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을 위한 공유공간과 주말에 식당도 함께 하는 '청년공간 모락모락(아래 모락모락)'이 사회복지법인 사랑의힘 주도로 2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지난 8일,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전체 규모는 100평 정도다.
'모락모락'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온다는 뜻, 그리고 생각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는 뜻을 동시에 담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는 생명들이 무럭무럭 자란다, 즉 고르게 자라는 모양이 모락모락이라는 것.
'사랑의힘' 법인이 처음부터 금천구에 연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금은 여건이 달라졌지만 몇 년전까지 서울 금천구는 가장 돌봄이 많이 필요한 지역 중 하나로 꼽혔다고 한다. 사랑의힘 관계자는 "그래서 시흥 지역에서부터 청소년들과 동반해 보려는 사명을 가지게 됐다"고 설명한다.
처음에는 초등학생부터 정서 지원과 학습 지원을 중심으로 시작했다. 16년전의 일이다. 이 어린이들이 성장하면서 지속적 동반 필요성을 느낀 사랑의힘은 'CLC희망학교'라는 중고등학생을 중심으로 한 희망 사다리 역할을 자처했다고.
지역아동센터의 형식을 빌리면서 1대 1로 각 청소년들에 대한 정서 지원과 진학·진로에 대한 희망 사다리 기능으로의 확대였다.
어린이에서 청소년, 청년으로 이어지는 소통의 결과물
모락모락은 그 연장선상의 고민의 결과물이다. 청소년들이 더 성장해 청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인생의 고민을 들어주고 나눠줄 그런 좋은 어른이 필요하다'라고 하는 그런 요청이 주위에서 계속됐다. 희망학교 졸업생들 스스로가 졸업한 이후에도 지속적인 교류와 만남의 장, 사회 진출을 위한 경험이나 활동의 장이 필요하다고 요청도 있었다고 한다.
사랑의힘은 '청년들의 목소리에 동참할 필요가 있겠다'라는 고민 속에서 금천구 관내의 청소년단체, 사회적협동조합 등을 8~9개월간 방문하면서 그 경험들을 배워 나갔다. 아울러 청년들을 대상으로 만남의 시간들을 가지면서 공유 공간, '식사'가 청년들에게서 얼마나 중요한가와 밥이 주는 힘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깨달았다고 한다.
특히 '3천원 김치찌개'로 이름이 알려진 청년밥상문간의 이문수 신부를 만나면서 청년식당이라고 하는 것이 어떤 힘을 가질 수 있는지, 어떤 동기로 시작해서 지금 자리 잡게 됐는지에 대한 장시간의 인터뷰를 거치면서 '식사와 공간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한다.
모락모락의 메인 메뉴는 '김치찌개'다. 가격은 단 3천원. 주말 오전11시에서 2시반, 저녁 5시에서 8시까지 4번의 식사를 제공한다. 기자도 처음으로 정식 공개되는 김치찌개를 직접 먹어봤다. 3천원이라고 해서 어떨까 걱정했는데, 찌개 안에 들어 있는 고기 등이 전혀 부족해 보이지 않았고 맛도 식당 맛만큼 좋았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1인당 평균 식비로 지출하는 금액은 9200원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양이나 질에 있어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말하는 통계들이 존재한다.
서울 금천구는 청년 1인 가구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이다. 대략 30%가 1인 청년 가구다. 김치찌개도 만한 식당에서는 8천원에서 만원 정도다. 밀키트나 편의점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청년들이 그래서 많은 게 현실이다.
모락모락이 김치찌개를 가지고 식당 문을 열게 되기까지 지역의 청년단체의 관심과 지원도 많았지만, 특히나 이문수 신부가 운영하는 청년공간 밥상문간에서 레시피를 공개해 주고 세팅을 어떻게 하는지, 관리를 어떻게 해야 되는지, 실습까지 지원해 준 것이 큰 힘이 되었다고 한다.
모락모락은 4~5인이 4개 조가 되는 자원봉사 시스템 준비를 마친 상태다. 법인 측은 ▲ 따스하고 든든한 밥을 먹을 수 있는 공간 ▲ 좋은 생각들이 퍼지는 공간 ▲ 고르게 성장하고 생명을 키우는 공간 ▲ 그대로 존중받고 환대받는 공간을 만들어가겠다며, 모락모락이 "청년들이 주말에 집에만 있지 않고 여기까지 좀 움직였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여러 청년들이 다른 청년들과 만나고 교류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되는 것이 모락모락의 희망으로 보인다.
"청년들, 잘 먹는 문제 중요해... 구청서도 함께 할 것"
모락모락 개소식은 지난 6월 8일(목) 오전 11시에 열렸다.
사회복지법인 사랑의힘 김연경 이사장은 환영사에서 "모든 아동 청소년을 동반하는 기관들이 그렇듯 저희도 부모의 마음으로 우리 아이들을 동반해 왔다. 이제 청년들과 동반하고자 한다. 오늘 이렇게 많은 분들이 새 출발에 앞서 이렇게 함께해 주시는 것이 너무나 큰 힘이 된다"며 감사를 표했다.
유성훈 금천구청장도 참석해 청년 공간 개소를 축하했다. 유 구청장은 "여러 청년 문제중에 제일 근본적인 것이 역시 밥이 가지고 있는 힘, 먹는 문제가 제일 크다라는 생각이다. 구청에서도 청년 공간 사업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먼저 지역사회가 이렇게 준비해 주니 기쁘다. 구청에서도 적극적으로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청년공간 밥상문간의 이문수 신부도 "6년전 제가 식당 오픈할 때는 이렇게 정부에서 혹은 지자체에서 아무 관심도 없었다. 그런 면에서 유성훈 구청장의 방문은 의미가 크다. 아울러 여기 오신 모든 분들의 마음과 손길이 모여서 이런 따뜻한 공간이 마련됐다고 생각한다. 여러분들의 그런 마음을 우리 청년들이 찌개에 말아 가지고 먹으면서 힘을 낼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축하를 전했다.
청년들이 미안해 하지 않고 또 고마워하지 않고 편하게 식사할 수 있는 그런 청년들의 건강한 웃음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이 상상이 가는 개소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