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제 노동자와 상담하다 보면 '포괄임금제'라는 용어를 자주 듣게 됩니다. "월급에 모든 수당이 다 포함되어 있다"라고 말하는 포괄임금제는 대체 무엇일까요? '포괄임금제'란 기본급을 결정한 후 연장·야간 및 휴일근로가 발생하였을 때 각각의 법정수당을 산정하여 지급하는 원칙적인 임금 산정 방식과 달리, 실제 근로 시간 등을 따지지 않고 기본급에 제 수당을 포함하거나 일정 금액을 제 수당으로 정하여 지급하는 방식의 임금제도를 말합니다.
이러한 포괄임금제는 ① 근로 시간, 근로 형태와 업무의 성질을 고려할 때 근로 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것으로 인정되고 ②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 지급계약을 체결하여야 하며 ③ 그것이 달리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여러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인정될 때에 유효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8다6052 판결).
그런데 대부분 노동자의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왜 포괄임금제를 익숙하게 알고 있을 정도로 남용되고 있을까요? 그것은 '포괄임금제'라는 용어가 '고정OT제'와 혼동해서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고정OT(Overtime, 연장근로)제'란 기본급 외 제 수당 모두 또는 일부를 정액으로 미리 정해놓고 지급하는 방식의 임금제도입니다.
예를 들어, 주 40시간 이외에 고정적으로 주 12시간의 연장근로를 한다고 가정하고 주 48시간에 대한(가산수당을 반영한다면 주 52시간에 대한) 임금을 지급하기로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포괄임금제도 고정OT제도 주 40시간 이상 근무하였을 때 실제 근로 시간 등을 따지지 않고 월급에 제 수당을 포함하여 지급하는 형태가 됩니다. 따라서 현장에서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의 임금 계산의 편의를 이유로 '고정된 연장근로수당제도'를 마치 '월급에 포괄된 임금제도'처럼 남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고정OT제는 왜 문제가 될까요? 우선 고정된 연장근로시간 안에서는 연장근로수당을 따로 지급할 필요가 없으므로 말 그대로 '공짜 야근' 혹은 '공짜 연장근로'가 성행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고정된 연장근로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하게 된다면 사용자는 이에 대해서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여야 하지만, 실제로 사용자는 "연장근로수당은 월급에 다 포함되었다"라고 하며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다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장시간 근로가 일반화되는 것도 고정OT제로 인해 발생하는 폐해입니다.
통상임금과 관련해서도 문제가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56조에 따라 사용자는 연장·야간 및 휴일 근로에 대하여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하여 지급하여야 합니다. 같은 법 시행령 제6조에서는 통상임금이란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 금액, 월급 금액 등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고정OT제에서 노동자가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 근로에 대하여 받는 '고정된 연장근로수당' 등은 통상임금일까요? 이에 대하여 최근 대법원은 "일정 금액을 연장근로의 대가로 급여에 포함하여 지급하는 고정OT는 소정 근로의 대가로 볼 수 없으므로 통상임금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결하였습니다(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20다224739 판결).
한편 대법원은 예외적으로 "4조 3교대에 속한 근로자 중 해당 월에 심야조 근무를 한 근로자들에게 지급된 야간교대수당이 소정 근로의 대가로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기도 하였습니다(대법원 2021. 9. 30. 선고 2019다288898 판결). 이렇듯, 아직 대법원은 고정OT제로 지급된 고정된 연장·야간 및 휴일근로수당을 완전히 통상임금으로 보고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생각건대, '고정된 연장근로수당'은 앞서 살펴보았던 통상임금의 정의를 고려하였을 때, 당연히 소정 근로의 대가로서 노동자가 소정근로시간에 제공한 근로의 가치를 금전적으로 평가한 것이고, 실제로 미리 확정된 고정성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에 통상임금으로 보아야 할 것이 분명합니다.
따라서, 포괄임금제의 탈을 쓰고 있는 고정OT제 아래에서 통상임금처럼 받는 고정된 연장근로수당 등은 기본급으로 보아야할 것이며, 이에 기초하여 법정수당을 산정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상담 오시는 노동자가 "고정OT수당을 받고 있는데 이것도 월급에 포함이 되나요?"라고 여쭤보실 때 "고정적으로 받는 연장근로수당 등은 통상임금이기 때문에 이를 포함한 금액을 기초로 하여 노동한 시간에 대하여 별도로 연장근로수당을 청구하여야 합니다"라고 답할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에세이 속 Q&A
Q1. 포괄임금제와 고정OT제는 어떻게 구분하나요?
A1. 포괄임금제는 각각 산정해야 할 복수의 임금 항목을 포괄하여 일정액으로 지급하는 계약이며, 기존 임금과 수당이 구분되지 않고, 유효한 포괄임금 계약의 경우 법정수당을 추가로 지급할 의무가 없습니다. 고정OT제는 기본임금 외 법정수당 모두 혹은 일부를 수당별 정액으로 지급하는 계약이며, 기본임금과 개별수당이 구분되고, 약정된 연장근로시간을 초과할 경우 초과분을 추가 지급하여야 합니다.
Q2. 법정수당의 산정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은 어떻게 구분하나요?
A2. 통상임금이란 근로기준법 제6조에 따라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 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 금액, 일급 금액, 주급 금액, 월급 금액 또는 도급 금액을 말합니다. 어떠한 임금이 통상임금에 속하는지 여부는 그 임금이 소정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금품으로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것인지를 기준으로 객관적인 성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임금의 명칭이나 지급 주기의 장단 등 형식적 기준에 의해 정할 것이 아니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
Q3. 법정수당인 연장, 야간, 휴일근로수당은 어떻게 계산하나요?
A3. 근로기준법 제56조에 따라 연장근로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해서 계산하며, 8시간 이내의 휴일근로는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8시간을 초과한 휴일근로 통상임금의 100분의 100 이상을 가산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야간근로(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 사이의 근로)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하여서 계산합니다.