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가성비 여행을 추구하는 저는 어디로 가야 세 아이들과 남편, 그리고 저까지 모두 만족하는 여행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성수기인 만큼 여행비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일반적인 호텔보다는 좀 더 가성비가 좋은 숙소를 찾고 싶었어요.
고민을 이어가던 중 이전에 커뮤니티나 블로그에서 종종 보았던 '경남 진주 월아산 자연휴양림'이 떠올랐습니다. 눈길이 가는 여행지였기에 검색을 다시 해 보았어요.
먼저 월아산 자연휴양림은
1. 숙박시설: 원룸형/투룸형, 복층형, 콘도형 등
2. 야영시설: 트렌트에 맞는 비품을 갖춘 글램핑 동 등
3. 산림레포츠 시설: 네트어드벤처, 곡선형 짚와이어, 에코라이더
4. 숲속의 진주 시설: 숲속 어린이 도서관, 목재체험장 등
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아이들 뛰어놀기 좋은 시설
정보를 알아보면 볼수록 가고 싶은 마음은 더욱 커졌습니다. 지은 지 이제 만 1년이 지난 숙박시설은 관리가 잘되어 다녀온 분들의 후기가 전반적으로 다 좋았어요. 테라스 너머로 보이는 멋진 풍경도 직접 제 눈으로 확인하고픈 욕심이 들었습니다.
이곳은 숙박시설만 마음에 든 게 아니었습니다. 산림레포츠 시설과 숲속의 진주 시설은 8, 6, 3세 아이들이 놀기에 좋아 보였어요. 저와 남편은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휴식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후 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휴양림의 예약 일정을 알아보는 것이었어요. 일반 예약은 매주 수요일 9시에 오픈하더라고요. 6주 후 일주일분(7일)을 순차적으로 연다는 사실을 알고 미리 숲나들이 홈페이지의 로그인 관련 정보를 확인하고 캘린더 앱에 일정을 기록해 두었습니다.
드디어 예약 오픈 일 아침 9시가 되었어요. 저는 제 앞뒤로 있던 약 1500명의 대기인원을 뚫고 어렵사리 콘도형 4인실(최대 5인) 예약에 성공했습니다. 가고 싶었던 숲 속의 숙소에 머무를 기회를 얻은 것이지요.
여기서 예약 꿀팁 한 가지를 알려드릴게요. 9시 전후가 되면 잘 전환되던 화면이 급격하게 느려집니다. 동시 접속자 수가 폭주하는 것이지요. 화면에는 느닷없이 예약 대기인원이 정확한 숫자로 뜨기 시작해요. 그때 아무리 마음이 급해도 절대 새로고침(F5) 버튼을 누르시면 안 돼요. 그러면 대기 순서가 맨 끝으로 밀려나는 불상사가 일어납니다.
많은 분들에게 인기가 많은 월아산 자연휴양림을 온전히 누리시려면 조금의 수고를 더 하셔야 합니다. 시설 이용 또한 온라인 예약제로 운영되거든요. 저는 그날 바로 아래 사진과 같이 세 아이들과 저희 부부가 이용하면 좋을 시설들에 대한 예약을 마쳤어요.
지난 5월의 마지막 주 금요일 드디어 기대하던 여행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숙소에 늦게 도착한 탓에 준비해 간 저녁을 먹고 잠을 잔 게 전부였어요. 여느 휴양림이 그렇듯 숙소가 푸른 숲으로 둘러 싸여 있다는 것, 그리고 시설이 깨끗하다는 것 외에는 특별한 점이 없었어요. 하지만 다음날 아침 별 기대 없이 창문을 가렸던 커튼을 젖히자마자 저는 여행에 대한 만족도가 급상승했습니다.
테라스 주변을 날아다니는 새의 지저귀는 소리를 가까이에서 들으며 눈앞에 빼곡히 들어찬 초록나무와 울창한 숲을 보게 되었습니다. 3월부터 여행하는 그날까지 평일과 주말 가릴 것 없이 육아와 살림으로 분주하게 살아온 제 마음은 평온을 되찾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을 누리며 깔깔깔 함께 웃던 세 아이를 바라보고 있자니 엄마인 제 마음이 몽글몽글해졌습니다.
이어서 숙소 퇴실 절차를 밟고 '숲속의 진주'를 향해 내려갔습니다. 첫 코스인 숲속 어린이 도서관은 유아 친화적인 시설로 이루어져 있어 온 가족의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그림책을 읽고 밖으로 나가 자연물을 활용한 독서 연계 활동을 하는 체험에도 참여했습니다. 아이들은 아까시꽃, 개망초를 비롯한 들꽃과 풀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익히며 가까이에서 자연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네트 어드벤처 또한 기대 이상이었어요. 8, 6세인 딸들이 이날 가장 기대한 시설이었는데 숙박객인 저희는 이용료의 30%를 할인받아 1인 3500원이라는 저렴한 금액으로 50분간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뛰놀았습니다. 아이들은 시간이 너무 짧았다고 아쉬움을 토로하기에 결국 두 번이나 탔습니다.
두 딸이 네트 어드벤처를 한 번 더 타는 동안 연령 제한으로 이용이 불가했던 셋째는 우드랜드 내 상상 놀이터실에서 남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곳은 집에 쉽게 들이기 힘든 높은 가격대의 원목 놀잇감으로만 이루어진 놀이실이에요. 원목 미끄럼틀과 원목 공, 원목 주방놀이를 가지고 노는 아이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휴양림 숙박시설 예약을 위해 1500명이 대기하는 장면을 제 눈으로 확인한 뒤 1박 2일의 시간을 여기서 온전히 보내고 나니 이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정말 잘 알 수 있었어요. 숙소뿐만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다양한 연령대의 니즈를 세심하게 수용한 시설들이 준비되어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만족할 만한 휴양림이었습니다.
도심생활 벗어나 편안한 놀이터 되어준 곳
도시에서 실내생활과 고립생활을 오랫동안 이어온 우리 가족에게 월아산 자연휴양림은 자연을 자연스럽게 누릴 수 있는 편안한 놀이터가 되어주었어요. 아이들의 일상은 생각보다 분주하게 흘러갑니다. 주변의 자연물에 눈길을 돌릴 시간이 쉽게 주어지지 않아요. 직접 제 발로 찾아가지 않으면 드넓은 숲을 경험할 기회 또한 흔치 않은 생활에 익숙합니다.
트램펄린은 흔하지만 탁 트인 하늘과 날아다니는 새, 푸른 숲을 바라보며 타는 트램펄린은 흔하지 않습니다. 들풀은 흔하지만 그 풀들의 이름과 특징을 배울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아요. 원목 가구는 집에서 사용할 수 있지만 다양한 원목 놀잇감을 가지고 놀기는 어렵습니다. 이 모든 게 가능한 곳이 바로 월아산 자연휴양림이었습니다.
숙소 퇴실 준비를 하며 아이들에게 오늘은 더 이상 이곳을 들어올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그때 첫째와 둘째가 했던 말을 통해 저희 가족의 여행 후기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이제 지저귀는 새소리를 가까이에서 들을 수가 없어서 너무 아쉬워요."
"장난감이 하나도 없는 깨끗한 숙소에 다시 들어갈 수가 없어서 속상해요."
아이들이 퇴실을 아쉬워할 만큼 자연을 가까이에서 듣고 볼 수 있는 좋은 추억을 남겨준 월아산 자연휴양림입니다. 자연과 함께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시간을 보내고 싶으시다면 이곳을 추천해요.
아이들은 월아산에 다녀온 이후로 자연과 더욱 한 마음이 되었나 봅니다. '여행'이 좋은 추억으로 남은 줄 알았는데 아이들은 자연을 온전히 누린 경험을 가슴속에 아로새기고 있더라고요. 그날 이후로 산을 또 가고 싶다는 아이들의 요청도 자주 듣게 되었습니다. 아이들도 아는 것이지요. 무한한 자연이 주는 마음의 여유와 넉넉함이 어떤 것인지요.
숙박시설을 예약하지 않으시더라도 산림레포츠와 숲 속의 진주 시설은 따로 예약 및 이용이 가능하니 관심 있는 분들은 꼭 한 번 다녀오시면 좋겠습니다. 저와 제 가족이 그랬던 것처럼 평범한 날을 선물 같은 하루로 보내실 수 있을 거예요.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에 게재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