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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8일부터 10일까지 태국 방콕에서 안로아브(ANROEV 아시아 직업환경 피해자권리 네트워크 Asian Network for the Right of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Victims) 대회가 열렸다. Ram Charitra Sah, ANROEV 사무총장이 발언 중이다.
5월 8일부터 10일까지 태국 방콕에서 안로아브(ANROEV 아시아 직업환경 피해자권리 네트워크 Asian Network for the Right of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Victims) 대회가 열렸다. Ram Charitra Sah, ANROEV 사무총장이 발언 중이다. ⓒ ANROEV
 
지난 5월 8일부터 10일까지, 태국에서 아시아직업및환경피해자권리네트워크(ANROEV, Asian Network for the Right of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Victims, 안로아브) 컨퍼런스가 개최되었다. (관련 기사: '코로나-과로사' 연관성 아십니까... 아시아 노동환경 위해 싸우는 사람들 https://omn.kr/24b7d ).

무수한 노동자들이 아시아의 여러 국가로 이주해서 일을 한다. 그 노동자들은 가장 열악한 노동 조건과 대우, 임금 아래 가장 위험한 노동을 한다. 2023 ANROEV 대회에서도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 건강권 보장이 강조되었다. 

대회 자유 발언에서 아시아 직업성 재해의 큰 피해는 이주노동자들에게 많이 발생한다면서, 이주노동자 조직 활동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하는 한 활동가가 있었다. 발언을 듣고 나자, 그의 활동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대회 직후 온라인 비대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2008년 대만 타오위안시에 설립된 비영리 노동시민단체 Serve the People Association(桃園市群眾服務協會, 아래 SPA)에서 이주노동자 노동문제에 대한 대응과 조직 활동을 담당하는 레논 웅(Lennon Wong)씨에게 이주노동자들 노동을 왜 눈여겨봐야 하는지, 왜 노동조합으로의 조직화가 중요한지 들어보았다.

 
"이주노동자들, 건강과 안전 문제 시달려... 단체, 산재와 위험노동 개선에 역점"
 
 대만 단체 Serve the People Associatioin에서 임신으로 해고당한 여성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 모습이다. 가운데가 레논 웅(Lennon Wong).
대만 단체 Serve the People Associatioin에서 임신으로 해고당한 여성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 모습이다. 가운데가 레논 웅(Lennon Wong). ⓒ Serve the People Assosiat
 
비영리 노동시민단체 SPA는 설립 초기에는 대만 노동자 활동에 집중하다 지금은 이주노동자들의 노동 분쟁과 노동조합 조직화 지원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레논 웅씨는 과거 노동조합에서 활동하다가 SPA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과 유사하게, 대만도 내국인이 기피하는 산업의 인력난을 완화하기 위해 이주노동자를 들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들은 내국인 노동자와 경쟁하지 않는 특정 산업과 직종에서만 일을 할 수 있다. 2020년 기준 대만의 이주노동자는 약 72만 명으로 알려져 있으며, 제조업 (61%), 서비스업(36.6%), 농·임·어·축산업 1.7% 순이라고 한다. 다음은 레논씨의 단체 소개다.


"SPA에서는 2014년부터 이주노동자 쉼터를 운영하고 있어요. 지금은 쉼터 세 개를 운영하고,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24시간 핫라인도 함께 운영 중입니다.

이주노동자들은 노동 사건이나 법적 지원, 그리고 사업장 이동 때문에 저희를 찾습니다. 원칙적으로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장을 옮기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노사 간 상호 동의가 있을 때, 젠더 폭력·노동 착취·인신매매의 경우에만 옮길 수 있어요. 이주노동자가 노동부에 인권·노동권 침해 이유로 사업장을 신고하고 이를 승인할 때까지는 쉼터에서 지낼 수 있습니다. 또 저희 같은 단체가 증거 수집 등을 통해 사업장을 옮길 수 있게 지원합니다. 대만에 오는 이주노동자들은 브로커를 통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사업장을 옮길 때 브로커에게 돈을 내야 해요. 그런데 저희가 지원하면 사용자나 브로커들은 맘에 안 들겠죠. 브로커가 저희를 공격하기도 합니다."


다음은 레논씨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 이주노동자들의 근무환경은 어떤지요. 열악하고 위험한 영역에서 일을 할 것 같아요.

"공통적으로 건강과 안전 문제에 시달립니다. 공장에서 돈을 아끼려다 보니 보호 장구가 부족하거나 있어도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3, 4년 전에 필리핀 여성노동자가 강산성 물질을 다루는 일을 했어요. 큰 컨테이너에 있던 산성 물질이 이 노동자에게 쏟아져 결국 사망했습니다. 그 공장의 이주노동자들을 만나서 보호복을 착용해야 하는 걸 아는지 물었더니 '점검할 때만 입게 한다'고 했어요.

가사, 돌봄 노동자들은 과로와 수면 부족 문제를 많이 겪습니다. 환자를 돌보는 일을 하다 보니 전신에 통증이 있다는 노동자들도 있어요. 이주노동자들 중에 암이 발병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 돌봄 노동자입니다. 정확하게 원인을 밝혀내지는 못했지만 일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동자들과 함께 병원에 가고, 업무상 재해로 신청하는 일을 합니다. 사고는 그래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지만 직업성 질병으로 신청하면 승인받기 어려워요. 이주노동자들의 산재 문제를 더욱 드러내는 활동, 위험 노동을 알리고 개선하려는 활동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침체되어 있는 노동운동, 이주노동자들이 다시 살릴 수 있어... 힘 잊지 않길"


- 단체에서 이주노동자들을 노동조합으로 조직하는 활동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SPA의 활동가들은 주로 노동운동가들입 니다. 우리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바로 이주노동자들을 노동조합으로 조직화하는 것이에요. 이주노동자들이 스스로 조직하도록 돕는 것이죠. 물론 이주노동자 조직화는 내국인 노동자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대만에서 오래 지낼 수 없기 때문이죠.

또한 대만 법률 상 노조 구성원이 100명 이하면 총회를 매년 열어야 해요. 조합원의 절반이 모여야 하고 매년 30~40명이 모이는 회의를 진행해야 하는데, 이게 쉽지가 않아요. 예를 들어 가사노동자들은 대부분 환자나 노인을 돌보는 돌봄 노동자인데 이들은 노동법 적용을 받지 못하고, 법적 휴가도 없습니다. 사용자가 밖에 나가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고요.

게다가 이주노동자들은 대만에 올 때 큰 돈을 씁니다. 대부분 브로커를 통해서 오는데, 1년 이상 브로커에게 매달 일정 금액을 내야 해요. 3년 이상 일하거나 사업장 이동을 하려면 브로커가 다시 돈을 요구해요. 그야말로 착취죠. 그래서 이주노동자가 돈을 모으는 일 외에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일을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이주노동자 노조가 몇 개 있어요. 대만 가사노동자들이 모인 노조에 필리핀 노동자 100명 정도, 인도네시아 노동자 100명 정도가 가입했는데 저희가 지원 중입니다. 인도네시아 노동자들로 구성된 제조업 노조도 지원 중이죠."


- 왜 이주노동자 조직이 중요한가요?

"노동자의 힘은 지원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노동자 스스로에게서 나옵니다. 우리는 침체되어 있는 대만 노동운동을 이주노동자들이 다시 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심한 착취를 운동으로 깨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죠. 대만은 세계 산업 구조상 특별한 공급 체인에 놓여있고, 반도체 기업들도 많이 있습니다. (대만) 반도체 기업들에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어서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희의 이주노동자 지원 활동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이주노동자들 스스로 노동조합을 세우고 가입하며 힘을 키워가는 활동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스스로 교섭력을 높이면서 안전한 현장에서 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유청희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23년 6월호에도 실립니다.


#대만_SPA_이주노동자#대만_이주노동자_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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