계획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콜롬비아 사무소를 꼭 가야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해서 코이카에 입사했어요. 저 면접 때 탱고도 췄답니다"

코이카를 통해 기후위기 등의 사업을 진행하며 대규모 공장식 축산이 환경에 끼치는 악영향을 알고 나서는 채식을 지향하게 됐다. 해외를 혼자 다니면서 건강관리를 위해 시작한 요가나 아로마테라피 역시 언주씨의 삶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함양의 작은 남미, 까사데깜뽀
 
 김언주씨는 안의면 유동마을에서 에어비앤비를 통해 펜션 까사데깜뽀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 본인 제공)
김언주씨는 안의면 유동마을에서 에어비앤비를 통해 펜션 까사데깜뽀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 본인 제공) ⓒ 주간함양
 

60년 넘게 운영되던 안의철물상회. 안의철물상회를 60년 운영하신 분이 바로 언주씨의 할머니다. 아버지의 고향이기도 한 안의면이 낯설지 않은 이유다. 어렸을 때부터 계속 왔지만 이곳에서의 생활이나 삶은 잘 몰랐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 함양군 안의면에 귀촌한 것도 벌써 8개월 전이다. 차츰 함양에 적응하고 있다는 김언주씨. 안의면 유동마을에서 재택근무를 하면서 에어비앤비를 통해 펜션 까사데깜뽀를 운영하고 있다.
  
까사데깜뽀는 스페인어로 시골집, 별장이라는 뜻이다. 이 공간은 언주씨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가치를 모두 품고 있다. 남미, 환경, 요가, 건강한 먹거리 등.

"자연과 가까이에서 건강한 식사와 요가, 명상을 통해 온전한 휴식과 채움, 치유할 수 있는 공간을 조금씩 만들어 가고 있어요. 까사데깜뽀를 찾아오신 분들께 제일 먼저 아빠가 만드신 수제 효소차를 웰컴티로 드려요"

아로마테라피스트 자격증을 가진 언주씨는 테라피 등급의 오일을 발향해서 공간의 컨디션을 맞춰놓는다. 플라스틱 생수는 없다. 소독한 유리병에 정수물을 담아둔다.

"샴푸와 세안제도 미세플라스틱이 없는 걸로 제가 직접 만들어요. 치약도 폐기물이 남지 않는 고체치약을 제공해요. 쓰레기통 비닐은 모두 생분해 비닐로 쓰고요"

공정무역 커피 원두를 핸드드립으로 먹을 수 있게 준비도 돼있다. 아침 식사 역시 직접 키운 채소와 지역의 농축산물을 사용한 건강한 먹거리를 준비한다. 그리고 까사데깜뽀에서는 요가 지도자 자격증이 있는 언주씨와 요가 원데이 클래스를 통해 요가와 명상을 체험해 볼 수 도 있다.

"그래서 까사데깜뽀는 편안하면서 동시에 불편할 수도 있어요. 다른 펜션처럼 고기를 구워먹거나 술을 마시며 감정을 소비하는 곳이 아니니까요. 자연을 온전히 담기를 바라는 마음이고 지구와 나의 건강을 살펴보는 공간이었으면 해요"

그렇게 정착한 함양은

함양은 서울과도 남미와도 다르다. 함양 8개월 차 언주씨는 어떤 마음일까?

"다들 저의 시골행에 놀라요. 그리고 물어봐요. '남미 다시 가고 싶지 않아?' 서울에서 사무실로 출근할 때는 남미가 그리웠거든요. 그런데 함양에서는 아니에요. 여기가 좋아요. 아직 함양은 저에게 외국 같아요. 처음 남미에 갔을 때, 언어도 다르고 모르는 게 정말 많았거든요. 저에게 함양이 그래요. 이 동네가 궁금하고 알아가고 싶고 알아갈 게 너무 많은 궁금한 곳이에요"

하지만 낭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언주씨는 "좋지만 어려워요"라며 물건을 쉽게 구매하지 못하는 인프라는 차치하더라도 귀촌인이 잘 파악하기 어려운 행정시스템이 아쉽다고 전한다.

"행정 정보가 잘 공유되는 지방자치 단체도 많더라고요. 도시는 훨씬 정보 접근이 쉽고 규모가 작은 지방으로 갈수록 유용한 정보와 멀어지는 느낌이에요.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할 것 같은데 쉽게 찾을 수가 없었어요. 직접 다 물어봐야 해요. 청년들이 많이 모여 활성화되길 바라는 것 같은데 그런 것치고 너무 정보를 접하기 어려워요. 몇몇 분들은 행정기관에 직접 찾아가 대면해서 물어보는 게 제일 좋다고도 하더라고요. 그런데 새로 도입된 정책은 담당자별로 알려주는 게 다를 때도 있어서 좀 혼란스럽기도 해요. 그래도 함양 농업기술센터 직원분을 알게 되면서 함양청년들을 만날 수 있고 서로 교류하게 되서 다행이에요."

환경에서도 어려움이 있다. 건조한 날씨에도 쓰레기를 쉽게 태워서 산불로 커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경우도 많고 땅에 쓰레기를 묻는 경우도 빈번한 거 같다고 한다. 까사데깜뽀 만드는 과정에도 땅에서 많은 농업쓰레기가 나왔다. 환경을 걱정하는 언주씨의 고민이다.

"저는 이 지역에 녹아들어 가는 게 앞으로의 계획이에요"

언주씨가 가진 다양한 경험과 경력, 가치를 고스란히 담은 까사데깜뽀. 있기만 해도 여유로워지는 이 공간에서 함양군민 언주씨가 꾸는 꿈은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함양뉴스 (최학수PD)에도 실렸습니다.


#함양 청년#까사데깜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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