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에 열린 '선거제도 공론화 500인 회의'에서 나온 시민참여단 숙의토론 결과 중에 특기할 만한 점은, 그 이전과는 다르게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선호한다"는 응답이 45%에서 40%로 전보다 5%P 줄고 "전국단위 비례대표제를 선호한다"라는 응답은 38%에서 58%로 20%P나 늘어난 것이다. 시민참여단이 마음을 돌린 이유는 아마도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선거제 개혁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전국단위 비례대표제는 전국을 한 선거구로 보고 총 47석을 정당 득표율에 따라 배분한다. 반면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6개부터 17개까지 선거구를 나눈다. 인구비례와 상관없이 47석을 6개 권역으로 나눈다고 치면, 권역별로 약 8석의 비례대표 의원을 선출하게 된다.
1) *(하단 설명 참조)
이에 따라서 비례대표 1석을 얻기 위한 정당 득표율은 크게 달라진다. 관련 전문가인 갤러거(Gallagher)와 미첼(Mitchell)이 제시한 산출방식은 75%/(비례의석수+1)인데, 이를 한번 대입해보자.
전국 단위 비례대표제의 경우 1석을 위해 1.56%의 득표율이 필요하다.
2) *(하단 설명 참조) 다만 소수 정당 난립을 막는다는 취지의 선거법 규정에 따라, 정당 득표율이 최소 3%가 되어야 의석을 얻을 수 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에서는 선거구당 의석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1석을 얻는 데 필요한 정당 득표율이 높아진다. 특정 권역에서 이례적으로 지지도가 높아서 여러 의석을 얻는 경우가 아니라면, 한 권역에서 최소 8.3%의 정당 득표율을 얻어야 1석을 배분받는다.
만약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되 비례대표 의석을 100석으로 확 늘린다면 어떨까? 그러나 이 경우에도 정당은 최소 4.2% 이상, 즉 선거법상 최소 정당 득표율보다도 많은 득표율을 얻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소수 정당은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받기가 더 어려워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일부 국회의원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통해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을 과다 대표하는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도리어 비례대표 의원에게 지역 대표성을 부여한다. 이미 국회의원의 84.3%에 달하는 지역구 의원이 있는데, 비례대표 의원까지 지역 대표성을 가질 이유는 없다. '소수자 대표성을 보장한다'는 비례대표제 취지를 고려한다면 더욱 그렇다.
결국 한 선거구에서 선출하는 비례대표 의석이 많을수록 선거의 비례성은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국회는 비례대표 선거구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전국단위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면서, 비례대표 의석수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할 것이다.
1) 이 경우 권역은 서울, 경기·인천·강원, 대전·세종·충북·충남, 광주·전북·전남·제주,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으로 나뉜다.
2) 〈이슈와 논점〉 1739호(2020년 8월 11일)에서 재인용. Gallagher, Michael and Mitchell, Paul. 2008. Introduction to Electoral Systems, In Michael Gallagher and Paul Mitchell. The Politics of Electorla Systems. Oxford: Oxford Univ. Press, p. 14. 덧붙이는 글 | 글 민선영 의정감시센터 활동가. 이 글은 참여연대 소식지 <월간참여사회> 2023년 6월호에 실립니다. 참여연대 회원가입 02-723-4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