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00만 명을 훌쩍 넘겨 경기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로 성장한 용인특례시와 인구감소는 등호가 성립되지 않은 관계로 보였다. 최소한 최근 20여 년은 그랬다. 하지만 용인시 인구 유입은 곧 멈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미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그동안 매년 만 단위로 늘어나던 인구는 최근 몇 해 동안 그 속도가 급격히 줄었다. 급기야 최근 사회적 문제인 '소멸'이란 용어가 용인에도 적용할 수 있는 시점이 눈앞에 왔다는 진단도 나왔다.
지난해 용인시정연구원(원장 이상대)이 발표한 정책 동향 보고서 YRI 포커스 앤 이슈 제57호 '인구감소․저성장에 대비한 용인특례시 도시정책 방향'을 보면 용인시 인구는 2030년부터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앞으로 7년여 남았다. 기준을 과거로 바꿔 살펴보면 최근 7년간 인구는 얼마나 늘었을까. 2016년부터 9만여 명 늘었다. 그만큼 용인시 인구 증가 추세는 속도 조절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이뤄졌다는 것이다.
◇2030년 인구감소, 향후 40년 뒤는= 경기연구원이 18일 공개한 이슈&진단 '사라지는 지방, 지역 활력에서 답을 찾다!'를 보면 관심 가져야 할 부분이 나타난다. 용인시 인구변동이다. 최근 10년(2013~2022년)간 경기도 총인구 지속 증가 추세에도 '소멸위험 지역' 혹은 '인구감소지역'에 대한 우려를 끝내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분석했다.
경기도 인구는 2013년 1223만 여명이던 것이 최근 1400만 명을 넘겼다고 공식 발표했다. 인구 증가 원인까지 꼼꼼하게 따지면 거대도시를 유지하기가 그리 쉬운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풀어낼 수 있다.
그 첫 번째 해결 공식은 자연적 요인이다. 경기도 인구 증가 주요 원인 중 자연적 요인에 의한 증가 규모는 계속 감소하고 있으며 지난해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 요소는 더 있다. 사회적 용인 증가 역시 주춤한다는 것이다. 연구원 자료를 보면 2013년 7만 4천여 명이 증가했지만 지난해는 4만 3천여 명으로 최소 증가 규모를 보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재 경기도 소멸위험지역은 31개 시군 중 6곳에 불과하다. 가평군과 연천군 양평군 여주시와 포천시 동두천시가 대상이다. 이 도시 인구 감소는 사회적 요인이 결정적인 작용한 것은 잘 알려진 내용이다.
하지만 40년 뒤 상황은 아주 다르다. 감사원에 따르면 2067년 이후 경기도는 화성시를 제외한 30개 시군이 소멸고위험지역으로 분류하고 있다. 여기에는 특례시로 출범한 용인뿐 아니라 수원시와 고양시도 포함됐다.
한편, 경기연구원이 2020년 말 발표한 '경기 읍·면·동 인구소멸 위험지수'를 보면,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과 백암면이 인구감소로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당장 이 진단은 현실성이 낮아 보인다. 오히려 원삼면은 반도체 클러스터 등으로 향후 용인에서 가장 변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연 증가 인구감소 '텅 빈 교육 기관' 어쩌나= 용인시 변화된 미래 모습 중 가장 심각한 부분 중 하나는 교육 분야다. 인구감소에 직격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수치로 보면 2016년 학령인구(6~21세)는 19만 9천여 명에 이른다.
하지만 2023년 4월 기준 18만 9천여 명으로 1만여 명이 줄었다. 이는 곧 교육 기관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용인시 통계자료를 보면 2016년 용인에는 총 대학이나 대학원을 제외하고 유치원 초중고는 351곳이 있었으나 2022년 346곳으로 줄었다. 대상 학생 수 감소가 학교 감소로 이어진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무엇보다 초중고는 학급 당 학생 수 조절 등으로 학교 폐업까지 가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유치원은 상황이 다르다. 2016년 170곳이던 것이 2022년 161곳으로 줄었다.
몇 년 전 운영하던 어린이집을 폐업한 기흥구 한 원장은 "원생이 심각할 정도로 줄었다. 용인뿐 아니라 수원에 있는 한 원장도 지난해 폐업하고 노인 전문 시설로 전환 중"이라며 "용인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라고 말했다.
감사원이 용인시가 소멸 고위험지역이 될 것으로 분석한 40년 뒤 파급효과가 심한 분야는 교육 분야가 될 것이라고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지구 풍덕천동 학원가에서 종합학원 관계자는 "학원생 유치 경쟁이 상당히 치열하다. 사교육을 많이 받는다고 하는데 학생 수가 줄고 있는 상황"이라며 "교육 분야는 가면 갈수록 더 경쟁이 치열해질 것 같다. 주변에 폐업했거나 심각하게 고려하는 동료도 많다"라고 하소연했다.
이 같은 폐업은 공교육계도 마찬가지다. 실제 용인에서도 도심지 내에 자리한 기흥중학교가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다 결국 폐교했다. 도심지 내 폐교는 비단 용인만 아니라 서울에서도 발생할 만큼 공교육계도 학생 수 감소로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다.
◇일할 사람이 없어진다= 용인시는 반도체로 대표되는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 먹거리 산업이란 결국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 하지만 용인시 지역 경제를 휘감은 어두운 그림자가 있다. 생산가능인구다. 특히 핵심생산가능인구는 미래 용인시가 장밋빛만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우려로 만들고 있다.
생산가능인구란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연령대인 15~64세 인구를 말한다. 특히 이중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한 25~49세를 핵심생산인구라고 한다.
용인시는 생산가능인구인 15~64세 인구는 당장 내년부터 감소세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인구로 이동해 생산연령인구 감소로 이어지는 것이다. 3개 구별 고령화 정도도 차이가 심하다.
최근 10년간 이 연령대 인구를 보면 경제활동 인구는 2013년 12월을 기준으로 66만 9천여 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70%를 웃돈다. 이 인구는 올해 4월을 기준으로 77만 9천여 명으로 11만 명가량 늘었다. 인구 대비 수치도 크게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실제 경제활동을 하는 핵심 인구수다. 2013년 39만 9천여 명이던 것이 10년 만에 4천여 명이 오히려 줄었다. 그만큼 일할 인력이 줄고 있다는 것이다. 예비 경제 핵심 인구라 할 수 있는 10~20대 인구가 꾸준히 줄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용인시가 소멸을 우려해야 할 상황에는 경제활동 인구가 고령화되거나 외부 인구 유입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인구감소는 용인에만 한정되는 문제가 아니다. 이는 다른 인근 도시와 인구 유입을 둔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 인구 감소분만큼 늘어나는 쪽은 고령대다. 용인시는 지난해 고령사회 진입에 이어 7년 뒤인 2029년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초고령사회는 65세 이상 고령인구비율이 20% 이상인 사회를 말한다.
◇외부에서 유입될 수밖에 없는 현실= 용인시 인구소멸에 가장 큰 변수가 될 수 있는 것은 현재 용인시가 미래산업이라고 적극 홍보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과 플랫폼 시티 사업이다. 이를 제외하면 용인시가 2030년부터 인구감소 추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을 크게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용인시가 반도체와 플랫폼 시티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용인시가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분야를 제외하면 어떤 상황일까?
용인시가 발표한 2022년 용인시 경제지표 조사를 보면 제조업체 6703곳 조직 형태를 분석한 결과, 53.1%가 개인사업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단독사업체는 83.8%로 가장 많았으며, 본사와 공장 형식이 8.7%, 공장과 본사만 두고 있는 것은 각각 4.2%와 3.4%다.
종사자 규모는 67.3%인 4509곳이 4인 이하이며, 5~19명이 25.2%, 20~49명은 5.2%다. 100인 이상 규모는 6.2%인 62곳에 머문다. 용인에서 2000년 이전부터 운영해온 사업체는 1442곳, 2016년 이후는 1673곳에 이른다.
용인에 있는 제조업체 상당수는 인구감소에 따른 인력난에 직접 영향을 받을 만큼 열악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인구소멸이 단지 인구만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경제 등 다방면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말 그대로 인구는 도시 소멸로 이어지는 결정적 동력인 셈이다.
◇살기 좋은 특례시냐, 역사를 역행한 도시냐= 2023년 용인시는 개발이 이어지고 인구 유입 역시 유지되고 있는 역동적인 도시 중 한 곳이다. 이전과 비교해 인구 유입 속도는 줄고 고령화는 더 빨라졌지만 여전히 30년 이상 용인은 활력이 넘쳤다. 앞으로 30년은 용인시가 어떤 미래와 직면할지 판단할 수 있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될 것이다.
용인시가 풀어야 할 숙제는 적지 않다. 우선 인구감소에 따른 지역 경제 타격 이어 교육과 복지 분야에 미칠 영향. 지금부터 용인시가 준비해야 할 행정은 분명해 보인다. 개발을 둔 중장기 계획이 아닌 미래를 맞이할 중장기 계획을 시급히 세워야 한다. 나아가 용인시는 지난 20여 년간 고속 성장에 따른 후광효과를 톡톡히 봤지만 이제는 미래를 위한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한다.
행정 기준을 과거가 아닌 미래에 맞춰야 한다는 의미다. 감사원이 40년 뒤 경기도 내에서 화성시를 제외한 모든 도시가 소멸에 직면할 것이라고 본 이유는 분명하다. 그만큼 화성시가 경쟁력이 있다고 본 것이다. 반대로 용인시는 다른 도시와 견줘 우위에 설 경쟁 분야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용인시 미래를 책임질 절대 조건으로 두고 있는 반도체 하나만으로 용인시가 견뎌내기에 부족한 점이 많다는 점에서 조목조목 분석해 챙겨야 항목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준비 과정 등을 참작하면 용인시가 인구 110만 대도시에 취해 30년 뒤 미래를 외면할 만큼 시간적 여유가 있는 상황이 아님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