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 탓인지 경주의 한낮 기온이 벌써 34도를 오르내린다. 너무 덥다. 조금만 걸어도 땀이 줄줄 흐른다. 어디 시원한 곳이 없나 생각하다 찾은 곳이 경상북도 영천시에 있는 와인터널이다. 영천와인터널은 와인을 즐기며 더위를 피할 수 있는 휴식처 같은 곳이라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영천시는 전국 최대 규모의 포도 주산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포도와 관련된 볼 거리와 즐길 거리가 많다. 그중 대표되는 곳이 영천시농업기술센터 내에 있는 와인터널과 와인학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잠정 운영 중단되었던 영천와인터널을 지난달 24일 찾아보았다.
포도 생산 최적의 입지조건
영천와인만의 특별한 매력은 지역의 기후와 자연환경에서 나온다. 세계적으로 전형적인 과일 주산지 위치대인 북위 36.5°선 지역으로 낙동강 지류인 금호강이 영천 시내를 통과하고, 강의 지류를 따라 하상 충적토 토양이 넓게 펼쳐져 있다.
영천은 전반적으로 배수가 양호하고, 강우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과수 재배의 최적지이다. 과일은 강우량이 적고 일조량이 많은 곳에서 생산될 경우 품질이 좋다. 당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병충해가 적어 농약에 대한 의존도가 낮고, 좋은 품질의 과일 생산이 용이하다.
영천은 강우량이 전국 평균 1022mm보다 300mm나 적은 곳으로, 비 오는 날이 적어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이 많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으로 자연재해가 거의 없고, 일교차가 심한 지역으로 맛, 향, 당도가 우수하고 산도가 적절하여 와인 양조에 적합한 포도를 생산하고 있다.
전국 최대 규모 포도 주산지
영천시 천문로 도로변에 있는 영천시농업기술센터. 야트막한 둔덕에 자리 잡은 영천시농업기술센터는 다른 지자체와는 다르게 지역 특산품인 포도와 와인 홍보를 위해 자체 영천와인사업단을 운영하고 있다.
영천은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포도 주산지로 전국 와인 유통량의 30%를 이곳에서 생산한다. 포도 생산은 물론 민관이 상호 협력하여 14개소의 와이너리(포도주 양조장)도 운영한다. 일 년에 약 27만 병의 와인이 이곳에서 생산된다.
주차장으로 들어서면 오른쪽에 오크통을 닮은 독특한 건물인 영천와인터널(영천와인개발센터)과 영천와인학교 건물이 보인다. 와인터널 입구 정면에는 영천 와이너리(winery) 지도가 부착되어 있다. 영천시 곳곳에 분포된 와이너리 장소와 영천 와인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다.
계단을 타고 지하로 내려가면 맨 먼저 천장에 붙어있는 와인병들과 대형 오크통을 활용한 안내 데스크에 눈길이 간다. 천장에 부착된 와인병을 조명등으로 활용한 모습이 퍽이나 인상적이다.
오크통 속 커다란 곰 인형이 앉아 방문객을 반긴다. 와인터널을 방문한 소감을 멋지게 한 줄 적으라고 방긋이 웃어준다. 곳곳에 인형이 놓여있어 아이들과 함께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입구에는 와인병과 와인잔을 소품으로 멋진 분위기를 연출해 놓았다. 분위기 있는 카페에 와 있는 느낌이다.
벽면에는 2006년부터 현재까지 영천와인산업 발자취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간단한 설명을 해놓았다. 수출실적과 각종 대회 수상 및 행사주로 선정된 내용들이다. 긴 터널 곳곳에는 영천에서 생산된 다양한 종류의 와인병들이 쌓여있다.
와인병에 부착된 형형색색의 빛바랜 상표들이 영천 와인의 오랜 역사를 말해주는 듯하다. 와인터널을 통과하면 벽면에 국내외에서 생산된 와인 그리고 영천와인학교 졸업생의 작품 와인 등이 다양하게 진열되어 있다.
와인의 기원 등 와인과 관련된 설명도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영천에서 생산되는 14개소의 와이너리 상호도 벽면에 세워져 있다. 바로 옆에는 한국 음식과 잘 어울리는 와인과 음식들을 적어 놓았다. 와인바 소품과 진열대 등이 대부분 와인병, 와인잔, 오크통을 형상화하여 만들었다. 소품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쓴 흔적들이 보인다.
와인터널은 1년 내내 와인 숙성에 가장 좋은 조건인 온도 16도, 습도 70도를 항상 유지하고 있다. 한낮의 기온이 벌써 30도를 오르내리고 있지만 여기는 별천지처럼 너무 시원하고 쾌적하다. 오래도록 머물고 싶은 공간이다.
와인터널 안에는 관광객을 위한 포토존들이 마련되어 있다. 멋진 소품으로 만들어 놓아 그냥 지나칠 수 없게 해놓았다. 특히 와인병을 형상화한 포토존이 인기가 있다. 영천와인터널의 길이는 100m 남짓이다. 긴 터널을 지나니 실제로 사용하는 와인발효기계와 저장시설인 오크통들이 놓여 있다. 와인의 발효부터 숙성 그리고 병입의 과정까지 살펴볼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와인터널을 한 바퀴 돌고 나오면 터널과 연결된 와인 갤러리와 만난다. 갤러리 중앙에는 오크통 모양을 한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갤러리 내부에는 14개 와이너리에서 생산된 각종 와인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곳에서 와인 시음과 와인 구입이 가능하다. 직접 시음을 해보았더니 향긋하고 달달한 맛이 일품이다. 이래서 영천에서 생산된 포도주를 각종 행사 건배주와 만찬주로 사용하는가 싶다.
영천와인투어와 와인학교 운영
영천시는 2010년부터 와인투어상품도 운영한다. 가족, 친구와 함께 떠나는 영천와인투어는 매년 7월 하순부터 11월 말까지 진행된다. 추석 연휴를 제외한 평일, 휴일, 공휴일에 관계없이 운영되며, 와이너리 수용인원을 벗어날 경우 접수순으로 진행한다.
먼저 영천와인사업단 홈페이지(www.ycwine.or.kr)에 접속해 체험하고 싶은 와이너리에 신청하면 된다. 포도밭에서 직접 딴 포도를 맛보고, 나만의 특별한 와인을 만들고 싶다면, 신청하여 추억의 장면을 담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와인투어 기간이 지나면 영천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와인터널은 평일에만 운영한다. 다만, 단체관광객이 미리 방문 신청하면 휴일에도 개방할 수 있다고 한다.
영천시농업기술센터는 와인학교도 운영한다. 영천와인학교는 영천시가 2009년 설립·운영하여 매년 2개 과정 50여 명을 대상으로 와인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와인 양조 과정은 이론과 실습을 통해 와인 양조 기술을 습득하고, 소믈리에(와인을 전문적으로 관리하거나 서비스하는 사람) 양성과정은 와인관련 문화와 서비스 교육으로 자격 검정에 응시하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영천시농업기술센터 이정희 소장은 '우리나라가 와인 소비 증가 및 문화가 확산되는 추세에 있는 가운데 K-와인의 국제적 위치는 후발 주자이지만, 영천와인이 국내외 와인산업의 선두적 위치에 있다'라며 '양조용 품종 재배 가능한 지리적, 환경적 이점으로 국제와인품평회에서 연속 4회 수상하는 실적이 영천와인의 경쟁력을 말해준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와인산업의 메카로 급부상한 영천시. 우리 농산물의 고부가가치화 및 지속 성장 가능한 로컬자원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민관이 협력하고 있는 모습이 돋보인다. 영천와인에 대한 다양한 지식과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영천와인터널을 올 여름 여행지로 적극 추천하고 싶다.
* 찾아가는 길
- 주소 : 경상북도 영천시 천문로 622-13
- 입장료 및 주차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