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서울고등법원(재판장 문광섭)이 (주)문화방송(아래 MBC)을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한 여천은파교회 대표자 고요셉씨의 사건에 대해 "항소는 모두 이유 없다"며 제1심 판결과 같이 '기각'했다.
원고는 MBC와 조희원 기자가 여천은파교회와 관련하여 "허위사실이 포함된" 사건보도로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등 그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켰다"며 정정보도문 게시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 이어 2심까지 패소했다.
작년 1월 11일 MBC 뉴스데스크는 "아들 물려주려고?..신도·예배 없는 '서류 교회'"라는 보도에서 여천은파교회가 "직계가족의 세습을 엄격히 금지한 소속 예장통합 교단(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회헌법을 피하고자 신도와 예배도 없는 '서류상 교회'를 세웠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서 여수MBC 조희원 기자는 주일예배가 진행된다는 오전 11시에 해당 교회 앞에 가서 "예배당 불이 꺼져 있고 출입문은 잠겨 있음"을 확인한 뒤 그 사실을 방송에서 알렸다.
하지만 원고들은 여천은파교회 주일 오전 예배는 11시가 아니라 11시 15분이며, 정기적으로 예배를 드렸고 조 기자가 다녀간 그날도 예배를 하였다고 주장했다. 또한 해당 교회에는 65명의 등록 신도가 존재하고 "모두 자발적으로 등록한 교인"이라 항변하였다.
원고들은 MBC 뉴스데스크에서 "여수은파교회의 신도들에게 아들 목사 교회인 '여천은파교회의 계좌로 헌금을 보내라'는 메시지가 발송됐다"며 "실제로는 없는 신도를 있는 것처럼 꾸미려는 정황"이라 말한 내용도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허위사실 적시라고 주장했다. "해당 문자메시지는 원고 교회의 신도들을 대상으로 한 것일 뿐, 여수은파교회 신도들에게는 그러한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없다"는 것.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원고 교회의 독자적인 예배가 진행됐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원고들의 주장과 그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부분 적시사실이 허위라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하였다. 그 근거로 다음 네 가지를 들었다.
① 원고 교회 건물 게시판에는 사건 보도를 위한 취재 당시까지 주일예배 시작 시간이 11:00로 기재돼 있는 점.
② 사건 보도 후 원고 고요셉은 신도들에게 "주일 예배는 지난 주 정정했지만 다시 정정해서 주일 오전 11:15에서 예배를 드린다"고 카톡 메시지를 보냈는데, 정기적으로 그 시간에 예배드렸다면 그런 메시지는 불필요하다는 점. 설령 예배시간이 11:15라 하더라도 11시까지 교회 건물 근처에 신도들이 한 명도 없고 예배당 문이 잠겨 있는 상황은 사회통념이나 경험칙에 비추어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점.
③ 원고 고요셉은 여천은파교회 설립 이후에도 부친이 시무하는 여수은파교회 주일 2부 예배 설교를 거의 대부분 담당하였던 점.
④ 원고 고요셉은 이 사건 보도 후 카카오 메시지를 이용해 교인들에게 '원고 교회의 1부 예배를 토요일 오후 5시에 여수은파교회의 시온성전에서 한다'는 취지로 안내한 점.
대형로펌 두 곳의 변호사 7명 내세워 대응했으나 패소
재판부는 "원고 교회에 독자적으로 등록된 신도가 대부분"이라는 주장과 관련해서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 근거로 "① 원고 교회에 등록된 교인들 대부분이 여수은파교회 출신이었고 ② 원고 교회의 담임목사인 고요셉이 여수은파교회의 부목사였으며 ③ 원고 고요셉은 여수은파교회의 주일예배와 사실상 동일하거나 유사한 내용의 예배를 진행하였고 토요예배 또한 여수은파교회의 청년부 예배와 동시에 같은 장소에서 진행하였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원고들은 "'여수은파교회의 성도들에게 원고 교회 계좌로 헌금을 보내라는 문자메시지가 발송되었다'는 내용 등이 원고들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수 있는 허위사실 적시라 주장하였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원고들의 주장과 그 증거만으로는 허위라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고 하였다.
그 근거로 ① 이 사건 보도 후에 원고 고요셉이 교인들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에서 "지금 이 글을 확인하고 있는 분은 정식적 원고 교회 교인입니다. 분리의 개념이 힘들지만 원고 교회 비번 아시지요?"라는 취지의 글을 보낸 점 ② 여수은파교회 전도사가 단체대화방에서 "청년부 예배를 제외한 다른 여수은파교회 공예배 시에 헌금을 하시면 여수은파교회 재정부를 거쳐서 다시 원고 교회 재정으로 전달하여야 하므로 과정이 복잡하다"는 공지를 한 점 등을 들었다.
재판부는 MBC 조희원 기자가 "제보를 바탕으로 이 사건 보도를 위해 원고 교회의 주일예배 시각 시간 교회 건물에 직접 찾아가 교회 상황을 확인하였고, 교회 단체 대화방의 메시지, 공지사항 등 객관적 자료를 제시받아 보도하였으며, 답변 내용을 왜곡, 과장한 별다른 정황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래서 "각 적시 사실은 그 허위성에 대한 증명이 없거나 설령 그 적시사실 중 일부가 허위라고 하더라도 이를 보도한 것에 위법성이 없어 피고들이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어 "손해배상을 구하는 원고들의 주장과 그 손해배상 범위 등에 관해서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모두 이유 없다"고 덧붙였다. 원고들은 대형로펌 두 곳의 변호사 7명을 소송대리인으로 내세워 대응하였지만 패소한 것이다.
여수은파교회는 작년 3월 6일 공동의회(교인 전체 총회)를 열어 세습 금지법이 있는 예장통합 교단을 탈퇴하기로 결의하였다. 이에 반발한 교인들 중 일부는 여수은파교회를 빠져나와 세 곳에 교회를 새로 개척하거나 주변 교회들로 흩어졌다.
여수은파교회와 여천은파교회가 소속돼 있던 예장통합 여수노회는 작년 4월 26일 정기노회에서 교단 탈퇴를 결의한 여수은파교회 고만호 목사와 그의 아들 고요셉 목사를 규정에 따라 면직 제명 처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